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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클래스를 높이는 메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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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클래스를 높이는 메시의 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26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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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전 멀티골 폭발, 35m짜리 프리킥 골도 작렬...네이마르와 4골로 골든슈 경쟁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아르헨티나는 '메시 원맨팀'으로 비판을 받고 있지만 리오넬 메시(27·FC 바르셀로나)만큼은 비난할 수 없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폭발하기 시작한 그의 골 본능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메시는 26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의 에스타디오 베이라 히우에서 벌어진 나이지이라와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F조리그 최종전에서 전반 3분과 전반 추가시간에 멀티골을 넣으며 아르헨티나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승리로 3연승을 거두면서 편안하게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상파울루에서 다음달 2일 벌어지는 아르헨티나의 16강전 상대는 E조 2위를 차지한 스위스다.

◆ 아직까지 우승후보 모습이 아닌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가 브라질과 함께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앞선 두차례 조별리그 경기에서는 여지없이 체면을 구겼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첫 경기에서는 상대의 자책골에 편승해 간신히 2-1로 이겼고 이란과 두번째 경기에서도 극단적인 수비를 뚫지 못한채 후반 추가시간에야 메시의 결승골이 터지면서 승리했다.

아르헨티나가 3연승으로 F조 1위를 차지했다고는 하지만 상대를 압도하는 전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우승후보로 평가받기엔 다소 모자람이 있다.

F조를 평가하면서 아르헨티나는 다른 팀에 비해 너무나 압도적이기 때문에 너무 편안하게 16강에 오를 것으로 봤다. 그러나 세 경기 모두 한 골 차이의 아슬아슬한 승리였다. 3연승이라고 해도 당초 예상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그 이유를 찾아보면 역시 메시 한 명에게 공격력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에는 곤살로 이과인(27·나폴리), 세르히오 아궤로(26·맨체스터 시티), 앙헬 디마리아(26·레알 마드리드) 등 탁월한 골감각을 지닌 선수가 여럿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그 레알 마드리드에서 2006~2007 시즌부터 2012~2013 시즌까지 일곱 시즌을 뛰면서 정규리그 190경기에서 107골을 넣었던 이과인은 2013~2014 이탈리아 세리에A 정규리그 31경기에서 17골을 기록하며 탁월한 골감각을 자랑했다.

아궤로 역시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정규리그 23경기에서 17골을 넣었다. 디마리아는 올시즌 4골로 부진했지만 무려 18개의 어시스트를 전달하며 소속팀의 공격력에 힘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월드컵에 나선 아르헨티나는 작정하고 메시의 득점력에 의존하는 듯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아르헨티나의 모습은 메시의 득점력이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 디마리아, 이과인, 아궤로가 뒤에서 지원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가 기록한 득점 가운데 상대 자책골 하나를 제외한 5골에서 메시의 득점이 4골이다. 전형적인 특정 선수 '원맨팀'이다.

◆ 원맨팀이지만 너무나 강력한 '원맨' 메시

이쯤 되면 메시만 막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못하다. 바르셀로나의 주 득점원인 메시를 알면서도 막지 못하듯이 이번 월드컵 무대에서도 메시에게 집중 견제에 들어가지만 조그만 틈도 놓치지 않는다.

이란과 2차전에서 메시의 진가는 더욱 빛났다. 이란의 밀집수비에 전혀 제몫을 해주지 못하던 메시는 후반 추가시간 순간적으로 이란의 수비가 느슨해지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골을 넣었다.

나이지리아와 3차전에서도 전반 3분 디마리아의 슛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혀 흘러나온 공을 달려들면서 강력한 왼발슛으로 결정지었다. 메시의 순간 스피드에 나이지리아 수비들이 미처 따라잡지 못한 결과이기도 했다.

또 메시는 이날 프리킥으로도 득점 하나를 올렸다. 메시는 전반 추가시간 나이지리아 골문에서 35m 정도 떨어진 미드필드 지역에서 왼발로 감아차 오른쪽 골망을 흔들었다.

당시 나이지리아 골키퍼는 수비벽에게 오른쪽을 맡겨두고 왼쪽만을 지키고 있었지만 메시의 왼발 감아차기는 벽을 넘어 정확하게 오른쪽 골망에 꽂혔다. 벽을 넘어 뚝 떨어지는 궤적에 나이지리아 골키퍼도 꼼짝하지 못했다. 특히 메시는 앞선 프리킥 상황과 똑같은 궤적으로 골을 만들어내는 대담함도 보여줬다.

메시의 이날 활약은 상대팀 감독조차도 혀를 내두르게 했다.

나이지리아의 스티븐 케시 감독은 "메시는 정말 대단하고 축복받은 선수다. 그를 막을 수 없다"며 "아르헨티나에는 뛰어난 자질을 지닌 선수가 많지만 메시는 목성에서 온 사나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가 닮았다?

기록만 보면 지금 아르헨티나의 공격력은 메시 한 명에게 의존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메시의 소속팀인 바르셀로나와 비교하면 메시 한 명의 득점에 의존한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바르셀로나에는 칠레 공격수 알렉시스 산체스(26)와 브라질의 네이마르(22)가 메시와 함께 공격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지만 역시 중심은 메시다.

메시는 올시즌 프리메라리가 31경기에서 28골을 넣으면서 팀내 최다골을 기록했다. 물론 50골을 넣은 2011~2012 시즌과 46골을 기록한 2012~2013 시즌과 비교할 때 적은 수치지만 이마저도 다른 선수들이 근접하기가 쉽지 않은 기록이다. 메시이기에 부진한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메시가 약간 부진(?)한 공백은 정규리그 34경기에서 19골을 기록한 산체스가 메웠다. 데뷔 시즌이었던 네미아르도 9골로 힘을 보탰다.

메시가 혼자서 50골을 몰아치고도 바르셀로나가 우승을 차지했듯 한 명의 득점에 집중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볼 수 없다.

다만 바르셀로나는 강력한 미드필드진과 포백 수비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는 아직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좌우 풀백의 활발한 오버래핑이 아직까지 부족해 메시의 결정력에 모든 것을 기대고 있다. 조별리그는 어떻게 넘겼을지 몰라도 강호들이 즐비한 토너먼트에서도 메시 혼자만의 활약에 풀릴지는 알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바르셀로나의 산체스와 네이마르가 득점에 가세하는 것처럼 이과인, 디마리아도 적극적으로 득점에 가세해야 한다. 이과인은 나이지리아전에서 2개의 슛에 그치며 득점력에 좀처럼 힘을 보태지 못했다. 그나마 디마리아가 전반 3개, 후반 2개 등 모두 5개의 슛을 때린 것이 위안거리다.

◆ '메시아' 메시, 스위스와 16강전이 진정한 시험대

월드컵 본선 데뷔팀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수비 위주의 축구만 펼친 이란을 비롯해 나이지리아와 경기를 치른 아르헨티나의 도전은 이제부터다 본격적인 시작이다.

아르헨티나가 만나는 팀은 스위스다. 스위스가 프랑스전에서 대패했다고는 하지만 강력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팀이어서 특정선수의 개인기에 쉽사리 무너질 팀이 아니다.

네이마르와 함께 4골로 '골든슈'(득점왕) 경쟁에서 맨 앞에 선 메시가 계속 지금과 같은 득점 행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스위스의 장벽도 뚫어야 한다. 메시에게 쏠릴 집중 견제는 이전보다 훨씬 강해질 것이다. 메시가 진정한 '메시아'가 되기 위한 첫번째 시험대다.

나이지리아전에서 후반 20분에 교체돼 65분만 뛰고서도 경기 최우수선수(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된 메시는 "어릴 적부터 상상했던 경기를 오늘 했다. 꿈이 현실이 됐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시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며 브라질 월드컵의 클래스를 한층 높여놨다.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스위스와 경기에서도 그의 발끝이 빛난다면 월드컵의 클래스는 더욱 격상될 것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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