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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의 자세로! 유호진 PD 그리고 '1박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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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의 자세로! 유호진 PD 그리고 '1박 2일'
  • 이건희 객원기자
  • 승인 2014.02.1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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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이건희 객원기자] 2008년 난공불락의 위세를 떨치며 두려울 것이 없던, 강호동과 나영석 PD가 만든 ‘1박 2일’에서 누구나 기억할 만한 인물이 있었다. 입사 후 첫 녹화 날, 출연자들의 다툼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 강호동에게 들려 업어치기를 당하던 삐쩍 마른 신참 조연출 PD 유호진이 그 주인공이다.

특유의 넋 나간 표정과 함께 스태프 최초의 몰래 카메라를 당하고, 이승기에게 ‘딱밤’을 맞던 이 ‘신입 PD’는 시즌 1이 낳은 히트 상품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2013년 말, 유 PD와 '1박 2일'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힘 없이 당하던 ‘신입 PD’가 아닌 책임 연출자로 새로운 멤버들을 조율하는 '1박 2일' 시즌 3의 ‘유호진 PD’가 돼서. 여행과 산책을 즐긴다는 유 PD의 의도에 걸맞게 새롭게 구성된 멤버들의 캐릭터는 잘 자리 잡혀가는 중이고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다.

 
9일 방송된 ‘서울 시간 여행’ 편은 '1박 2일'의 클래식함과 유 PD 특유의 기획력이 빛을 발했다. 명절 연휴로 인해 되려 텅 비어버린 서울 한 복판에서 10여 년 만에 지하철을 타고 떠나게 된 멤버들은 늘 스쳐 지나던 풍경들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었고, 가장 오래된 빌딩이었으며 나아가 우리 나라의 치욕적인 역사를 한 켠에 지니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후 둘씩 짝을 지어 서울의 명소인 창경궁과 남산 팔각정, 명동성당에서 촬영한 컨셉트 사진 미션은 그 하이라이트였다. ‘고독’ ‘환희’ ‘열정’ 이라는 컨셉트에 맞추어 열심히 사진을 촬영하고 방송국의 리마스터링 실에 모여 최고의 사진을 뽑는 순간, 그 촬영 장소들이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던’ 우리 부모님들의 추억 속에도 존재하는 소중한 장소였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흡사 과거의 흑백 영화를 감상하는 소규모 극장과도 같았던 그 공간에서 스크린에 나타난 부모님의 젊은 시절을 보는 평균 연령 39세의 다 큰 남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1박 2일'이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가혹하다는 평까지 들을 정도로 멤버들을 야생으로 내몰던 유 PD가 굳이 연휴에까지 촬영을 감행하여 무방비 상태인 그들에게 던져준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은 출연자는 물론 시청자들도 무언가 뭉클하게 만드는 하나의 충격이었다. 또한 이제는 말 그대로 멤버들을 쥐락펴락하며 고난과 감동을 자유자재로 제공하기 시작한 유 PD만의 '1박 2일'이 차츰 견고해지고 있다는 점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한 잡지사와 인터뷰에서 "아직 초보인 나에게 '1박 2일'을 맡긴 건, 작정하고 웃겨보라는 말로 들렸다"는 유PD의 말을 본 기억이 있다. 과거 2년간 보고 배운 '1박 2일'의 시스템 안에서 많은 것들을 꿈꾸어 보았을 그에게, 이제 그것들을 실현시킬 기회가 왔다.

다행히도 반응은 긍정적이다. 객관적 지표인 시청률도 점차 상승하고 있고, 무엇보다 ‘재미있다’라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다시금 들리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PD로서 그의 성장과정을 함께 지켜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만큼 성장한 유호진 PD가 만들어낼 새로운 여행에 동참할 준비를 마치고 일요일 저녁을 기다리며 외치고 있다. “1박~ 2일!!”

lghee08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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