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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지도자, 쉬운 지침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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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지도자, 쉬운 지침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 김종빈 편집위원
  • 승인 2014.06.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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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인해 연기되었던 고양시 성인리그가 시작되었다. 이번 대회에는 총 7개 팀이 참가해서 풀리그 방식으로 모두 6경기를 하게 된다. 지난 3일 개막경기로 우리 팀(아이스탑스)과 화이트파파스가 대결했다.

화이트파파스는 공식리그전에서 우리 팀이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팀이다. 우리 팀이 창단 4년이 됐는데 화이트파파스는 7년이 된 팀이니 실력 차이가 대학생과 초등생의 경기는 아니어도 중학생과 초등생의 경기 정도는 된다.

유소년대회와 마찬가지로 이것은 생활체육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뛰는 것이 맞으나, 대회는 대회이므로 성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유소년들의 경우 대회에 못나가게 되면 마음을 다치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도 성인의 경우는 본인의 실력을 알기 때문에 팀이 이기는 것을 우선에 두는 사람들이 많아 한결 경기운영이 쉽다.

엘리트 선수들과 달리 스케이팅이 원활하지 않은 동호인들에게는 쉽게 지침을 내리는 게 좋다. 그래서 지도자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작년까지는 성적에 대해 욕심을 낼 실력도 아니고 인원도 얼마 안 되어 전원이 많은 시간 경기에서 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나도 지도자로서 중위권 정도의 성적을 내고 싶고, 선수들도 몇 년을 하다 보니 성적에 대한 욕심을 가지게 되어 고른 경기시간보다 성적위주의 조별(아이스하키는 많은 체력소모로 프로팀의 경우도 골리를 제외하고 5명씩 4개조가 운영된다) 구성을 하기로 했다.

조의 구성은 구력이 있는 선수들을 수비수로 3명 세우고 스케이팅이 좋은 선수를 센터로 내세워 퍽을 가진 상대를 압박하게 하며, 구력이 짧은 선수들을 윙으로 배치해 상대 공격수들을 밀착마크하게 했다.

엘리트나 프로 선수들은 스케이팅을 모두 원활하게 하므로 정형화된 몇 개의 전술을 상대에 맞춰 운영을 하지만 동호인들은 이제 시작한지 4~5개월이 된 사람도 있어 상대를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전제 하에 작전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프로경기보다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남들이 보면 우습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경기에 임하는 동호인 선수들은 비장한 각오로 경기에 임하게 된다.

'승부는 승부!' 동호인 팀이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승리에 대한 집념이 강해지고 있다.

나와 코치는 미리 경기장에 가서 전략 전술에 대해 다시 검토를 했고 평소보다 긴장한 얼굴의 양 팀 선수들은 일찍 도착하여 스트레칭 등을 했다. 나는 경기시작 10분 전에 라커룸에 들어가 짜여진 조를 선수들에게 불러주고, 아주 쉽게 지침을 내렸다.

첫 번째 리그를 치르는 선수들은 경기에 들어가게 되면 긴장을 해서 벤치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따라서 최대한 쉬운 지침이 필요하다. 라커룸에서 경기에 나서기 전에 전체 선수를 모아 놓고 파이팅을 외치자 모두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면서 고대 로마시대의 검투사들처럼 아이스링크에 들어섰다.

팀원 전원이 고른 활약으로 매번 패했던 화이트파파스를 꺾어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

경기가 시작됐다. 1피리어드는 0-0으로 끝이 났는데 실은 상대방의 퍽이 우리 네트에 들어간 것으로 보여 졌지만 심판이 미처 보지 못했다. 우리 팀은 쉬운 지침으로 인해 좋은 경기 내용을 보였고, 2피리어드에서 선취골을 따내고 3피리어드에 다시 추가골, 상대팀이 만회골을 넣어 2-1이 됐다.

상대팀은 골리를 빼고(1-0이나 2-0은 어차피 같은 패이기 때문에 아이스하키에서는 골리를 빼고 플레이어를 넣어 도박과 같은 승부를 펼친다) 플레이어를 넣어 공세에 나섰으나 오히려 빈 골대에 우리 팀 선수가 퍽을 밀어 넣어 3-1로 이겼다.

첫 경기라 긴장했지만 4년 만에 고양리그에서 항상 지던 팀을 꺾어 기쁨이 더욱 컸다. 무엇보다 의미가 있는 것은 선수 전원이 경기를 뛰면서 이겼기 때문에 오늘만큼은 팀원 모두가 주인공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나 자신도 4개조가 모두 끝까지 돌아가리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고, 승부처에서는 정예조를 편성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팀원 전원이 맡은 바를 훌륭히 해줘서 좋은 경기내용으로 기분 좋게 마칠 수 있었다.

화이트파파스 전에서는 생애 첫 골을 넣은 선수도 있었다. 조촐한 축하파티였지만 맥주의 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시원했다.

마지막 골을 넣은 선수에게는 생애 첫 골이었다. 경기 후 여지없이 아이스링크 앞 맥주 집에 모여 더 없이 좋은 분위기에서 승리와 함께 첫 골을 축하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왜 이토록 이들이 지든 이기든 아이스하키를 좋아할까 잠시 생각했다. 함께 기뻐하고 슬퍼할 수 있어서인 것 같았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동호회에 모여 열심히 한 가지 목표로 승리를 이룰 때의 기쁨은 지도자로 옆에서 지켜보는 나로서도 대단히 흥분되는 일이다. 사람이 많다 보니 어색한 사이들도 있지만 운동을 통해서 얻은 승리로 인해 이들은 하나가 된 것이다.

역시 인생은 함께 돕고 나누며 사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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