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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보다 더 빛난 손흥민의 투혼, 그것만이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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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보다 더 빛난 손흥민의 투혼, 그것만이 희망이었다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4.06.23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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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으로 뒤진 후반 5분 만회골, 후반 끊임없는 공격 본능으로 알제리 공략

[스포츠Q 이재훈 기자]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16강 진출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무너져가는 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대들보 역할을 자청한 선수가 있다.

팀의 맏형도 아니고 주장도 아닌, 막내 손흥민(22·바이어 레버쿠젠)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포르투 알레그리에 위치한 베이라 히우 경기장에서 열린 알제리와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H조 2차전서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2-4로 패했다.

비록 대표팀은 패배를 기록했지만 손흥민만큼은 유일하게 빛났다.

대표팀은 전반에 단 하나의 슛도 기록하지 못했다. 전반 슛 숫자는 0-12로 일방적으로 밀렸다. 그리고 중앙 수비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3골을 내줬다.

무너져가는 대표팀의 희망은 바로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0-3으로 뒤진 후반 5분 한 번의 터치로 알제리 수비수 3명을 제친 뒤 왼발 슛으로 자신의 월드컵 데뷔골을 만들었다. 이날 골은 대표팀의 월드컵 통산 30번째 골이기도 했다.

한국의 첫 유효슛이 손흥민의 골로 이어지면서 대표팀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특히 손흥민은 지치지 않고 부지런히 알제리의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이런 손흥민의 움직임에 알제리는 수비수 서너명이 달려들이 그를 집중 마크했다.

후반 27분 한국의 두 번째 만회골에서도 손흥민은 빛났다. 미드필드 진영에서 페널티지역 뒷 공간을 보고 올려준 공을 받아낸 것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이 공을 받으며 트래핑을 했고 이후 이근호에게 간 공이 구자철의 골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손흥민은 김신욱의 포스트 플레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알제리의 빈 공간을 노렸다. 두 선수의 특색있는 플레이와 끊임없이 돌파를 시도하는 손흥민에게 알제리 수비진도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라는 큰 무대에서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손흥민은 팀이 2-4로 크게 뒤지고 있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40분에는 전방에서 올라온 볼을 트래핑 실수로 기회를 놓친 손흥민은 그라운드를 치며 안타까워했다.

손흥민의 진가는 각종 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영국의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이날 손흥민은 드리블 돌파를 9회나 성공시켰다. 또 손흥민은 2개의 슛으로 1골을 넣었고 공을 잡은 7차례 가운데 상대방의 태클에 공을 뺏긴 것이 고작 한번에 그쳤을 정도로 정확한 볼 트래핑과 키핑 능력을 자랑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초반에 사소한 실수로 너무 많은 실점을 해 어려운 경기가 됐다. 후반전부터는 정신 바짝 차리고 했으나 결국 패했다. 전반부터 이랬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며 "벨기에전 각오는 따로 필요없을 것 같다. 벨기에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에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비록 대표팀은 패했지만 손흥민은 한국 축구에 투혼을 일깨웠다.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처럼 손흥민이 일깨워준 투혼으로 한국 축구가 벨기에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하늘도 감동해 기적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아니 굳이 기적을 바랄 것도 없다.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다시 한번 한국 축구의 희망이라는 것이 증명됐고 앞으로 월드컵은 계속 될테니 말이다.

steelheart@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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