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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의 절경 '월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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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의 절경 '월류봉'
  • 이두영 편집위원
  • 승인 2014.06.25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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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에 비친 정자 세월을 잊게 하네

월류봉 등산할까 강 따라 걸어볼까

매운탕에 다슬기까지 별미도 풍성

 

[스포츠Q 이두영 편집위원] 울룩불룩 솟은 봉우리들이 강물에 투영돼 수묵화를 빚는 곳이 있습니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 있는 월류봉입니다. 금강의 지류인 초강천을 끼고 있어서 멋들어진 산세가 돋보이는 월류봉. 달도 머물다가 간다니 환한 달이 강물에 비치는 여름밤이면 더욱 운치가 있겠군요. 비 온 뒤 안개에 감싸일 때도 멋질 것 같습니다. 얼마 전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 팀은 월류정 앞 강물에서 천렵경쟁을 펼치더군요. 맑은 강물에서 물을 튀기며 물고기를 잡고 파안대소 하는 모습이 제 유년시절을 보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월류봉으로 갔습니다. 대전 아래쪽, 남한의 중앙쯤에 위치한 영동은 금강이 굽이굽이 흘러 강을 보며 걷거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쏘가리, 동자개, 꺽지, 메기 등을 넣은 민물매운탕을 비롯해 어죽, 다슬기국밥 등 강에서 나는 재료로 음식을 하는 식당도 즐비합니다. 영동은 유명한 포도 산지여서 와인을 시음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 가장 높은 봉우리가 월류봉입니다.

 

▲ KBS 1박 2일 방송 화면.
▲ KBS 1박 2일 방송 화면.

 

▲ 금강의 지류인 초강천이 휘돌아 흐르는 곳에 월류정이 멋들어지게 서 있습니다.
▲ 월류정.
▲ 월류봉 일대.

 

월류봉은 높이가 해발 약 400m에 불과하지만, 춤을 추는 듯한 봉우리들의 이음새와 물굽이까지 뻗어 내린 지세 덕분에 거대한 자연절경이 연상됩니다. 봉우리 5개가 늘어선 모습이 용이 꿈틀거리는 형상을 빚어냅니다. 이 형상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 ‘기룡대’입니다. 휘어진 물굽이 앞에는 월류정이라는 정자가 얹혀 있습니다. 조선후기 진경산수화가 떠오르는 풍경입니다. 이곳에서 물을 첨벙거리며 동심으로 돌아간 김종민, 데프콘 등 1박 2일 팀이 부러웠습니다. 월류정 옆 백사장에서는 드라마 ‘해신’이 촬영되기도 했습니다.

이 경치를 보려면 황간면 원촌리 ‘월류봉 광장’으로 가면 됩니다. ‘원촌’은 조선의 대학자 우암 송시열이 머물던 한천서원이 있던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한천서원은 조선 후기 대원군의 서원철폐 정책에 의해 허물어졌고 나중에 복구될 때 한천정사로 바뀌었습니다. 송시열은 월류봉 일대를 한천8경이라 칭송했습니다. 맑고 시린 물줄기와 기이한 산세가 어우러진 비경을 보러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왔다지요?

월류봉에 올라 사행천의 곡선미를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주민에게 물어보니 제1봉(월류봉)에서 제5봉까지 걷는 시간은 1시간 내지 1시간 반 정도 걸리지만 산행 시작 지점과 완료 지점이 너무 멀어 평지에서 1시간 이상 더 걸어야 한답니다. 등산로 초입은 에넥스황간공장 뒤쪽입니다. 원촌리 월류정 앞 주차장에 차를 두고 왼쪽으로 한참 걸어가도 등산로가 나옵니다. 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걷는 시간을 3시간 이상 계획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초강천.
▲ 한천팔경의 하나인 산양벽 아래로 초강천이 무심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 초강천.

 

▲ 솔티재에서 바라보이는 원촌리와 월류봉.

 

산행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호젓한 강물을 따라 걸었습니다. 강 주변은 거칠고 투박했지만 인공미가 가해지지 않은 강과 풀숲은 지친 마음을 풀어놓기에 한없이 편안하고 넓었습니다. 무수히 많은 조약돌과 이름 모를 풀꽃, 강물 위를 유유히 나는 물새, 떼 지어 풀숲을 흔드는 메뚜기! 한 가지라도 정겹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한천팔경의 하나인 ‘산양벽(병풍처럼 발달한 기암절벽)을 지나 바위들이 군집을 이룬 강여울에서 해찰하기도 하고, 까맣게 익은 버찌 열매를 따 먹고 처음 본 사람끼리 쥐 잡아 먹은 입술로 웃기도 하며 시간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버찌의 검붉은 색소는 강력한 항암 및 소염 효능을 지닌 안토시안이 듬뿍 들어 있어서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 금강 발원지에 관한 스토리

금강은 이름처럼 비단결처럼 고운 강입니다. 전북 장수에서 발원해 대전을 크게 휘감고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를 스친 다음 백제의 도읍지였던 공주와 부여를 지나 군산 앞바다까지 약 400km를 얌전하게 흐릅니다.

금강의 발원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할까요?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의 ‘수분치(수분재)’라는 고개는 금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이라는 뜻에서 그런 이름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도로명주소 시행 이전에는 동네 이름도 수분리였습니다.

해발고도가 600m쯤에 이르는 이 고개 정상에는 주막이 있었는데 빗방울이 지붕의 남쪽 사면에 떨어지면 섬진강으로, 북쪽 사면에 떨어지면 금강으로 흘렀다고 합니다. 강의 원류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곰곰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얘기입니다. 고개에 있던 주막은 지난 90년대에 실시된 도로공사로 헐려 없어지고 그 대신 지어진 수분치 휴게소가 들어서 있습니다. 금강의 발원지는 수분재 부근에 있는 뜬봉샘입니다.

 

<잔혹한 역사의 기억-노근리>

▲ 노근리 평화공원 옆의 쌍굴에 기관총 자국이 무수히 남아 있습니다.

 

▲ 노근리 평화공원의 야외 전시물.

역사는 누군가에게는 영광이고 누군가에게는 잔혹입니다. 역사는 진실과 정의와 상관없이 이긴 자들의 기록입니다. 특히 전쟁의 역사는 더욱 그러하지요. 전쟁은 때로 우월한 자들의 놀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위안부의 존재를 아직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행태가 대표적입니다. 대한민국의 형 노릇을 자처하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1950년 7월 25일 미군은 영동읍 주민 500~600명을 남쪽으로 대피시켜주겠다며 꼬여내 야간에 노숙시키고 다음 날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철로 위로 이동시켜 무스탕 전투기에서 기관총으로 쏘아 갈겼습니다. 주민들은 기겁해서 철로에서 뛰어내려 굴다리(노근리 쌍굴)로 숨어들었고, 이후 미군은 3일 동안 굴다리가 빤히 보이는 산에 기관총을 설치하고 무차별 사격을 했답니다. 영동군청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신고된 피해 인원은 사망자 177명, 행방불명 20명, 부상 51명이었습니다.

이후 노근리 주민들은 미국에 진상규명과 배상 요구를 계속 했지만 묵살당했습니다. 그러다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로 한미양국 조사단이 꾸려져 사건 전모가 드러났지만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양민학살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보상은 거절했습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지난 25년 동안 재임한 미 대통령 중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힌 클린턴에게도 노근리 사건은 저수지의 개구리에게 돌멩이 몇 개 던진 유희로 생각되었던 모양입니다.

현재 굴다리에는 기관총 난사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습니다. 영동군은 진실을 알리고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뜻에서 굴다리 옆에 ‘노근리 평화공원’을 마련했습니다. 영동에 가시면 꼭 가보시기 바랍니다. 역사의 이해는 책보다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입장료도 주차료도 없습니다.

 <행복호르몬을 자극하는 옥계폭포>

▲ 옥계폭포. 가뭄이 계속되던 시기에 찍은 것이라 수량은 적습니다.

영동군 심천면 마곡리에 위치한 옥계폭포는 신록이 우거진 바위지대에서 물줄기가 20m 정도로 떨어지는 비경입니다. 이 멋진 폭포 앞에 인공다리를 설치하지 않았더라면 눈부신 자연미가 확실히 돋보였을 텐데 아쉽습니다. 박연폭포는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곱히는 난계 박연과 인연이 있어서 박연폭포라고도 합니다. 난계 선생의 고향은 인근에 있는 고당리입니다. 수려한 금강이 바라보이는 곳에 난계 국악박물관, 난계 국악기체험 전수관, 난계사(사당) 등이 들어서 있습니다.

 

* 여행정보

▲ 올갱이국밥.

자동차로 가면 원촌리 ‘월류봉 광장’에 주차하면 됩니다. 주변에 한천가든, 감나무집, 강산가든, 월류봉가든 등 식당과 민박집, 펜션이 있습니다. 쏘가리 매운탕, 올갱이국밥 등 평소 도심에서 먹지 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올갱이, 올뱅이는 다슬기의 방언입니다. 열량이 적은 대신 단백질, 철, 칼슘, 인 등이 고루 들어 있는 매혹적인 음식이지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다슬기 국물에 부추를 썰어 넣고 밥 한 그릇 말아 먹으면 개운합니다. 다슬기는 피로회복과 염증 완화에 좋습니다. 가는 길은 경부고속도로 황간 나들목에서 빠져나가 우회전해 10분만 가면 됩니다.

월류봉에서 노근리 평화공원까지는 자동차로 10분 정도 걸립니다. 노근리에서 옥계폭포까지는 40분 정도 걸립니다. 민물고기 매운탕이나 올갱이국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은 매우 많습니다.

travel220@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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