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뻤다' 박서준·황정음 알콩달콩 로맨스에 드리워진 행운총량의 법칙의 그림자 (뷰포인트)

2015-10-30     원호성 기자

[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매회 반드시 등장하는 요소가 한 가지 있다. 바로 여주인공 황정음의 내레이션이다. '그녀는 예뻤다'는 매회 끝나는 부분, 그리고 극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부분에서는 황정음의 약간은 철학적인 분위기마저 풍기는 내레이션을 통해 극의 전개나 인물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설명해주곤 했다.

29일 방송된 '그녀는 예뻤다' 13회에서도 황정음의 내레이션은 극의 향후 전개를 예측하게 만드는 중요한 조타수 역할을 수행한다. '그녀는 예뻤다' 13회에 등장한 황정음의 내레이션은 '행운총량의 법칙'에 대한 것이었다. 나쁜 일이 있으면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기고, 좋은 일이 생기면 반드시 그만큼 나쁜 일이 찾아온다는 것. 그렇다면 '행운총량의 법칙'은 '그녀는 예뻤다'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그녀는 예뻤다' 13회는 아마도 '그녀는 예뻤다'가 시작된 이후 가장 달달한 방송이었을 것이다. 혜진(황정음 분)은 성준(박서준 분)이 과로로 쓰러져 입원했다는 말에 병원으로 달려가고, 병원에서 성준과 다정하게 첫 키스를 나눈다.

키스를 통해 드디어 박서준과 황정음이 오랜 줄다리기를 끝내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그녀는 예뻤다' 13회는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박서준은 밤에 황정음과 전화를 하다 붕어빵이 먹고 싶다는 말에 늦은 시간에 붕어빵을 사들고 황정음을 찾아가고, 회사에서도 두 사람 모두 얼굴에 '나 지금 연애하고 있어요'라고 광고라도 하는 듯 연신 싱글벙글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동안 박서준과 황정음의 알콩달콩 연애에 걸림돌이었던 주변 관계도 깨끗하게 정리됐다. 민하리(고준희 분)는 우연히 박서준을 만나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했다"며 박서준에게 사과를 건네고, 박서준 역시 "얘기할 기회도 안 주고 간 건 내가 잘못한 것 같다"며, "만약에 그냥 혜진이 친구로 만났으면 어쩌면 너랑도 좋은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라고 서로의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이는 황정음을 향한 일편단심을 보여온 김신혁(최시원 분)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예뻤다' 12회까지만 해도 황정음에게 최면을 걸며 "결국 잭슨은 나한테 오게 되있어"라며 자신만만해하던 최시원은 결국 황정음을 박서준이 입원한 병원으로 데려다주며 황정음에 대한 마음을 스스로 정리했다.

이렇게 좋은 일이 있으면 안 좋은 일이 생기는 법. '더 모스트' 직원들은 갑자기 회사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외국인과 떠도는 소문에 의해 '더 모스트'가 20주년 특집호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하지 못하면 폐간이 된다는 소문을 접하고 화를 내며 회사를 떠났다.

이 시점에서 첫 번째 '행운총량의 법칙'이 등장한다. "지금 닥친 불운만큼 앞으로는 행운이 찾아올 것이라는 법칙. 나쁜 일이 생기면 곧 좋은 일이 생길테니 쉽게 좌절하지말고 버티라는 고마운 법칙"

'행운총량의 법칙'에 따라 그렇게 화내며 떠난 직원들은 밤새 직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한 박서준의 열정에 감탄해 다시 회사로 돌아오고, 이들은 다시 순조롭게 20주년 특집호를 준비해나간다. 특히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던 유명 작가 레너드킴의 인터뷰까지 따내며 '더 모스트'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그리고 박서준은 황정음에게 드디어 프로포즈를 건넨다. 박서준은 황정음과 소풍을 간 자리에서 황정음을 부드럽게 백허그하며 "'더 모스트' 20주년 특집호가 성공해서 내가 '더 모스트'를 살려낸다면, 그 때 너에게 프로포즈를 하려고 한다"며 사실상의 프로포즈를 선사한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두 번째 '행운총량의 법칙'이 등장한다. 앞선 '행운총량의 법칙'이 불운을 행운으로 바꿔주는 활기찬 기운이었다면 이번에는 감성적이고 행복한 프로포즈 장면 위에 겹쳐지며 불운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지금 닥친 행운만큼 앞으로는 불운이 찾아올 것이란 법칙"

박서준이 황정음에게 프로포즈를 하던 그 시간, 사무실에 두고 온 박서준의 전화에는 20주년 특집호의 메인 인터뷰를 장식할 '레너드킴'의 전화가 걸려온다. 핸드폰을 두고 온 박서준은 당연히 그 전화를 받지 못한다. 이로서 '그녀는 예뻤다' 14회에서는 힘들게 섭외한 '레너드킴'의 인터뷰 섭외가 다시 실패하는 모습이 등장할 것이 사실상 확정됐다.

그리고 이 '행운총량의 법칙'은 결국 '더 모스트'의 20주년 특집호가 어떻게 성공할 것인지를 단적으로 예견하는 힌트가 되고 말았다. 그동안 잊을만 하면 등장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온 정체불명의 소설가 '텐(Ten)'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그녀는 예뻤다' 13회에서 공개됐고, 여러 힌트를 통해 '텐'이 '더 모스트'의 편집장 김라라(황석정 분)라는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예뻤다'의 결말은 '더 모스트' 20주년 특집호에 '텐'의 단독 인터뷰가 실리며 판매부수 1위 고지를 탈환하고, 박서준이 황정음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는 것이 '그녀는 예뻤다' 13회에서 암시됐다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예뻤다'의 후반부에서 박서준과 황정음, 고준희와 최시원 등 네 남녀의 러브라인이 비교적 빨리 정리되면서, '그녀는 예뻤다'는 남은 3회의 방송동안 전적으로 '더 모스트'의 20주년 특집호 성공을 위한 '성장 드라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은 예상과 다르게 '성장 드라마'로 변질되어 버린 '그녀는 예뻤다'의 후반 전개에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어차피 예정된 결말인 박서준과 황정음의 '양파커플' 성립을 두고 괜히 '될까? 안될까?' 뻔한 밀당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쿨하게 러브라인을 정리하는 편이 좀 더 드라마의 방향성에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처음부터 '그녀는 예뻤다'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박서준과 황정음의 러브라인이 아니라 못 생겼지만 씩씩한 그녀 황정음의 '성장 드라마'였으니 말이다.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는 주근깨 뽀글머리 '역대급 폭탄녀'로 역변한 김혜진(황정음 분)과 '초절정 복권남'으로 정변한 지성준(박서준 분), 완벽한 듯 하지만 '빈틈 많은 섹시녀' 민하리(고준희 분), 베일에 가려진 '똘끼충만 반전남' 김신혁(최시원 분) 등 네 남녀의 재기발랄한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코미디로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