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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팬들은 즐겁지만 깊어지는 두 소년가장 '메시마르'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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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팬들은 즐겁지만 깊어지는 두 소년가장 '메시마르'의 딜레마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02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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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아르헨, 힘겨운 8강행…우승후보 답지 못한 전력으로 가시밭길 예고

[스포츠Q 박상현 기자]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8강 진출팀이 모두 결정됐다.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의 4개국과 함께 브라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 남미 3개국을 비롯해 '돌풍의 팀' 코스타리카가 북중미 대표로 8강에 입성했다.

이 가운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북중미를 포함해 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언제나 남미팀이 우승했다는 역대 기록만 보면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콜롬비아와 함께 우승에 근접해 있다.

하지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우승후보답지 못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축구황제' 펠레로부터 우승 후보로 지목받아 '펠레 징크스'에 떨고 있는 이들 양강은 8강 이후가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유는 바로 특정 스타 한 명에게 의존하는 플레이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 '원맨팀'인 포르투갈이 16강도 오르지 못하고 탈락한 가운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각각 네이마르(22)와 리오넬 메시(27·FC 바르셀로나)에 의해 경기가 풀려가고 있는 것은 분명 약점이다.

네미아르와 메시의 화려한 개인기는 분명 팬들에게 큰 즐거움이다. 그러나 그 개인기가 멈추거나 저지되는 순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우승 꿈도 산산조각이 나기 때문에 팀으로서는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네이마르와 메시가 훨훨 날수록 더욱 시름이 깊어지는 딜레마다.

◆ 특정 스타에 의존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특정 스타 한명에 의존해 승리할 수 있는 옛날과 다르다. 현대 축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압박이 심하고 체력을 앞세워 쉴새없이 몰아치기 때문에 특정 선수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주위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원맨팀'이 생존할 수 없는 이유다.

1986년 멕시코 대회 당시 디에고 마라도나가 맹위를 떨치며 아르헨티나가 통산 두번째 월드컵을 들어올리긴 했지만 그 때뿐이었다. 마라도나가 여전히 전성기였던 19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는 카메룬과 개막전에서 패하는가 하면 결승서는 강한 조직력을 앞세운 '전차군단' 독일에 무너져 2연패에 실패했다.

이후 현대축구는 특정 스타가 풀어가는 축구가 아니라 구심점이 되는 선수를 기본 바탕으로 모든 선수들이 풀어가는 조직력의 축구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호마리우와 함께 베베투가 있었기에 브라질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프랑스가 브라질을 꺾을 수 있었던 것 역시 지네딘 지단이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며 강한 공격력과 수비력을 동시에 보여줬기에 가능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호나우두 외에 호나우지뉴와 히바우두 등 '3R'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한국 축구가 4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것 역시 특정 스타가 아닌 모두가 하나되는 '원팀'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현대축구에서 강팀의 조건에 조금 벗어나 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우승 후보이긴 하지만 탈락할 위험이 있는 이유다.

◆ 네이마르 혼자서 모든 것을 풀어가야 하는 브라질

조별리그 3경기에서 7골, 16강전에서 1골 등 4경기에서 8골을 넣고 있는 브라질의 주된 공격 루트는 바로 네이마르다. 현재 네이마르는 메시, 독일의 토마스 뮐러(25·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4골로 득점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네이마르가 팀 전체 득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긴 하지만 다른 팀 동료들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위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 브라질의 공격은 네이마르 외에도 프레드(31·플루이멘세), 오스카(23·첼시), 헐크(28·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가 풀어줘야 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프레드와 오스카만 골을 넣고 있을 뿐 헐크는 득점에 가세해주지 못하고 있다.

프레드는 경기력이 기대 이하고 헐크는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정상 경기력과 거리가 멀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허리부터 공격까지 전방위적으로 공격을 풀어나가줘야 할 오스카 역시 크로아티아와 개막전 이후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다.

백업 공격수 조(27·아틀레티코 미네이루) 역시 프레드보다 더 떨어지는 경기력으로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을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이럴 경우 네이마르가 집중적으로 막히면 대안이 없다. 조별리그 3경기 가운데 2경기에서 모두 멀티골을 터뜨리긴 했지만 그가 침묵했을 때는 브라질이 승리하지 못했다.

네이마르는 오초아 골키퍼의 눈부신 선방쇼에 막힐 수밖에 없었던 멕시코전은 어쩔 수 없었지만 칠레와 16강전에서 상대의 압박 수비에 고전하며 팀이 기록한 23개의 슛 가운데 4개의 슛에 그쳤다.

이 때문에 네이마르의 '독주'는 환영받을만한 것이 못된다. 네이마르가 두렵긴 하지만 네이마르 말고는 공격력이 별 볼 일 없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네이마르는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측면 공격수이기 때문에 상대 수비에 의해 측면이 막히면 공격력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더욱 걱정인 것은 지금은 한 경기만 져도 탈락하는 녹다운 토너먼트라는 점이다. 네이마르가 콜롬비아와 8강전에 출전한다고는 하지만 부상으로 몸상태가 정상이 아닌데다 갑작스러운 슬럼프가 찾아온다면 브라질의 공격력은 그대로 궤멸되고 만다.

그렇기에 브라질로서는 지금부터가 고비다. 콜롬비아와 8강전도 만만치 않거니와 프랑스와 독일의 승자와 대결하는 4강전은 브라질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 메시 없이 안되는 아르헨티나, 메시아 없었다면 이미 탈락

아르헨티나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뉜다. '역시 메시'라는 얘기가 있고 현재 경기력으로는 8강까지가 한계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평가의 귀결점은 지금 아르헨티나는 메시 없이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6골, 스위스와 16강전에서 한 골 등 4경기에서 7골을 넣었다. 이 가운데 메시의 골이 4골이다. 나머지는 앙헬 디마리아(26·레알 마드리드와 마르코스 로호(24·스포르팅 리스본), 그리고 상대의 자책골에서 나왔다.

메시 역시 네이마르처럼 최전방 공격수가 아니라 측면 공격수로 주로 기용되고 있다. 세르히오 아궤로(26·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측면 공격을 나서는 메시는 곤살로 이과인(27·나폴리)과 함께 아르헨티나의 공격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과인과 아궤로의 득점은 아직까지 '0'이다.

메시에게 모든 공격이 집중되다보니 아르헨티나는 메시만 바라본다. 메시가 안되면 아르헨티나는 그대로 무너진다.

메시가 아니고서는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은 메시가 지금까지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최우수선수(맨오브더매치)에 선정된 것이 증명해준다.

지금까지 메시는 매우 조그만 틈을 잘 파고들고 있다. 메시가 계속 상대 수비에 묶여있지만 조금이라도 상대의 틈이 보이면 이를 곧바로 득점 또는 공격 포인트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란과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이란의 수비가 경기 막판 흐트러진 틈을 타 골을 넣었고 2일 스위스와 16강전에서도 단 한번의 상대 실수에 역습을 펼쳐 디마리아에게 어시스트를 배달했다.

스위스와 16강전을 마친 뒤 메시는 "솔직히 내가 맨오브더매치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내게 패스가 와서 홀로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운좋게 디마리아를 발견했고 올바른 선택을 했다"며 "16강 통과가 쉽진 않았다. 모든 경기가 접전일 것이고 작은 차이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 작은 차이가 바로 메시인 셈이다.

이제 아르헨티나 앞에는 더 만만치 않은 상대가 기다리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4강까지 오른다고 봤을 때 지금까지 드러난 전력으로는 벨기에에 이어 네덜란드를 만나게 된다. 스위스보다 더 수준높은 팀이고 메시에 대한 견제는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다.

메시에 의존하는 현재 아르헨티나의 전력으로는 벨기에전도 상당히 힘들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벨기에도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로 연장전을 치러 체력 부담 면에서는 같다는 점이지만 다른 공격수들이 터져주지 않는다면 메시에 대한 집중 견제로 인해 아르헨티나가 자멸할 수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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