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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슬레지하키 '훈남' 정승환 "패럴림픽 4강 들면 메달도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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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슬레지하키 '훈남' 정승환 "패럴림픽 4강 들면 메달도 자신"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2.12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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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이스슬레지하키, 가장 힘든 스포츠여서 오히려 매력적

[300자 Tip!] 우리나라 스포츠 여건을 보면 비장애인 스포츠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장애인 스포츠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한국은 비장애인의 엘리트 스포츠 위주로 발전됐기 때문에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덜한 편이다. 하지만 거의 유일하게 비장애인보다 장애인 분야에서 세계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종목이 있다. 바로 아이스슬레지하키다. 하반신이 절단되거나 마비돼 스케이트를 탈 수 없는 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아이스하키를 변형한 경기다. 러시아 소치에서 벌어지는 동계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한국선수단의 기수인 아이스슬레지하키대표 정승환(28)을 12일 선수단결단식 현장에서 만나 그의 도전정신과 장애인 스포츠의 비전에 대해 들었다.

[평창=글 스포츠Q 박상현 기자·사진 노민규 기자] 러시아 소치에서는 현재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그리고 다음달 6일부터 17일까지 장애인동계올림픽도 벌어진다.

이 가운데 동계올림픽은 출전권을 따내는 것도 힘겹지만 장애인동계올림픽에는 벌써 두차례나 출전하는 종목이 있다. 바로 아이스슬레지하키다. 동계올림픽의 아이스하키는 세계 순위를 충족시키지 못해 4년 뒤 벌어지는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출전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장애인동계올림픽의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세계 8위권 국가들만 들어갈 수 있는 A풀에 들어 있다.

▲ 소치 동계장애인올림픽에 한국선수단 기수로 활약하는 정승환은 아이스슬레지하키 대표다.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아이스하키를 변형한 경기로 한국은 A풀에 들어가 당당하게 동계장애인올림픽에서 실력을 겨룬다.

◆ 소치대회 한국 선수단 기수로 뽑힌 '훈남'

아이스슬레지하키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아이스하키의 '장애인 스포츠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하반신이 마비돼 스케이트를 탈 수 없는 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스케이트 대신 양날이 달린 썰매에 앉아서 경기를 치르는 아이스하키 경기다. 일반 아이스하키처럼 장애인스포츠 가운데 가장 격렬하면서도 어려운 종목이기도 하다.

벌써 두차례나 아이스슬레지하키 대표선수로 장애인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정승환(28 강원도청)은 이번 소치 대회에 한국선수단의 기수로 활약한다.

"영광이죠. 첫번째 올림픽에서는 아무런 경험도 없이 출전했는데 두번째로 맞이하는 올림픽에서 기수라는 중요한 역할을 주셨으니 말이죠."

그렇다면 정승환이 아이스슬레지하키를 시작하게 된 것은 언제일까. 5살때 사고로 왼쪽다리 절단장애를 입은 그는 18살이던 2004년에서야 스포츠에 입문했다.

▲ 다음달에 벌어지는 소치 동계장애인올림픽에 한국선수단 기수로 활약하는 정승환이 지난 11일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선수단 결단식에서 김성일 대한장애인체육회장(왼쪽), 한철호 선수단장과 태극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향이 신안군인데요. 섬에서 살다보니까 장애인 스포츠라는 것도 없었구요. 복지같은 것도 생각할 수 없었죠. 대학교(한국복지대)에 들어가서야 운동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스포츠라는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도 있었고 취미로 시작했는데 선수생활로 이어지게 됐어요."

◆ 우리나라에 실업팀 딱 하나, 기량 발전 위해 창단 이뤄져야

그가 말하는 아이스스레지하키는 무엇일까. 장애인 스포츠 가운데 가장 어렵고 힘든 것이 바로 매력이라고 말한다.

"가장 어렵기 때문에 더 매력이 있는 것같아요. 그리고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세계적으로도 경쟁이 가능한 종목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 8위 안에 드는 A풀에 있는데요. 이번 장애인동계올림픽에도 7위 자격으로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출전하게 됩니다. 사실 세계 1, 2위는 실력이 너무 좋기 때문에 우승과 준우승을 놓고 다투게 되지만 3위부터 8위까지는 실력이 거의 비슷해요. 그래서 이번 1차 목표를 4강으로 잡았어요. 4강 목표를 이루게 된다면 메달도 노려불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든 장애인 스포츠가 그렇듯 제대로 된 지원이 없는 것은 그에게 가장 아쉬운 일이다.

"가장 먼저 실업팀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지금 우리나라에 실업팀은 제가 속해있는 강원도청 팀밖에 없어요. 물론 제 소속팀이기도 하고 실업팀이 하나라도 있는 것은 무척 감사할 일이죠. 하지만 실업팀이 하나밖에 없으니까 경기를 해도 클럽팀과 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 전국에 클럽팀이 6개가 있는데 실력차가 좀 많이 납니다. 실업팀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좀 더 제대로 된 경기를 통해 기량 발전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가 실업팀을 간절하게 원하는 이유는 또 있다.

▲ 정승환은 아이스슬레지하키의 발전을 위해 실업팀이 하나라도 더 만들어져서 선수들이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기량이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 국가대표팀은 17명이 엔트리인데요. 강원도청에는 11명밖에 없어요. 11명 선수 모두가 강원도청 소속이자 국가대표 선수인 셈이죠. 하지만 국가대표팀 엔트리도 채우지 못하니까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로 메울 수 밖에 없어요. 당연히 선수들 사이에 실력 편차도 크구요. 실업팀이 하나라도 더 만들어져서 선수들이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기량발전을 이룬다면 분명 국제 경쟁력이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 학교 체육 시스템 중요, 장애인 스포츠 지원 더 늘어나야

그는 아이스슬레지하키 뿐 아니라 우리나라 장애인 스포츠 전반에 대한 걱정도 갖고 있다. 한국 장애인 스포츠 발전을 위한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는 그의 눈이 더욱 반짝였다.

"해외를 돌아다녀보니까 학교 스포츠 체계가 아주 잘 갖춰져 있더라구요. 이런 시스템 속에서 좋은 선수가 나오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렇게 성적을 내는 겁니다. 또 훈련할 수 있는 링크도 많지 않아 대관하기도 힘들어요. 대표팀 선수들이 하루 2시간 연습시간 잡기도 쉽지 않아요. 링크도 많아지고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지원도 조금 더 많아진다면 장애인동계스포츠 역시 비장애인 못지 않게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소치 장애인동계올림픽 아이스슬레지하키 종목에는 한국을 비롯해 러시아, 캐나다, 체코, 노르웨이, 미국, 이탈리아, 스웨덴 등이 뜨거운 경쟁을 벌인다. 아이스슬레지하키 대표팀의 일원인 그는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를 마치는대로 체코로 전지훈련을 떠난 뒤 소치로 입성하게 된다.

내심 메달권 입상까지 노리는 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의 '무한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취재후기] 우리나라에 장애인 스포츠 실업팀은 채 50개가 되지 않는다. 한 종목도 아닌, 전 종목을 통틀어서. 어쩌면 실업팀이 하나라도 있는 아이스슬레지하키는 행복한(?) 편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종목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실업팀 추가 창단을 통해 기량 발전을 꾀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스하키 종목은 외국인 선수 귀화와 아시아리그 출전 등 평창올림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제적인 경쟁력이 충분한 아이스슬레지하키도 평창을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한다면 우승도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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