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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제언] 한국축구, '엿세례'에 담긴 의미 되새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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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제언] 한국축구, '엿세례'에 담긴 의미 되새겨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30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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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긴급진단 태스크포스팀으로 철저한 진단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브라질에서 세계 축구와 경쟁한 뒤 귀국한 태극전사들에게 '분노의 엿'이 날아들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당시 북한에 진 이탈리아가 귀국하면서 토마토 세례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도 태극전사들이 이런 수모를 당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16강 진출이라는 일차목표를 달성하지 못한채 30일 오전 귀국했다. 모두 우울하고 굳은 표정이었다. 팬들도 속상하겠지만 패배를 당하고 온 그들이 더 억울하고 속상할 터였다.

그런 와중에 난데없는 엿세례는 대표팀 선수들과 축구협회 관계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역대 한국 월드컵 대표팀도 귀국 현장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굴욕의 엿세례였기 때문이다.

대승적인 입장에서 위로해주고 격려해주자는 목소리가 더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대표팀을 격려만 해주는 것만이 능사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 [인천국제공항=스포츠Q 노민규 기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30일 귀국한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해단식 도중 엿세례를 받자 당황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노란 엿들이 선수들 앞에서 널브러져 있다.

◆ 도움 안된 지원 시스템, 추락한 기술위원회 위상

이번 월드컵 대표팀에 대한 대한축구협회의 지원시스템에 대해 비판이 적지 않다. 물론 대표팀이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결과론으로 나올 수 있는 목소리일 수도 있지만 이미 전지훈련을 떠날 때부터 고개를 갸우뚱거릴만한 일이 많았다.

대표팀이 1월에 훈련캠프인 포즈 두 이과수에서 훈련하고 브라질 입성 전 마이애미에서 훈련한 것부터가 판단 실수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학범 스포츠Q 논평위원은 "1월 전지훈련에 참가했던 선수 가운데 과연 이번 대표팀에 몇 명이나 들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선수들이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전지훈련을 한 것이 과연 옳았는지도 재고해야 한다"며 "또 브라질 현지 날씨와 마이애미의 기후는 엄연히 다르다. 마이애미에서 왜 훈련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지훈련 외에 부상 선수에 대한 정확한 판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박주호(27·마인츠)는 봉와직염으로 봉합수술을 받았다며 제외해놓고서 김진수(22·호펜하임)는 오른쪽 발목을 다쳤음에도 곧 나을 것이라며 안일하게 엔트리에 포함시켜다가 다시 이를 교체하는 소동을 겪었다.

이에 대해 대표팀 주치의와 의무분과위원회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스포츠Q 노민규 기자]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30일 귀국한 가운데 손흥민이 어두운 표정으로 입국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오른쪽은 대표팀과 동행했던 황보관 축구협회 기술위원장.

또 기술위원회는 여전히 유명무실했다. 기술위원회는 대표선수 선발과 함께 지도자 양성, 축구 기술자료 분석 등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는 대표팀의 핵심 브레인이다.

하지만 기술위원회는 이번 월드컵에서 상대팀 분석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오직 톤 뒤샤티니에 코치가 전적으로 담당하다보니 기술위원회는 유명무실해졌다. 특정 인물에 의해 상대팀 분석이 이뤄지다보니 시기가 늦었고 그나마도 알제리전에서는 5명의 선수를 바꾸는 변칙 전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만약 기술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됐더라면 축적된 자료를 통해 알제리가 변칙과 파격전술로 나왔더라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술위원회는 상대팀 분석을 코치 한 명에게 거의 맡겨놓는 것도 모자라 이를 제대로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번 대표팀은 첫 경기에 모든 초점을 맞추다보니 러시아에 대해서만 분석을 집중했을 뿐 알제리와 벨기에를 상대로는 제대로 분석을 하지 못했다. 실제로 선수들이 함께 참여하는 알제리 전력 분석 미팅이 경기 사흘 전에서야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주먹구구식으로 월드컵을 준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체력 강화 시스템도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 축구가 대세를 이뤘다. 이는 바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4강 신화의 원동력이 됐던 한국 축구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에서는 그런 힘이 드러나지 않았다. 전진 압박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중앙 수비는 계속 뚫렸고 알제리전에서 4골이나 내주는 참패로 이어졌다. 다른 선수들은 아직 체력이 남아있는데 대표팀의 일부 선수가 근육에 경련이 나는 모습도 나왔다.

▲ [인천국제공항=스포츠Q 노민규 기자]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귀국 및 해단식에서 난데없이 날아든 엿에 당황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 장기 계획없이 또 4년 보낼 것인가

한국 축구는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서도 감독 문제 때문에 홍역을 겪었다. 거스 히딩크 전 감독 이후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을 받아들였지만 '오만 쇼크'로 인해 불명예 퇴진했다. 이후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을 데려왔지만 그 역시 월드컵 예선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낙마했고 그 뒤를 이어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데려왔다. 무려 4년의 세월 동안 3명의 감독을 바꿨다.

2006 독일 월드컵에는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이 대부분 포함됐지만 결과는 16강 탈락이었다. 스위스전에서 애매한 판정 때문에 0-2로 진 탓도 있겠지만 여러 감독을 바꾸면서 팀이 안정되지 못했고 아드보카트 감독 취임 이후 불과 8개월만에 팀을 급하게 만드느라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나마 한일 월드컵 당시 함께 했던 핌 베어벡 코치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못했다면 아드보카트 감독의 도전 역시 참사가 될 뻔 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역시 마찬가지. 베어벡 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켜놓고도 장기 플랜을 세우지 못한채 성적에 일희일비하다가 떠나보냈다. 급하게 허정무 감독을 영입해 원정 첫 월드컵 16강이라는 업적을 내긴 했지만 대표팀이 안정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구태를 벗지 못했다. 조광래 감독에 이어 최강희 감독까지 데려오고서도 대표팀은 안정시키지 못했다. 최 감독 이후 플랜을 짜지 못한채 미처 성인 대표팀을 맡을 준비가 되지 않았던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만신창이가 된 대표팀을 홍 감독이 1년만에 안정시키기란 너무 무리였다.

이제 또 4년 후면 러시아 월드컵이 있다. 그리고 당장 내년 1월에 호주 아시안컵이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한국축구는 홍명보 감독 체제로 계속 갈 것인지, 후임 감독을 서둘러 찾을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아시안컵까지 계약이 돼 있다면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미리 가닥을 잡든지,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을 떠나보낸 일본처럼 서둘러 다음 감독을 찾아 대표팀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주장 구자철은 30일 귀국한 자리에서 "경험이란 소중한 것을 얻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경험이 러시아 월드컵을 위한 자양분이 되기 위해서는 당장 지금부터 4년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중장기 계획을 짜야 한다. 자케로니 감독만으로 꾸준히 4년을 이끌어온 일본처럼 한 감독에게 임기를 보장해주며 대표팀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 [인천공항=스포츠Q 노민규 기자] 브라질 월드컵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돌아온 것에 대해 분노한 한 인터넷 카페 팬이 '한국축구는 죽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 아시안컵까지 불과 반년, 긴급 진단 태스크포스팀 발족 서둘러야

한국 축구가 발전하기는 커녕 16년 전으로 돌아갔다는 것은 대형 실패다. 한일 월드컵과 독일 월드컵, 남아공 월드컵 등 세차례 대회에서 모두 1승 이상을 거뒀던 한국 축구가 단 1승도 없이 1무 2패로 물러났다는 것은 얼마나 안이하게 4년을 준비해왔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의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의 '실패학 십훈' 가운데 실패한 후에 교훈을 얻지 못한 사람은 또 실패한다는 문구가 있다. 실패를 통해 자신을 개조하고 변혁하지 않는다면 또 다시 실패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국 축구가 또 다시 실패하지 않으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가 명확해진다. 이번 실패의 이유를 찾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통해 교훈을 얻는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당장 6개월 뒤에는 호주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있다.

한국 축구는 1, 2회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단 한차례도 정상까지 가본 적이 없다. 아시안컵이 바로 한국 축구가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후반기에나 발간되는 기술위원회 보고서를 기다릴 수는 없다. 실패의 원인을 긴급 진단, 분석하고 이를 되풀이되지 않기 위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긴급 진단팀 또는 위기 관리팀을 서둘러 발족시켜 이번 월드컵을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

월드컵을 통해 드러났던 지원 시스템이나 관리, 전략전술의 문제 등 종합적인 난맥상을 코칭스태프와 선수는 물론이고 대표팀과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직접 청취해 파악하고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세계축구의 새로운 흐름에 대한 연구와 경쟁력 확보가 미흡했다는 점도 코칭스태프의 독자 영역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도 실패 결과가 컸다. 전략 전술 문제도 긴급 진단팀이 점검해봐야할 영역이다.

진단은 전방위로 철저하게 뤄져야 시스템을 바로 세울 수 있다. 기존 조직 틀 안에서의 진단이나 점검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한축구협회에서는 다양한 시각을 담아낼 수 있는 종합 진단팀을 꾸리는게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표팀'을 구성해 아시안컵에 도전해야 한다. 아시안컵이 단순히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이 아니라 한국 축구가 개혁하고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무대로 만들어야만 미래가 있다.

▲ [인천국제공항=스포츠Q 노민규 기자]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 선수들과 정몽규(왼쪽)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해단식에서 갑작스런 엿세레에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분노의 엿'은 발전없는 한국 축구에 대한 경고

흔히 팬이라면 언제나 응원만 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언제나 응원하고 힘을 주는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지금의 팬들은 눈이 높아졌다. 물론 등을 도닥여주며 격려해주는 팬도 필요하겠지만 쓴소리를 하는 팬도 중요하다다. 단순한 팬덤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애정어린 비판을 보내는 팬도 있다는 뜻이다.

기대 이하의 성적 때문에 엿을 던진 사람들도 바로 팬이다. 한 온라인 팬카페 회원들이 "이것이 너희들을 향한 국민들의 마음이다. 엿 먹어라"며 대표팀을 향해 엿을 던진 것도 바로 비판의 한 표현이다. 표현이 다소 과격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목청껏 응원해준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선수들은 이런 비판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비판도 격려이고 칭찬이다. 애정의 다른 이름이다.

'분노의 엿'은 대표팀 선수들에게 날아들었지만 정작 받아들여야 할 대상은 개혁하지 않고 발전이 없는 대한축구협회다. 아직까지도 12년 전 월드컵 4강 신화에 취해 있다면 '고여있는 썩은 물'이나 다름없다.

한국 축구는 4강 신화는 잊고 새로운 모습을 탈바꿈해야 한다. 바뀌지 않고 발전이 없다면 퇴보밖에 없다. 변화를 거스른 대가를 너무도 처절하게 치른 브라질 월드컵에서 얻은 교훈이다.

엿세례는 바로 이에 대한 경고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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