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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히트노런' 찰리, 타고투저에 답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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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히트노런' 찰리, 타고투저에 답을 던지다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4.06.25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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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자유자재 조절·공격적인 피칭, 노히트 노런의 핵심

[스포츠Q 이재훈 기자] 한국 프로야구에서 14년동안 자취를 감췄던 대기록이 NC 외국인 투수 찰리 쉬렉으로 인해 깨어났다.

찰리는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와 원정경기에서 9이닝동안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고 탈삼진 7개를 잡아내며 볼넷은 3개만을 허용하며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2000년 5월 18일 송진우(당시 한화)가 광주 무등구장에서 해태를 상대로 기록한지 14년 만에 한국 프로야구에서 나온 노히트 노런 대기록이었다. 특히 찰리의 이날 기록은 역대 11번째 기록이자 외국인 투수로는 처음으로 나온 것이었다.

이날 찰리는 9회까지 투구수 110개를 기록하며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투수들이 잘 던졌다고 평가받는 이닝 당 투구수가 보통 14개 정도임을 따져보면 찰리는 상당한 투구수를 절약하며 대기록을 완성한 것이다.

찰리의 노히트 노런의 첫 비결은 구속을 자유자재로 조절한 '오프 스피드'였다.

▲ 찰리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사진=NC다이노스 제공]

◆ 투구는 타이밍 싸움, 완급 조절로 대기록 이루다

현대야구에서 가장 떠오르는 투구의 핵심은 완급 조절이다. ‘투구는 타이밍을 뺏는 것’이라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 워렌 스판의 말처럼 투수가 타자를 제압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은 것이 ‘완급 조절’, 즉 오프 스피드를 활용한 투구다.

이날 찰리의 비결도 ‘오프 스피드’였다. 1회말 오지환과의 맞대결에서 이를 보여줬다. 찰리는 빠른 공으로 초구를 보여준 뒤 2구째는 낙차 큰 시속 119km 커브, 3구째는 시속 130km짜리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연이어 잡았다.

이후 찰리가 승부를 건 것은 5구째 던진 시속 142km 빠른 공이었다. 오지환은 이를 쳐냈으나 타이밍이 맞지 않았고 결국 3루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이어진 정성훈과의 승부에서는 힘을 붙였다. 빠른 공 위주로 던지며 초구 커브를 제외하면 8구째까지 빠른 공으로 승부를 걸었다. 8구째에 찰리는 이날 두 번째로 빠른 구속인 시속 146km를 던졌고 파울이 되자 9구째에는 시속 123km 커브로 변화를 줬다. 낙차 큰 커브에 타이밍이 흐트러진 정성훈은 퍼 올리는 타격에 급급했고 결국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 찰리가 24일 LG전에서 위기를 넘긴 뒤 야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이외에도 찰리는 슬라이더와 컷 패스트볼, 투심 등 다양한 구질을 조합했다. 투수에게 가장 힘들다는 6회말에 찰리는 외국인 타자 조쉬 벨에 시속 140km 투심으로 2루 땅볼, 2사 후 박경수에게는 시속 138km짜리 컷 패스트볼을 구사해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또 찰리는 이날 빠른 공 35개 가운데 54% 정도에 해당하는 19개를 스트라이크로 꽂아 넣었다. 그러나 투심과 컷 패스트볼은 모두 31개를 던져 23개를 스트라이크로 넣어 74%의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힘있는 피칭과 함께 약간의 구속차를 보인 변칙 투구로 타이밍을 뺏은 것이다.

◆ 볼넷 줄이는 공격적인 피칭, 카운트 유리하게 이끌어

이날 찰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볼넷을 주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이날 오지환에게 처음으로 볼넷을 내줬는데 그 때 가장 긴장됐다”고 이야기했다.

투수는 필요할 때 볼넷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가급적이면 볼넷을 주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압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타고투저로 꼽히는 올 시즌에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도 볼넷이었다. 지난 시즌 경기 당 볼넷은 3.77개에 그쳤으나 올 시즌은 3.93으로 다소 증가했다. 2012시즌 3.47개의 볼넷에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만큼 투수들의 제구력과 함께 공격적인 피칭이 필요해지고 있다. 찰리는 이 부문에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이날 찰리는 110개의 투구수 중 69개의 공을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62%의 스트라이크를 기록했는데 좋은 제구력이긴 하나 정교한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찰리는 매번 2~3구 안에는 꼭 스트라이크를 잡아냈을 정도로 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어 갔다. 여기에 빠른 승부로 타이밍을 빼앗는 공격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올해는 외국인 타자의 등장으로 경기당 5.75득점을 자랑하는 극강의 ‘타고투저’가 진행됐다. 지난해만해도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가 3명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선발과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무너지고 있는데다 9개 구단 투수 가운데 이날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찰리만 2점대(2.99)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찰리의 이번 피칭이 무엇보다 빛난 것은 여기에 있다. 극강의 타고투저라 할지라도 꿋꿋이 자기 공을 제대로 던지고 타자를 상대로 공격적으로 임하면 통한다는 것이다. 과연 지난해 지난해 11승 7패 평균자책점 2.48의 성적으로 평균자책점 1위 타이틀을 거머쥔 찰리가 올 시즌에도 이 부문 1위 올라 2년 연속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투수’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teelheart@sport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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