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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상대'라던 알제리의 위대한 멘탈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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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상대'라던 알제리의 위대한 멘탈축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0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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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선발라인업 대폭 변화…선 수비·후 역습으로 아프리카 자존심 세워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사막의 여우' 알제리가 비록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위대한 멘탈축구의 진수를 보여주며 우승후보로 꼽히는 '전차군단' 독일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알제리는 1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의 에스타디오 베이라 히우에서 벌어진 독일과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16강전에서 연장 전반 2분 안드레 쉬를레의 선제골과 연장 후반 15분 메주트 외칠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전후반 90분 동안 독일의 강한 공격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낸 알제리는 비록 연장 전후반 30분 동안 두 골을 내줬지만 연장 후반 추가시간 압델무멘 자부가 만회골을 넣으며 1-2로 마쳐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알제리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코스타리카, 멕시코 등과 함께 가장 선전한 팀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알제리는 조별리그부터 독일과 16강전까지 선전했다.

▲ 알제리 선수들이 1일(한국시간)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열린 독일과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16강전을 마친 뒤 관중 환호에 답하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벨기에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는 먼저 페널티킥으로 골을 넣으며 32년만의 첫 승을 향한 힘찬 진군을 시작했다. 비록 후반 중반에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내리 두 골을 내줘 1-2로 역전패하긴 했지만 알제리의 강력한 선 수비, 후 역습 작전은 벨기에를 힘들게 만들었다.

김학범 스포츠Q 논평위원도 "만약 후반 25분 벨기에가 마루안 펠라이니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추지 못했더라면 시간이 늦어 알제리에 희생되는 첫번째 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 전략가 할릴호지치 감독, 전술에서는 뢰브 감독 압도

'사막 여우' 알제리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지난달 23일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열렸던 한국과 조별리그 2차전에서 무려 5명의 선발멤버를 바꿨다. 차범근 SBS 해설위원도 "전 경기와 비교해 이렇게 선수들을 많이 바꾸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한국전을 맞아 5명의 선수를 바꾼 것은 수비 후 역습으로 나선 벨기에전과 달리 공격적으로 나서기 위함이었다.

이를 위해 벨기에전 포백 대신 스리(3)백과 파이브(5)백을 혼용했다. 또 벨기에전에서 교체 투입으로 아껴뒀던 공격수 이슬람 슬리마니를 내세워 한국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전반 20분 슬리마니의 선제골에 한국 수비는 급격하게 무너졌고 4-2 대승으로 이어졌다. 슬리마니는 경기 최우수선수(맨오브더매치)에 선정됐다.

▲ 알제리 바히드 할리호지치 감독이 1일 독일과 16강전에서 선수들을 향해 큰 소리로 전술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독일과 16강전에서도 할릴호지치 감독은 다시 한번 5명의 선수를 바꾸는 대변혁을 단행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선수 변화로 독일의 요아힘 뢰브 감독을 긴장시켰다.

메흐디 모스테파와 메흐디 모스테파, 라피크 할리시가 스리백으로 서고 파우지 굴람과 에사이드 벨칼렘이 좌우 윙백으로 서는 스리백, 파이브백 혼용 포메이션이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의 전술 대변혁은 성공적이었다. 전방의 슬리마니와 소피안 페굴리는 부지런히 독일의 수비망을 흔들어놓았고 굴람과 벨칼렘의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독일의 포백 수비의 뒷공간을 노렸다. 제롬 보아텡과 페어 메르테자커 등 중앙 수비진과 베니덱트 회베데스, 슈코드란 무스타피의 좌우 풀백 등 독일의 포백 수비는 알제리의 빠른 발에 시종일관 고전했다.

하나 아쉬웠던 것은 너무나 부지런히 뛰다보니 연장 전후반까지 뛸 수 있는 체력이 모자랐다는 점이다. 후반 중반까지 부지런한 활동량으로 독일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연장 30분을 더 뛸 체력까지 되진 못했다. 결국 연장 시작과 함께 작정하고 공격적으로 나선 독일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고 알제리는 이를 만회하지 못했다.

▲ 알제리 골키퍼 라이스 엠볼히가 1일 독일과 16강전에서 안드레 쉬를레에게 골을 허용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어쩔 수 없이 알제리는 수비에 치중했던 포메이션을 다소 공격적으로 바꾸면서 연장 후반 5분 자부를 투입시켜 공세를 강화했지만 체력이 급격하게 소모되면서 연장 후반 15분 외칠에게 추가골을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알제리는 자부가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추격골을 넣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알제리는 졌지만 진 것이 아니었다. FIFA 세계랭킹 2위 독일을 거세게 밀어붙인 알제리 축구는 위대했다. 그리고 감독의 전술 대결에서는 할릴호지치 감독이 뢰브 감독에 확실한 압승을 거뒀다.

◆ 알제리의 투혼, 이것이 진정한 멘탈축구

알제리가 체력 소모가 많은 전술로 독일과 맞섰음에도 막판까지 흔들리지 않고 투혼을 발휘할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멘탈축구'에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전날 이영표 KBS 해설위원의 '축구는 멘탈게임'이란 말이 나온 시점이어서 알제리의 투혼은 너무나 눈부셨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축구선수에게 멘탈은 가장 강력하면서도 필수적인 요소로 눈에 보이는 훌륭한 기술 뒤에 숨어있는 멘탈의 깊은 의미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위원은 "축구선수에게 멘탈이란 자신보다 강한 자 앞에 섰을 때나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를 앞두고 밀려오는 두려움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라며 "멘탈은 경기 당일 '한번 해보자'라고 외치는 것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훈련장과 우리 일상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하나같이 멘탈을 언급하는 이유도 박빙의 경기에서 결과를 바꾸는 가장 큰 힘은 기술이나 전술이 아니라 바로 멘탈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알제리 이슬람 슬리마니(왼쪽)가 1일 독일전에서 페어 메르테자커와 볼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알제리는 바로 이영표 해설위원의 얘기를 그라운드에서 그대로 보여줬다.

알제리는 강력한 정신력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독일과 32년전 악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 출전했던 알제리는 월드컵 본선 데뷔전에서 독일(당시 서독)을 2-1로 꺾는 대파란을 일으켰다. 알제리는 오스트리아에 0-2로 졌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칠레를 3-2로 꺾고 2승 1패로 조별리그 통과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알제리와 칠레전 다음날에 벌어진 서독과 오스트리아전이 알제리의 발목을 잡았다. 알제리의 경기 결과가 나오면서 서독은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한 골만 넣은 뒤 더이상 골을 넣지 않았다. 오스트리아도 이기려는 의지가 없었다. 이는 결국 '히혼의 불가침 조약' 또는 '히혼의 수치'라는 이름으로 남았고 FIFA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경기를 교훈삼아 같은 조의 마지막 경기는 같은 시간에 진행되도록 규정을 바꿨다.

32년전 기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알제리는 정신무장이 대단했다. 알제리가 H조 2위를 차지하며 16강에 오르긴 했지만 우승후보 독일을 넘기란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알제리의 설욕 의지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고 전차군단을 그로기 상태로 몰고갔다. 수비수 뿐 아니라 4명의 미드필드진 역시 독일이 알제리 진영으로 들어오면 거친 태클과 강한 압박으로 몰아세웠다.

▲ 알제리 골키퍼 라이스 음볼히가 1일 독일전에서 눈부신 선방에도 연장끝에 패하자 그라운드를 힘없이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볼 점유율에서는 독일이 7-3으로 크게 앞섰지만 무려 120분의 치열한 접전을 펼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알제리의 강한 압박이라는 덫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무너지지 않는 불굴의 투혼, 골키퍼의 선방도 결정적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는 이임생의 붕대투혼을 잊을 수 없다. 또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황선홍,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최진철도 각각 미국전과 스위스전에서 이마가 터지는 부상에도 투혼을 벌였다.

바로 이런 불굴의 투혼이 알제리에 있었다. 어쩌면 32년을 기다린 설욕전이었기에 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 알제리 소피안 페굴리(오른쪽)가 1일 독일전에서 머리 상처로 거즈를 붙이고 나왔음에도 베네딕트 회베데스와 치열한 헤딩 경합을 벌이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물론 경기 도중에 다친 것은 아니었다. 페굴리는 지난 러시아전에서 전반 5분 헤딩 경합 중 머리를 다치는 붕대 투혼을 선보였고 머리가 완전히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에 나섰다. 여전히 그의 머리에는 상처를 보호하기 위한 거즈가 붙어있었다.

그러나 그는 머리 상처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상대 선수와 헤딩 경합을 벌이는 등 결코 두려움이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공격수 슬리마니도 연장전 도중 다리에 경련이 있어났지만 끝까지 그라운드를 누비는 투혼으로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알제리 골키퍼의 선방도 빼놓을 수 없다. 알제리 골키퍼 나이스 엠볼히는 29개의 슛 가운데 무려 22개의 유효슛을 기록한 독일을 상대로 단 두 골만 내주는 눈부신 선방을 펼쳤다. 이날 그가 기록한 세이브만도 10개나 된다.

바로 이런 알제리를 두고 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의 확실한 1승 상대쯤으로 하찮게 여겼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치른 세차례 평가전에서 슬로베니아, 아르메니아, 루마니아를 모두 꺾었던 알제리를 우습게 봐서는 안됐다. 벨기에와 러시아는 물론이고 독일까지 힘들게 만들었던 알제리였다.

알제리가 보여준 위대한 멘탈축구의 힘은 아프리카 축구가 상황에 따라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는 편견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아프리카 북부 지역 아랍권 국가의 축구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기도 했다. 아프리카도 같은 아프리카가 아니다. 사하라 사막 이북의 사막 국가의 전사들의 투혼이 아프리카 축구의 새 희망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 알제리의 나빌 벤탈렙이 1일 독일전에서 8강행이 좌절되자 힘없이 앉아 있는 동료를 부축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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