'홍명보의 아이들' 시즌4, 클래스가 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5년 전 U-20 월드컵부터 호흡, 나이 적지만 경험 풍부

2014-05-30     박상현 기자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드디어 '홍명보호'가 출항했다. 국내에서 가진 마지막 평가전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무거운 마음으로 장도에 오르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16강과 내심 8강까지 목표를 안고 30일 마지막 전지훈련지인 미국 마이애미로 출정했다.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월드컵 구대표팀은 역대 대표팀과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5년 전부터 꾸준히 한 감독 밑에서 꾸준히 호흡을 맞춰왔던 선수들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이른바 '홍명보의 아이들'이다.

'홍명보의 아이들'은 홍명보 감독과 함께 벌써 네번째 국제무대에 나선다.

2009년 FIFA 20세 이하 월드컵을 시작으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굵직굵직한 대회를 함께 했고 이제 브라질 월드컵까지 나간다. 이전 월드컵 대표팀에 비해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국제 경험이 있어 내심 기대가 모아진다.

◆ 캡틴 구자철 비롯 4개 대회 모두 출전하는 선수만 5명

홍명보 감독이 처음으로 대회에 참가한 것이 바로 2009년 이집트에서 열렸던 FIFA U-20 월드컵이었다. 당시 U-20 대표팀은 8강까지 진출하며 1991년 포르투갈 대회 이후 18년만에 쾌거를 이뤄냈다.

하지만 1991년 포르투갈 대회는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곧바로 8강에 오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곧 FIFA U-20 월드컵에서 토너먼트에서 한 번이라도 이긴 것은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28년만이라는 뜻이다.

나름 경기력도 좋았다. 카메룬과 첫 경기에서 0-2로 져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강호 독일과 1-1로 비긴 뒤 마지막 경기에서 미국을 3-0으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이어 16강전에서는 만만치 않은 상대인 파라과이를 맞아 김보경(25·카디프 시티)의 선제 결승골을 시작으로 세 골을 퍼부으며 시원한 3-0 완승을 거뒀다. 가나와 8강전에서는 1-3까지 뒤지며 패색이 짙었지만 후반 37분 만회골을 넣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또 '홍명보의 아이들'은 3년 뒤인 런던 올림픽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스위스전에서 2-1로 이기고 멕시코와 가봉전에서는 비겨 1승 2무의 전적으로 8강에 오른 홍명보호는 '축구종가' 영국을 승부차기에서 이기는 대파란을 일으키며 4강까지 올랐다.

비록 브라질에 0-3으로 완패했지만 일본과 3~4위전에서 박주영(29·아스널)과 구자철(25·마인츠)의 연속골로 2-0으로 이기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면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홍명보호에 '아픔'의 기억이다. 중국과 16강전,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4강전에서 마지막 순간을 넘기지 못하고 통한의 결승골을 얻어맞고 0-1로 지고 말았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승부차기에 대비하기 위해 골키퍼 김승규(24·울산 현대)를 빼고 이범영(25·부산)을 투입시켰는데 공교롭게도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란과 3~4위전에서 1-3으로 뒤진 상황에서 박주영과 지동원(23·아우크스부르크)이 연속 3골을 넣는 대활약으로 극적인 4-3 승리를 거두고 동메달을 가져왔다.

앞선 세 대회에서 모두 뛰고 이번 월드컵까지 함께 하는 선수가 모두 5명이다. 23명 월드컵 엔트리 가운데 5명이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골키퍼 이범영을 비롯해 윤석영(24·QPR), 김영권(24·광저우 에버그란데), 김보경, 구자철이 그들이다. 홍명보 감독이 윤석영을 뽑은 것을 두고 '의리 선발' 또는 '인맥 축구'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앞선 세 대회에서 함께 하며 선수들의 기량과 경기력을 모두 파악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 구자철은 FIFA U-20 월드컵과 광저우 아시안게임, 런던 올림픽에 이어 이번 월드컵에서도 주장 완장을 찬다. 오랫동안 구자철을 지켜보며 리더십이 있는 선수라는 것을 간파했다는 얘기다.

김학범 스포츠Q 논평위원은 "감독이나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떤 선수가 리더십이 있는지를 세세하게 살핀다"며 "훈련 과정에서 구자철이 선수들을 통솔하는 모습을 발견했을 것이고 이미 오래전부터 구자철이 주장감이라는 것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앞선 세 대회에서 모두 골을 넣은 김보경·구자철, 이번에도?

홍명보 감독과 함께 앞선 세 대회를 모두 경험하고 이번 월드컵까지 참가하는 5명의 선수 가운데 김보경과 구자철은 모두 골을 넣은 진기록을 갖고 있다.

김보경은 FIFA U-20 월드컵에서는 미국과 조별리그 경기를 비롯해 파라과이와 16강전에서도 골을 기록했다.

또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과 우즈베키스탄과 8가전에서 득점을 올렸다. 올림픽 스위스전에서 넣은 멋진 발리슛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FIFA U-20 월드컵 미국과 3차전에서 골을 넣었던 '캡틴' 구자철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에서 2골을 넣었고 이란과 3~4위전에서는 0-2로 뒤진 후반 3분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골을 넣기도 했다.

일본과 3~4위전에서 박주영의 선제 결승골로 승리를 눈앞에 둔 후반 11분 멋지게 골을 넣은 것 역시 구자철의 역대 활약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그렇기에 홍명보 감독은 김보경과 구자철이 다시 한번 월드컵에서 골을 넣어주기를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구자철은 '원톱' 박주영의 공격을 지원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뛴다. 이미 런던 올림픽 당시 경험했던 포지션이다. 2년 전의 기억을 제대로 되살린다면 박주영과 찰떡 궁합을 이룰 수 있다.

김보경은 왼쪽 측면 공격수 자리를 꿰찬 손흥민(22·바이어 레버쿠젠)에 밀린 형국이지만 조커로 활용되기에 충분하다. 또 공격형 미드필더라면 위치에 크게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위기의 순간에 어디에 갖다 놓아도 충분히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한편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는 부상 때문에 런던 올림픽을 함께 하지 못했지만 5년 동안 김영권과 중앙 수비 호흡을 맞춰왔다. 올림픽만 뛰지 못했을 뿐 FIFA U-20 월드컵과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중앙 수비를 맡았다. 두 선수 모두 나이가 어리지만 해외 리그에서 뛰며 축적한 경험과 호흡에 기대가 가는 이유다.

◆ 연령별 대회와는 다르다, 그렇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다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FIFA 월드컵은 연령별 대회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FIFA U-20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은 나이의 제한이 있다. 올림픽에서 23세가 넘는 선수 3명을 와일드카드로 뽑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연령별 대회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반면 FIFA 월드컵은 전세계에서 뛰는 초특급 스타들이 즐비한, 정글과 같은 곳이다. 연령별 대회는 비슷한 또래의 선수들이 겨루기 때문에 실력차가 크게 나지 않을 수 있지만 연령 제한이 없는 FIFA 월드컵에서는 실력 편차가 크게 날 수 있다. 곽태휘(33·알 힐랄)를 제외한 22명의 선수가 20대라는 점은 분명 불안한 요소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선수가 가장 최절정에 달하는 나이 역시 20대이기도 하다. 20대 초반부터 기량을 꽃피우기 시작해 20대 중후반이 되면 기량과 체력, 경험이 한데 어우러지는 나이가 된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스페인의 우승을 이끌었던 주역들이 모두 지금 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과 비슷하다.

이케르 카시야스(33), 사비 알론소(32·이상 레알 마드리드)와 헤라르 피케(27), 사비(34), 세스크 파브레가스(27)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0·이상 FC 바르셀로나), 다비드 실바(28·맨체스터 시티), 페르난도 토레스(30·첼시)의 4년 전 나이를 계산하면 그 답이 나온다.

또 레알 마드리드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 '빅 이어'를 안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 역시 박주영, 이근호(상주 상무) 등과 동갑이다.

한국 대표팀의 경계대상 1호인 에당 아자르(23·첼시)나 마루앙 펠라이니(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피앵 페굴리(24·발렌시아), 알렉산더 코코린(23·디나모 모스크바) 등의 나이도 20대 초중반의 나이다. 나이가 적다고 주눅들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김학범 논평위원은 "나이가 적다고는 하지만 현재 우리 대표팀의 선수 대부분은 유럽 등 해외리그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맞붙어본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특히 중앙 수비수가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하기 쉽지가 않은데 홍정호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뛰고 있고 김영권도 마르셀로 리피 감독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불안해보이겠지만 우리 선수들의 기량도 다른 팀과 견줘도 크게 뒤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tankpark@sportsq.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