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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강수진 위해 만들어진 발레 '나비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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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강수진 위해 만들어진 발레 '나비부인'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02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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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발레 대본을 봤을 때 제가 가지고 있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느꼈어요. 발레는 2시간 안에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 정확하면서도 단순한 템포를 중시했습니다. 발가가 제게 나비부인 해석을 모두 맡겼어요.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과정을 즐겼어요. 나비부인으로서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해요."

▲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

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갤러리 마노에서 열린 강수진 & 인스부르크 발레단 '나비부인' 기자간담회에서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47)은 감흥에 젖어 말문을 열었다.

오는 4~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려지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발레단(예술감독 엔리케 가사 발가)의 '나비부인'을 통해 '카멜리아 레이디'(2012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이후 2년 만에 무대를 누비는 발레리나 강수진을 만나게 된다. 흔치 않은 소중한 기회다.

이 작품의 원작은 푸치니의 유명 오페라 '나비부인'으로 미군 장교에게 버림받은 게이샤 초초상의 비극적인 이야기다. 초초는 부모와 친척, 친구를 버리고 미군 장교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지만 남편은 미국으로 가버린 후 소식마저 끊어버린다. 3년 후 미국인 아내와 돌아온 남편은 초초가 낳은 아들마저 데려가 버리고, 초초는 절망한다.

▲ '나비부인'에서 강수진의 깃털같이 가벼운 도약 장면[사진=크레디아 제공]

그는 '나비부인'의 매력으로 드라마와 함께 여러 색깔의 무용이 녹아있다는 점을 꼽았다.

"네오 클래식이에요. 저는 토슈즈를 신고, 저만의 스타일의 무용을 보여주는데 다른 솔로 무용수도 각자 스타일이 있어요. 모던한 춤도 있고요. 음악은 뮤지션들이 북을 치는 점이 인상적이죠. 관객들이 잠 잘 시간이 없을 거예요. 발레라는 것이 처음 보는 분들은 심심할 수 있는데 '나비부인'은 그렇지 않아요."

강수진의 독무, 2인무에서 사용되는 오페라 아리아 '어떤 개인 날'과 '허밍 코러스'는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강수진 감독은 "2막 마지막 부분 작품 안에서 초초상의 마음을 대변하는 음과 양의 역할이 있는데 이들과 같이하는 3인무와 마지막 독무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으로 초초상이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부분을 꼽았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그렇고 공연 속에서 죽음 직전에 이르러도 느낌이 다 다릅니다. 그런데 가슴이 찢어지는 건 똑같죠."

▲ 엔리케 가사 발가 감독(왼쪽)과 강수진 감독

수줍은 소녀에서 자신의 신념을 자결로 지켜내는 강인한 여성으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는 초초상 역 강 감독은 "부담은 있었지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며 "초초상은 수줍어하고 감성적이면서도 섹시하고, 자존심 강한 모습 등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모두 품고 있어서 매력적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 동석한 발가 감독은 "처음부터 강수진을 염두에 두고 안무한 작품이기에 강수진이 거절했다면 이 작품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나비부인'은 강수진을 위한, 강수진에 의한 작품임을 강조했다. 그의 어머니가 강수진과의 갈라 무대를 본 뒤 "앞으로 안무가가 되면 무조건 강수진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해보라"고 조언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발가 예술감독이 작품 구상에만 11년의 공을 들인 '나비부인'은 지난해 10월 오스트리아에서 강수진 주연으로 전세계에서 선보였으며, 10회 공연이 전회 매진된 것은 물론이고 4회 공연이 추가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수진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해외로 왔다. 나비부인도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목숨까지 희생하는데 그런 점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면이 있어 '철의 나비 부인'으로 부르고 싶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운명을 결정할 때는 양면성을 가지고 싸우더라. 사랑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것에 끌렸다. 정말 훌륭한 댄서이기도 하다. 성숙하고 깊은 내면의 특별함도 있고. 그런 점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공연에 이어 내년에는 국립발레단의 2015년 첫 정기공연작으로 '나비부인'을 만날 수 있다. 3월 25~28일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발가 감독은 강수진 감독과 함께 초초상 역의 발레리나를 직접 발굴하고 안무를 지도할 예정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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