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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다시 한 번 차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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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다시 한 번 차차차
  • 김나라 기자
  • 승인 2014.07.02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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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김나라 기자] 트로트가 뜨고 있다. 대세인 아이돌그룹에 밀려 한켠으로 내몰렸던 트로트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물론, 그것은 가요계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가요계를 비롯해 드라마와 영화에서 트로트라는 이름을 앞세워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최근 한국인의 정서를 담고 있는 구성진 트로트가 다양한 콘텐츠에서 주 소재로 사용되며 귓가를 간질이고 눈을 즐겁게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이돌 가수들이 강렬한 군무 퍼포먼스라는 무기를 갖추고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볼륨을 한껏 높이 키우고 있는 가운데 이 틈새를 비집고 이뤄진 트로트의 약진은 더욱 값지고 의미 있게 다가온다.

요즘 같아선 트로트의 열풍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한국인 정서와 부합하는 '뽕끼'를 원하는 사람들의 갈증을 눈치 챈 것일까, 대중문화계에서는 트로트를 소재로 사랑을 노래하고 삶의 애환을 담고 서바이벌 프로그램 등을 제작하며 시청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 '트로트엑스'가 정통 트로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다. [사진=CJ E&M 제공]

트로트 열풍에 가장 먼저 불씨를 지핀 것은 케이블채널 Mnet 뮤직 버라이어티 쇼 '트로트엑스'다. 지난달 6일 인기리에 종영한 '트로트엑스'는 총 10부작으로 정통 트로트에 부담을 느끼는 신세대를 위해 트로트의 재구성, 서바이벌로 신선함을 더했다. 오리지널 트로트뿐만 아니라 트로트에 록, 힙합, 댄스, EDM(일렉트로닉 댄스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트로트의 재발견에 큰 힘을 얹었다.

MC를 맡은 섹시가수 아이비는 출연 제안을 받았을 당시를 회상하며 "처음에는 캐스팅 얘기를 듣고 의아해 했다. 트로트 장르를 많이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르신들만 듣는 음악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막상 출연해보니 트로트는 한과 흥이 담겨 있어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여기서 불이 붙기 시작한 트로트 열풍은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운 KBS 2TV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으로 한껏 뜨거워지고 있다. 해당 드라마는 1일 4회를 마쳤으며, 극 중 정은지가 부른 정미송의 '고추'는 각종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인기 몰이중이다.

'트로트의 연인'은 트로트를 경멸하는 최고의 뮤지션 장준현(지현우)과 이 시대 최강 ‘루저’ 최춘희(정은지)가 만나, 생존을 위해 '트로트 여왕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 '트로트의 연인'이 안방 시청자의 흥을 돋우고 있다. [사진=제이에스픽쳐스 제공]

극 중 다양한 트로트 음악들은 안방극장의 흥을 돋운다. 트로트가 지닌 멜로디의 힘과 가사 속에 담긴 인생의 애환이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더욱 색다르고 친밀감 있게 느껴지고 있다는 것이 안방 시청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드라마 연출을 맡은 이재상 감독은 "제목이 말해주듯 전 세대가 아울러서 볼 수 있는 드라마"라면서 "보통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이 좋아할 소재라고 생각하고 정서적으로도 가족, 이웃, 사회에 따뜻함을 전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스크린에서도 트로트로 상징되는 서민의 한이 반영될 전망이다. 김기훈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 '트로트'가 다음달 크랭크 인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서울 황학동 시장 사람들의 소소한 삶과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짐자전거 배달꾼 재구(주상욱)와 은행 여직원의 사랑전선에 시장 사람들이 끼어들게 되면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해프닝과 그 속에서 하나씩 숨은 사연들을 풀어나갈 예정인데 트로트 특유의 한을 어떻게 투영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실 트로트는 여전히 나름의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음악 장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새로운 스타의 부재 그리고 가요계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와 더불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다. 아이돌, 발라드 가수들이 한자리씩 차지하며 영역을 넓혀가는 가운데 중장년층이라는 한정된 범위 내에서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예능과 드라마 등 다른 분야를 통한 트로트 열풍은 새로운 젊은 층 팬 확보 차원에서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최근 문화계를 움직이는 주 세대가 기성세대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40~60대가 경제권을 쥐고 있다 보니 그 입김이 젋은 층보다 더 세다. 이들에게는 트로트 코드가 친숙하다보니 창작의 소재로 자주 사용되는 것 같다"고 설명하며 "트로트는 서민들의 고충 등 난제들을 재미 요소를 더해 어렵지 않고 쉽게 풀어 놓는다. 트로트의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nara927@sportsq.co.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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