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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은퇴 후 선수들의 롤모델, '스포츠행정가' 전근표의 인생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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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은퇴 후 선수들의 롤모델, '스포츠행정가' 전근표의 인생 2막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2.14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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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표 대한스포츠애널리스트협회 사무총장, "열심히 살아요"

[300자 Tip!]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은퇴하면 무엇을 할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인터뷰다. 2010년 프로야구 한화에서 선수생활을 마친 뒤 야구행정가로 왕성히 활동중인 전근표(37) 대한스포츠애널리스트협회 사무총장을 만났다. 정신없이 바쁜 삶을 살고 있다는 그에게 은퇴 후 바람직한 삶은 무엇인지에 대해 들었다. 똑부러진 해답은 없었지만 그는 여러 활동을 통해 뜻있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화성=스포츠Q 민기홍 기자] '야구선수 전근표'를 기억하는가. 그는 야구 실력보다는 '한화의 섹시가이'로 더 잘 알려진 선수다. 야구선수가 실력보다 우스꽝스런 응원가로 알려진다는 건 사실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2004년 한국시리즈 8차전. 그가 배영수를 상대로 날린 역전 투런 홈런은 현역생활 중 최고의 장면이었다. 아쉽게도 그는 그 홈런같은 임팩트를 두 번 다시 보여주지 못한채 인생 1막을 마쳤다.

현재 전근표의 인생 2막은 알차고 바쁘다. 비결이 무엇일까.

그는 현재 대한스포츠애널리스트협회 사무총장,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 사무국장, S드림팩토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야구 등 스포츠 분석을 주제로 대기업 강연도 가는데다 사회인야구단, 유소년을 지도하며 야구코치 역할도 하고있다. 올해부터는 세종대 야구부도 지도해야 한다.

▲ 전근표는 코치, 행정가, 강사 등 다양한 삶을 살고 있다. 야구드림캠프에서 유소년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대한스포츠애널리스트협회 제공]

- 직함이 많아서 뭐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은퇴 이후 더 바쁜것 같다.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이하 한은회) 일이 제일 많다. 최근에는 한은회 사무실이 있는 수원과 회사가 있는 동탄으로 출퇴근한다. 구로의 애널리스트협회 사무실이나 세종대로 출근할 일도 있다."

- 선수 전근표는 참 될듯말듯 안되던 선수였다.
"나는 준비가 됐는데 출장기회를 못잡는 경우가 많았다. 부상도 더러 있었고. 여러모로 꼬였다. 생각해보면 스트레스 관리에 실패했던 것 같다. 지나치게 빡빡하게 살았다. 화나는 일이 있어도 가만히 책보며 풀었다. 정말 열심히는 했다. 그런데 세부계획 없이 무작정 열심히만 한게 실패의 원인이라 생각한다."

- 은퇴후 더 알려진 것 같다. 행정가가 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사람같다.
"아니다. 언제 은퇴할 지를 모르니까 뭘 해야 될지도 몰랐다. 선수생활을 더 할 수 있는 나이였지만 미련없이 은퇴를 결정했다. 은퇴 후 1년간 도서관에 박혀 공부했다. 중국으로 건너가 사업도 준비해봤는데 잘 안됐다. 사실 스포츠 행정가 준비는 플랜B였다. 하루가 힘들어도 내 발전을 위한 시간만큼은 악착같이 만들었다. 하루 두시간씩 자면서 책을 읽으니 지식이 쌓이는 게 보였고 많은 분들을 만나고 다니니 좋은 관계가 많이 형성됐다."

- 스포츠애널리스트협회 사무총장이 행정가의 시작인 걸로 안다. 어떻게 하게 된건가.
"사업을 구상하려 중국에 갔었다. 몸이 안좋아져 귀국 후에 한국체육대학교의 1기 애널리스트 과정 모집 소식을 접했다. 분석이 얼마나 중요한 세상인가. 스포츠애널리스트의 비전을 봤고 지원해 합격했다. 거기서부터 눈에 띈거다. 야구를 해본 사람인 나는 선수의 입장에서 생각해낼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기획해 발표했다.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제시하니까 연구거리가 필요하신 교수님들의 눈에 잘 든 것 같다. 수석으로 과정 수료를 했다. 이후 내가 스포츠애널리스트협회 구성의 필요성을 제시했고 또 협회를 만드는데 앞장서서 행정 일을 하게 된 것이다."

▲ 프로야구 선진도약을 위한 상생발전 토론회에 나선 전근표 총장. [사진=대한스포츠애널리스트협회 제공]

- 기획하고 분석하는 것이 체질인가보다.
"그런건 있었다. 한양대 재학시절에도 책 읽고 분석하는 습관은 있었다. 현역 때도 선수들의 데이터를 꼼꼼히 적고 모았다. 제안서를 쓰고 여러 각도에서 분석해보고 대안을 제시하는게 재밌다. 잘 맞는다. 아이디어를 내고 잘 엮고 실행하는 편이다."

- 한은회 일은 어떻게 병행하게 된건지.
"오래 전부터 은퇴선수들 권익과 처우개선에 앞장서 발로 뛰고 싶었다. 바빠서 쉽지 않은 결정이긴 했지만 내 사업체를 계속 운영한다는 전제하에 받아들이게 됐다."

- 사업도 한다고 들었다.
"전문 트레이닝센터다. 나는 아마추어 때 잘도 해봤고 프로에서 실패도 해봤다. 혹사당해서 망가지거나 엉뚱한 지도법으로 선수들 생명이 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야구, 골프, 피겨 등 회전 운동을 하는 종목 선수들이 온다. 예를 들어보자. 이승엽이랑 전근표가 타격을 가르친다면 누구한테 배우겠나. 나 같아도 내 아들을 이승엽한테 보낼 거다. 그 이름값 격차를 메우려면 결국 팩트(영상) 기반, 데이터 중심으로 가야 한다. 시각 자료와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확실하게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선수가 변하도록 유도하는 거다. 야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트레이닝과 컨디셔닝 사업이다. 내가 야구를 가르친다면 그건 일선 지도자들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다."

▲ 전근표는 숱한 시행착오가 지금의 전근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 세종대 야구부도 기획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야구 해봐야 아는 거다. 대학교 와서 좋은 지도자 만나 성공할 지 모르는 것 아닌가. 그것이 드문 경우일지라도 기회가 있어야 한다. 프로지명 못받고, 명문대 못간다고 끝이 아니다. 야구를 중단할 위기에 놓인 학생들이 공부를 우선시하며 야구를 하는 클럽형 시스템의 야구팀이다. "

- 은퇴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대개 코치하면 되겠지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꼭 고려해야할 게 있다. 남을 가르칠 수 있는지부터 냉정히 파악해야 한다. 가르치는 일은 적성에 맞아야 한다. 본인 성향부터 파악하고 접근하길 바란다. 나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코치도 면접보고 뽑는 시대가 온다고 믿는다. 코치라면 절대로 현상 지적에 그쳐서는 안된다. 몸의 구조도 알고 트레이닝법도 알아야 한다. 많이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안되면 다른 해법도 제안할 수 있어야한다. 나는 염경엽 넥센 감독을 존경한다. 구단 행정부터 야구 이론까지 치밀하게 준비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 전근표는 스포츠애널리스트답게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지도한다. [사진=대한스포츠애널리스트협회 제공]

- 최종 꿈이 무엇인가.
"해설 한 번 해보고 싶다. 하지만 방송이란 게 호흡이 빠른거라 잘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프로 코치 제의도 받았지만 정중히 고사했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같다. 가르쳐본 선수들의 표본이 많이 쌓이고 철학이 확고해지면 꼭 해보고 싶다. 잘해낼 자신이 있다. 책도 쓰려고 준비 중이다. 현재 내 꿈은 스포츠행정가다. 행정가는 실무 경험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 다양한 경험을 쌓는 중이다. 내가 가장 제일 싫어하는 말이 뭔지 아나. 운동한 놈들 무식하다는 말이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줄 것이다."

오후 8시쯤 화성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가 끝났지만 그는 동탄 사무실로 가서 볼 일이 많다고 했다. 빼곡히 적힌 스케줄 노트는 그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끔 했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서도 인터뷰 내내 열정이 느껴졌다.

■ 전근표는?
프로 11년간 통산 타율 .246에 29홈런 89타점을 기록했다. 2000년 현대 유니콘스에 당시로서는 거액인 3억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했다. 그러나 두터운 선수층 때문에 주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우리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를 거치며 2010년 33살의 이른 나이에 은퇴했다. 그가 한양대 시절 작성한 최다 7경기 연속 홈런기록은 아직도 아마야구 기록으로 남아있다.

■ 스포츠애널리스트란?
스포츠 분석을 수행하는 전문 인력을 일컫는 말이다. 스포츠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며 분석적인 관점에서 스포츠를 바라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이에 2012년 6월 스포츠애널리스트를 양성하는 대한스포츠애널리스트협회가 출범했다.

■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란?
프로야구 은퇴선수들의 복지와 권익보호, 야구를 통한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지난해 3월 15일 출범한 단체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이 회장으로, 이용철 KBSN스포츠 해설위원이 사무총장으로 재직중이다.

[취재 후기] 스포츠행정가 전근표는 달변가였다. 해설위원, 지도자, 사업가로서도 모두 성공하고 싶은 '욕심쟁이'였다. 긴 시행착오가 자신의 값진 자산이라는 그는 실패했던 프로 경력은 단순한 과거에 불과하다고 외치는 듯했다. 은퇴 이후를 걱정하는 선수들이 모두 전근표처럼 살 순 없겠지만 적어도 참고하고 배울만한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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