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3 (목)
월드컵 역사 새로 쓰는 베테랑 클로제의 존재감
상태바
월드컵 역사 새로 쓰는 베테랑 클로제의 존재감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22 1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나전 교체투입 2분만에 동점골...월드컵 통산 최다 15골 타이기록. 4개 대회 연속골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골잡이' 미로슬라프 클로제(36)가 월드컵 최다골 타이기록(15골) 역사를 새로 쓰며 '전차군단' 독일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클로제는 22일(한국시간) 브라질 포트탈레자의 에스타지오 카스텔랑에서 벌어진 가나와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G조리그 2차전에서 후반 24분 교체 투입된 뒤 2분만에 2-2 무승부를 이끄는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날 독일은 마리오 괴체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가나에 연속 2골을 내주면서 끌려갔지만 '골 냄새'를 제대로 맡은 클로제의 동점골로 분위기를 바꿔놓는데 성공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볼이 흐른 것을 넘어지면서 발만 대는 것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그의 탁월한 위치 선정 능력과 정확한 결정력이 아니었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골이었다.

클로제는 이 골로 팀을 패배의 위기에서 건져냄과 동시에 월드컵 개인 통산 최다골 타이기록까지 ㅅ웠다.

비록 승점 3을 추가하진 못했지만 포르투갈전 4-0 승리를 포함해 1승1무, 승점 4를 기록하며 G조 선두를 굳게 지켰다.

포르투갈과 일전을 앞두고 있는 미국이 승점 3으로 조 2위를 지키고 있어 독일의 16강 진출 여부는 마지막 미국전에서야 가려질 수 있게 됐지만 클로제의 골은 독일의 16강 진출을 조금 더 쉽게 만들었다.

◆ 월드컵 데뷔전서 해트트릭, 독일 월드컵서는 득점왕

12년 전인 한일 월드컵을 통해 월드컵 본선 무대에 첫 발을 내딛은 클로제는 지난 세차례 월드컵을 통해 독일을 4강 이상으로 올려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는 월드컵 데뷔전부터 화려했다. 삿포로돔에서 열렸던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전반 20분 선제 결승골을 넣은 뒤 전반 25분 추가골을 넣었다. 또 4-0으로 앞선 후반 25분에도 골을 넣어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월드컵 데뷔전부터 해트트릭을 기록한 클로제는 아일랜드전 전반 19분 선제골을 넣은데 이어 카메룬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후반 34분 추가골을 넣으며 3경기 연속골과 함께 5골을 기록했다.

클로제는 독일 월드컵에서도 맹활약했다.

코스타리카와 개막전에서 1-1 동점이던 전반 17분 득점에 성공한 클로제는 후반 16분 결승골을 넣음으로써 골잡이로서 그의 진가를 재확인시켰다.

에콰도르전에서도 두 골을 넣으며 조별리그에서만 4골을 넣은 클로제는 아르헨티나와 8강전에서 후반 35분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하며 독일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독일은 클로제의 동점골 덕분에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기고 4강에 올랐다.

한일 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번 5골을 넣은 클로제는 득점왕(골든슈)을 받았고 자신의 월드컵 통산골도 10골로 늘렸다. 독일 월드컵을 통해 통산 최다골 기록(15골)을 세운 호나우두(브라질)와도 5골 차밖에 나지 않았다.

◆ 남아공 월드컵서 4골, 호나우두 앞에서 멈춤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원톱을 맡은 클로제는 과연 세 대회 연속 5골을 통해 호나우두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모아졌다. 호주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전반 26분만에 득점에 성공하면서 이 같은 기대는 더욱 커졌다.

조별리그에서 골을 몰아넣었던 앞선 두 대회와 달리 클로제는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는 단 한 골밖에 넣지 못했다. 세르비아전에서 퇴장을 당하는 바람에 마지막 가나전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

그러나 녹다운 토너먼트에서 그의 득점력이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잉글랜드와 16강전에서 전반 32분 팀의 두번째 골이자 결승골을 넣으면서 4-1 승리를 이끈 클로제는 아르헨티나와 8강전에서도 두 골을 몰아치며 독일을 4강으로 이끌었다.

전반 3분만에 터진 토마스 뮐러의 선제골에 이어 1-0으로 팽팽하던 후반 23분 승부의 향방을 독일 쪽으로 가져오는 추가골을 넣은데 이어 후반 44분 네번째 골까지 넣으며 4-0 대승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클로제는 스페인과 4강전에서 침묵했고 우루과이와 3~4위전에서는 출전하지 않아 월드컵 통산골이 14골에서 멈췄다.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브라질 월드컵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다. 독일이 남아공 월드컵부터 급격한 세대교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클로제는 남아공 월드컵이 끝난 뒤 대표팀 은퇴를 시사하기도 해 그의 기록은 단 한 골을 남기고 멈추는 듯 보였다.

◆ 극적인 대표팀 합류, 마지막으로 잡은 기회

남아공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지만 그는 여전히 펄펄 날았다. 겨우 32세의 나이에 대표팀 은퇴는 너무나 이른 것이었다.

그의 A매치 득점 행진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2011년 A매치 8경기에서 5골을 넣으며 여전한 득점 감각을 자랑한 그는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에서도 출전했다.

또 클로제는 지난해 9월 7일 오스트리아전에서 게르트 뮐러가 갖고 있던 독일 대표팀 역대 최다골 기록인 68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클로제는 허벅지 근육 파열 부상을 당하면서 브라질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했다. 이대로 대기록은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요아힘 뢰브 감독은 클로제를 대표팀 예비 명단 30명 리스트에 올려놓은데 이어 23명 최종 엔트리에도 포함시켜 그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그리고 클로제는 지난 7일 아르메니아전에서 골을 넣으며 뮐러의 독일 대표팀 역대 최다골 기록을 넘어섰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호나우두가 갖고 있는 월드컵 통산 최다골 기록을 넘어서는 것뿐이었다.

◆ 단 한번 찾아온 기회를 살리다

클로제는 포르투갈과 1차전에서 벤치만 지켰다. 토마스 뮐러와 괴체, 메주트 외칠 등 젊은 선수들을 앞세운 독일의 제로톱 전술로 주전 자리를 꿰차기엔 무리였다. 그의 적지 않은 나이 역시 선발로 나서기엔 무리였다.

가나전에서 1-2로 역전당한 뒤 뢰브 감독은 공격수를 투입하려고 했다. 독일의 원톱 자원은 루카스 포돌스키와 클로제였다. 뢰브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클로제였다.

클로제는 자신에게 마지막 월드컵 본선 출전 기회를 준 뢰브 감독의 기대에 한껏 부응했다.

토니 크로스의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베네딕트 회베데스의 머리를 맞고 흐른 것을 골문 쪽으로 달려들면서 오른발을 갖다대 골을 만들어냈다. 그의 월드컵 15호골이었다.

그리고 클로제는 자신의 장기인 공중제비를 돌았다. 클로제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공중제비를 완벽하게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공중제비를 한 것이 언젠지 기억이 안난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전에서 좋은 플레이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클로제의 골은 독일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해내는 것이었기에 더욱 뜻깊었다. 그가 가나전 골까지 A매치에서 70골을 넣으면서 독일은 단 한번 밖에 지지 않았다. 그의 골은 곧 '승리 보증 수표'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그의 해결사 본능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선배' 게르트 뮐러의 A매치 최다골 기록을 넘어서고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클로제는 펠레와 우베 젤러만이 갖고 있던 4개 대회 연속골까지 타이기록을 세웠다. 펠레와 젤러 모두 1958년부터 1970년 대회까지 골을 넣었고 클로제가 세번째로 4개 대회 연속골이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 호나우두도 가지지 못한 기록이다.

이제 그는 호나우두의 고국인 브라질에서, 호나우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월드컵 최다골 기록을 넘어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의 공중제비 골 세리머니가 다시 한번 브라질에서 나올지 기대가 모아진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