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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과 달랐던 보아텡 형제의 월드컵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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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과 달랐던 보아텡 형제의 월드컵 대결
  • 홍현석 기자
  • 승인 2014.06.22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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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프린스-제롬 보아텡 형제, 월드컵에서 연속대결...이번엔 뜨거운 포옹으로 시작

[스포츠Q 홍현석 기자] 형제가 서로 다른 나라의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도 드문 일인데, 2차례 월드컵에서 연속으로 만나는 것은 더더욱 희귀한 일이다. 그러나 이 형제는 월드컵에서 다시 한 번 대결했고, 그 결과는 무승부로 사이좋게 끝났다.

22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탈레자의 카스텔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G조 2차전인 독일-가나전이 그 이복형제의 대결장이었다.

독일 수비수인 동생 제롬 보아텡(26·바이에른 뮌헨)과 가나 공격수인 형 케빈 프린스 보아텡(27·샬케04)이 나란히 선발로 나섰다. 형제 대결은 제롬 보아텡이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되면서 45분만에 끝났다. 그리고 7분 뒤 케빈 프린스 역시 교체됐다.

이들 형제는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때와 달리 서로 뜨거운 포옹을 나눈 뒤 경기를 시작했다. 오른쪽 수비수로 나온 제롬은 마리오 괴체(22·바이에른 뮌헨)와 함께 공격을 전개했고 수비에서는 형인 케빈 프린스 보아텡과의 맞대결에서 형의 돌파를 허용하지 않고 크로스 시도를 잇따라 봉쇄했다.

2-2 무승부로 끝났기에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대결도 45분간으로 짧았지만 이들은 4년 전과는 다른 뜨거운 형제애를 확인했던 결전이었다.

이 경기를 앞두고 ‘형제의 대결’은 단연 핫이슈였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같은 D조에 속한 독일과 가나는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만나 처음 대결했다. 1승1무의 가나와 1승1패의 독일이 만났기에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서로를 반드시 이겨야 했다.

그때의 형제대결은 냉랭했다. 그 이유는 가나의 케빈 프린스가 당시 포츠머스 소속으로 FA(잉글랜축구협회)컵 결승에서 첼시 소속인 ‘독일의 에이스’인 미하엘 발락에게 강력한 태클을 했고 이에 그는 발목 부상으로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할 수 없었다. 그 이후 형제는 굉장히 크게 싸웠고 월드컵 대결을 앞두고는 일체 연락도 하지 않았다. 경기를 시작하면서도 어떤 얘기도 나누지 않을 정도였다.

둘은 가나 출신 독일 이민자 아버지와 다른 독일인 어머니를 둔 이복형제다. 독일에 태어났고 이후 같이 축구를 하면서 독일 청소년대표까지 지내게 된다. 서로 가는 길은 비슷했지만 성격은 굉장히 달랐다. 먼저 동생 제롬은 성실하고 차분한 반면 케빈 프린스는 선수들과 트러블이 자주 생기며 ‘문제아’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 결과 동생인 제롬은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요아힘 뢰브(44) 감독의 부름을 받았지만 케빈은 아쉽게도 국가대표가 되지 못했다. 월드컵에 나가고 싶었던 그는 가나의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월드컵 사상 처음 형제가 다른 국가로 나와 대결을 펼치게 됐고 냉정하게 서로를 보며 시작했던 결전에서 결국 웃은 쪽은 동생이었다. 당시 수비수로 경기에 나왔던 제롬은 형을 맞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1-0 승리를 거둬 독일이 조 1위로 16강에 올랐고 가나도 조 2위로 16강 올랐다. 이후 나란히 8강 진출에도 성공했다.

사실 굉장히 따뜻한 형제다. 비록 2010 월드컵을 앞두고 발락 사건으로 서로 냉랭했지만 많은 공식 자리에서 서로 자주 연락한다는 말을 하곤 했다.

이들의 형제애를 느낄 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1월 당시 이탈리아 명문 AC 밀란의 미드필더로서 활약 중이던 케빈 프린스는 휴식기에 이탈리아 프로축구 4부팀인 프로파트리아와 친선 경기를 가졌다. 편안한 경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관중 중에서 인종차별주의자들이 그를 비하하는 발언과 흑인을 모욕하는 폭언을 하게 됐고 이에 격분한 케빈 프린스는 항의의 뜻으로 관중석으로 공을 차버린 뒤 경기장을 떠났다. 이에 AC밀란 선수들과 코치진 역시 경기를 포기했다.

얼마 후 케빈 프린스는 스위스 취리히의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에서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을 만나 당시 상황을 전하며 ‘인종차별 근절 방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에 제롬은 그의 행동에 “이와 같은 행동으로 그의 명예가 조금은 회복됐을 것이다. 나는 그의 행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건으로 인해 케빈 프린스는 이적을 결심했고 자신의 고향인 독일로 돌아왔다. 이로서 월드컵이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뿐만 아니라 분데스리가에서도 서로 대결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형제는 리그에서 두차례 맞붙었다. 모두 선발 출장했는데 모두 동생의 소소팀 바이에른 뮌헨이 승리했다. 4-0, 5-1로 승리를 거둔 바이에른 뮌헨은 승점 90점을 획득하며 최소 라운드(27라운드)만에 우승을 확정하는 등 시즌 시즌 4관왕까지 이룰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독일은 1승1무로 16강 진출이 유리하지만 가나는 1무1패로 포르투갈전에서 패하면 16강 진출이 좌절되고 만다. 과연 보아텡 형제가 4년 전 남아공 월드컵처럼 16강 동반 진출에 성공하며 함께 웃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toptorre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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