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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까지 물어뜯은 악마의 '치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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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까지 물어뜯은 악마의 '치아'레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25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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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레스, 유럽리그 이어 벌써 세번째 악행...핸드볼 파울·인종차별에 끝내 월드컵 모독까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우루과이 스트라이커 루이스 수아레스(27·리버풀)의 악행이 월드컵까지 모독했다.

제 버릇 남 못준다는 속담이 있듯이 그의 '핵이빨'은 전세계 축구축제인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악마의 그것처럼 번뜩였다.

수아레스는 25일(한국시간) 브라질 나타우의 에스타디우 다스 두나스에서 열린 이탈리아와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D조 최종전에서 조르조 키엘리니(30·유벤투스)의 어깨를 물어 큰 논란을 남겼다.

이날 경기는 우루과이가 반드시 이겨야만 16강에 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탈리아로서는 비겨도 골득실에서 앞서 16강에 나갈 수 있었기에 그리 급한 상황은 아니었다.

다만 이탈리아는 이미 경기 도중 거친 파울로 퇴장당해 수적 열세에 직면해있었고 우루과이가 이를 놓치지 않고 거센 공격을 하던 때였다.

그러나 수아레스는 공격을 잘 풀어가지 못했다. 키엘리니 등 이탈리아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방어에 종종 짜증을 냈고 치열한 자리 다툼에서도 밀리기만 했다.

결국 후반 34분 수아레스는 페널티지역 안쪽에 있던 키엘리니와 다시 한번 자리 다툼을 벌이던 중 순간적으로 왼쪽 어깨를 물었다.

수아레스는 뻔뻔하기까지 했다. 고통을 참지 못한 키엘리니가 강하게 뿌리치자 수아레스는 자신이 치아에 가격을 당했다는 듯 입을 감싸쥐고 쓰러지는 비양심적인 행동까지 보였다.

주심과 부심 모두 광경을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아레스에게 파울을 선언하지 않았고 키엘리니는 물린 자국이 선명한 어깨까지 드러내보이며 강하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수아레스의 악행이 그냥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루과이가 일단 16강에 오르긴 했지만 당장 FIFA에서 수아레스의 '핵이빨'에 대해 조사에 들어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비디오 판독을 통한 사후징계가 이뤄진다면 수아레스의 이번 월드컵은 이탈리아전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 '핵이빨'은 벌써 '전과 3범'

수아레스가 경기 도중 상대 선수를 물어뜯은 행위는 벌써 세차례나 된다. 법적으로 따지면 '전과 3범'이고 '삼진 아웃'이 되어야 할 상황이다.

수아레스의 핵이빨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약스 암스테르담에서 뛰던 수아레스는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PSV 아인트호번과 경기에서 오트만 바칼(29·페예노르트 로테르담)의 목을 물어 뜯어 7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어 수아레스는 리버풀로 이적한 뒤에도 가차없이 상대 선수를 물어뜯었다. 2013년 4월 21일 첼시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정규리그 경기에서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30)의 팔을 물어 뜯었다. 수아레스는 이 때문에 무려 10경기 출장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수아레스의 악행에 놀란 리버풀 구단주는 팀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수아레스는 다른 팀으로 이적시킬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 인종차별에 고의 핸드볼 파울까지

수아레스의 악행은 깨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FIFA 등 축구계에서 금기시하고 있는 상대 선수에 대한 인종차별에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고의 핸드볼 파울까지 기록했다.

2011년 10월 수아레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경기 도중 파트리스 에브라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을 내뱉었다.

수아레스는 이로 인해 8경기 출장 정지 처분과 함께 벌금 4만 파운드(7200만원)를 부과받았지만 반성하지 않았다. 다음 해 리턴매치에서 수아레스는 에브라와 악수를 거부함으로써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다고 버텼다.

수아레스의 고의 핸드볼 파울은 축구의 신성함을 모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가나와 8강전에서 수아레스는 우루과이 골문 안으로 들어가던 공을 마치 배구 스파이크 하듯 손으로 쳐내 퇴장당했다. 가나는 페널티킥을 얻었지만 실축하면서 이를 살리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우루과이가 4강에 올라갔다.

수아레스는 경기장 바깥으로 걸어나가다가 가나의 페널티킥 실축 장면에 환호함으로써 적지 않은 축구팬들에게 '밉상' 이미지를 전달했다.

◆ 계획된 것이 아닌 우발적인 행동이어서 더 고치기 힘들어

'핵이빨'로 낙인 찍힌 수아레스의 이같은 행동은 계획된 것이 아니라 우발적인 것이어서 고치기가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1년 전에 수아레스가 똑같은 행동을 보일 것이라고 예견한 전문가도 있었다.

스포츠 심리학자인 토마스 포셋은 지난해 4월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수아레스가 무는 행위를 하는 것은 계획된 행동이 아니다. 매우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라며 "수아레스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다면 향후 5년 이내에 이런 일이 다시 한번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나 축구팬, FIFA 등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태세다. 이미 앞서 두번이나 같은 행동을 저지른 전력은 수아레스를 '용서할 수 없는 자'로 낙인찍기에 충분하다.

피해자인 키엘리니는 경기가 끝난 뒤 이탈리아 스카이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수아레스는 마치 뱀처럼 사악한 인물"이라며 "FIFA가 비디오 판독을 통해 수아레스에게 강력한 징계를 내리는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그런데 주심은 문 자국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월드컵을 지켜보고 있는 전현직 선수들도 수아레스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리오 퍼디난드(36·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수아레스는 며칠 전만 해도 영웅이었다. 그가 사람을 먹지 않았다고 말해달라"고 지적했고 마이클 오언(35) 역시 "그의 경기를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기분이 참담하다.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또 마이크 타이슨의 핵이빨에 귀를 물어뜯긴 적이 있는 복싱선수 에반더 홀리필드는 트위터에 "신체의 어느 곳도 먹으라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BBC 방송 해설자로 활약하고 있는 앨런 시어러도 "이번 일을 믿을 수가 없다. 이번 일은 정말 있어서는 안될 일이며 FIFA에서 강력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며 "대체 수아레스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비판을 가했다.

FIFA도 이번 일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분위기다. FIFA는 아일랜드 RTE방송 등과 인터뷰에서 "공식 경기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다"며 "수아레스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모든 자료를 모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영국 BBC 방송은 FIFA가 강력한 징계를 내린다면 24경기 출장 정지 또는 2년의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수아레스는 잉글랜드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2골을 넣으며 우루과이를 위기에서 구해낸 '영웅'이 됐다. 그러나 불과 나흘만에 그는 자신의 감정도 주체하지 못하는 '야수'로 다시 전락했다. 한때 거액의 이적료로 레알 마드리드로 갈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몸값이 크게 뛰었던 수아레스에게 선수 생활 최대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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