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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클럽축구와 공생할 수 있는 학원축구 개선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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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클럽축구와 공생할 수 있는 학원축구 개선방안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12.10 0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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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전술·체력·심리 등 균형 발전할 수 있는 훈련 개발 필요…승리 지향 벗어나기 위한 시스템 개선 절실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한국 엘리트 스포츠 체계는 학원스포츠와 클럽스포츠의 두 축이 있다. 그러나 클럽 시스템이 확고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원스포츠가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주류가 되고 있다. 이는 야구는 물론이고 농구, 배구 등 모든 종목이 해당된다. 축구라고 다를 것은 없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학원축구 시스템에서 육성된 선수들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에 어린 선수들의 성장과 기술 완성이 아닌 성적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클럽 중심의 유소년 육성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스포츠 정책도 바뀌어 엘리트 스포츠 못지 않게 생활 스포츠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또 학원 위주의 스포츠로 스포츠인들의 처우가 열악해지고 여성 종목에 대한 지원이 간과되는 등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가 9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진행한 2015 협회 기술 세미나에서 참석한 현장 지도자들이 경청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유소년 체계의 중요성, 선수들의 기술은 18세 이전에 완성된다

대한축구협회가 9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진행한 2015 대한축구협회 기술 세미나에서는 유소년 축구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학원축구의 육성과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유소년 축구가 든든한 뿌리로서 자리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모아졌다.

이날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패스와 크로스 미스를 비롯해 볼 컨트롤 미숙 등 선수들의 개인기 부족을 지적했다. 대표팀 선수들의 실수 영상을 보여준 슈틸리케 감독은 "이런 기술로는 국제축구연맹(FIFA) 25위 이내의 강팀을 이겨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용수 협회 기술위원장 역시 선수들의 기술이 떨어지는 것에 동감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경기력 향상을 위한 연령별 핵심훈련 프로그램' 브리핑을 통해 "축구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국 축구의 경기력을 세계 8강 수준팀과 비교해 지표화한 결과 슛과 골 결정력, 창의력, 위치선정, 역습, 경기지배력 모두 떨어진다고 나왔다. 스피드와 순간 질주 속도, 지구력 등은 높게 나왔지만 민첩성이나 유연성, 신체조정능력 역시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 유소년과 청소년을 지도하는 지침은 ▲ 일시적인 결과보다 선수의 성장을 중요하게 여긴다 ▲ 선수 스스로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 칭찬을 통해 동기를 부여한다 ▲ 축구를 통한 즐거움을 공유한다 ▲ 기본기와 기술습득을 최우선으로 한다 ▲ 선수들의 가능성과 다양성을 열어준다 ▲ 깨끗한 축구문화를 만든다 등 7가지로 해야할 것"이라며 "개인 기술은 가능한 어렸을 때 시작하고 지구력이나 체력훈련은 유연성과 균형훈련이 완료된 다음에 천천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일선 지도자들이 승리와 성적에 초점을 맞추면서 학생 선수들을 지도하다보니 기본기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오히려 선수의 성장과 가능성, 다양성을 막고 있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성적을 올려야만 상급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 학원축구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9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기술세미나에서 경기력 향상을 위한 연령별 훈련 프로그램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학원축구, 운영시스템 개선 통해 새로운 훈련과 학습권 보호 강구해야

윤영길 위원은 '학원축구 육성 및 개선방안'에서 팀 운영 시스템 개선이 일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윤 위원은 "현재 학원축구는 전인교육의 부재와 함께 진학과 프로 진출 문제가 걸려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고 지도자 역시 불안정한 신분으로 성적을 지향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며 "무엇보다도 학원축구 훈련과정을 새롭게 개발하는 한편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호해주고 지도자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원축구 훈련은 앞으로 기술과 전술, 체력, 심리 등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균형있게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며 "훈련과 경기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초 능력을 길러내야 한다. 또 지도자들은 축구이론과 실기, 과학을 이해하면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기술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윤 위원은 "선수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최저학력제 도입, 학교 활동 지원, 온라인 강좌 시스템 채택, 멘토링 시스템 및 다양한 학습 지원 프로그램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진학제도 역시 선수경력과 대회 성과만을 보고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학업성취도와 성장역량까지 모두 고려해 선수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 클럽 육성시스템 구축하려면 연령별·수준별 다양한 리그 운영돼야

최재성 위원은 클럽축구가 제도권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클럽 육성시스템 구축을 위한 리그가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은 "앞으로 유소년 축구 참여 증진과 클럽팀 육성 활성화를 위해 ▲ 연령별·수준별 다양한 리그 운영 ▲ 양질의 유소년 축구 프로그램 개발 보급 ▲ 즐기는 축구로의 유소년 육성 패러다임 변환 ▲ 눈높이를 고려한 다양한 훈련과 경기, 시설 적용 ▲ 유소년 지도자의 교육 강화 ▲ 학원축구팀 육성 지원 및 학교교육과정 연계 강화 ▲ 유소년 축구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 지역축구협회와 프로구단의 적극 참여 유도 등이 필요하다"며 "또 대한축구협회 중심으로 정부와 지자체, 민간단체, 학교, 프로구단의 협력체계가 구축되는 것도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정태석 위원은 "현재 유소년 선수들은 연 평균 15세 이하의 경우 4~5회, 18세 이하의 경우 3~4회 정도 훈련 또는 경기를 통해 부상을 당한다. 연간 부상 경험 역시 절반을 넘고 수술 치료 경험 역시 10%를 훌쩍 넘고 있다"며 "유소년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훈련량이나 빈도, 휴식일, 전지훈련 기간, 연습경기 수 등 직간접적인 위험 요인을 적정수준으로 조절하고 부상 현장 응급처치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또 부상 재발을 막기 위해 양질의 치료와 재활을 받을 수 있는 정보 제공이 필요하고 체계적인 부상방지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 마련도 절실하다"고 밝혔다.

또 정 위원은 "부상유발 위험요인 관리와 응급처치 시스템 등 단기 개선방안 외에도 FIFA 부상예방 프로그램 실행 회원국에 가입해 부상예방 프로그램 실행 재원을 마련하고 국내 강사를 육성해 지도자와 팀을 대상으로 순회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며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선수관리 프로그램 개발과 체력과 부상 정보를 한꺼번에 관리하는 빅데이터 센터를 설립해 부상 및 체력발달 모니터링 플랫폼울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최진철 U-17 대표팀 감독(왼쪽부터)과 김인완 U-20 대표팀 코치, 장외룡 기술부위원장, 이용수 기술위원장,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최순호 협회 부회장, 최만희 대외협력국장이 9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기술세미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취재후기] 슈틸리케 감독은 "당장 승리보다 자신이 길러낸 선수가 성인 무대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유소년 지도자들에게 더 뿌듯한 것이 아니겠느냐. 독일에서 연령별 대표팀을 맡으면서 좋은 성적을 내진 못했지만 가르쳤던 선수들이 필립 람, 마누엘 노이어 등 지금 독일 축구를 이끌어가고 있는 주역이 된 것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일선 지도자들은 이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성적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한계에 대해 한숨을 내쉬었다. 학원축구의 전반적인 개선과 클럽축구의 균형 발전이 한국 축구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방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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