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23:00 (화)
차두리, '98년엔 왜?' 책임 안지는 대한축구협회는 응답하라
상태바
차두리, '98년엔 왜?' 책임 안지는 대한축구협회는 응답하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03 2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진사퇴 만류로 책임소재 묻기 타이밍 놓쳐…근시안 행정 일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대한축구협회, 쿼바디스(Quo vadis)?'

한국 축구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발전 대신 특정인을 지키기 위한 '의리'에 다시 한번 파묻혔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4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1무 2패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돌아온 홍명보 감독을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2015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유임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성적은 16년만에 1승도 거두지 못한 최악의 성적이다. 당연히 16강도 오르지 못했다. 조 최하위에 그친 처참한 모습으로 귀국해 사상 초유의 '엿 세례'를 받았다.

당연히 시선은 홍명보 감독의 거취에 쏠렸다. AFC 아시안컵까지 계약을 했기 때문에 계약기간은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성적이 평년작이라면 모를까 흉작을 거두고 돌아온 홍명보 감독은 당연히 사퇴할 것으로 여겨졌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홍명보 감독의 거취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감독의 유임 발표를 하면서 인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은 유임이었다. 아시안컵까지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당장 감독이 그만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논리도 함께 나왔다.

◆ 홍 감독 대신 책임져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월드컵에서 1무 2패에 그친 것은 분명한 실패다. 그에 대한 책임 소재는 분명히 해야 한다. 허정무 부회장이 "이번에 실패했지만 앞으로 한국 축구를 위해 교훈이 되고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책임까지 물을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는 이미 홍명보 감독에 대해 책임을 물을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홍 감독이 두차례나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대한축구협회에서 오히려 사퇴를 만류한 것이다. 이미 여기에서 홍 감독에게 책임을 묻기가 어려워졌다.

홍 감독에 대한 지원이 명확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논리라면 대한축구협회 내에서 이 부분에 대해 책임을 져야만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두고 그 누구도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이 없다. '홍명보 지키기'로밖에 비춰지지 않는 이유다.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겠다던 대표팀은 온데간데 없고 대표팀을 관리하는 대한축구협회는 우리가 결코 보고 싶지 않았던 구태만 드러냈다.

이미 국민들의 신뢰는 깨졌고 앞으로 응원을 보내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 차두리는 홍명보 감독의 유임이 발표된 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98년에는 왜? 혼자서'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자신의 부친인 차범근 감독이 현지에서 중도 해임된 것과 관련해 홍명보 감독 유임 결정을 내린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차두리 트위터 캡처]

◆ 자기 식구 감싸기 위한 짜맞추기식 논리로 일관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없고 어떻게든 '자기 식구'는 감싸야했다. 그러다보니 논리는 짜맞추기식밖에 되지 않았다. 원칙은 없고 궤변만 남았다.

이 상황에서 차두리가 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98년에는 왜? 혼자서'라는 의미심장한 트윗을 남겼다. 1998년은 프랑스 월드컵에서 차범근 감독이 현지에서 중도 해임된 해다. 멕시코와 첫 경기에서 1-3으로 진 뒤 네덜란드와 경기에서는 0-5로 참패했고 차범근 감독은 프랑스 현지에서 경질돼 대표팀을 남겨두고 귀국했다.

공교롭게도 차범근 감독과 홍명보 감독의 모습은 닮아 있다. 차범근 감독은 현역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의 대표적인 공격수로 '한국 축구의 영웅'이 됐고 홍명보 감독 역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등의 업적을 남기며 '영원한 리베로'로 명성을 남겼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차 감독은 현지에서 경질됐지만 홍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의 비호를 받고 있다. 차두리의 트윗은 바로 대한축구협회의 원칙없는 대표팀 운영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축구인은 "대참사를 맞고도 대한축구협회에서 여기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며 "홍명보 감독은 자신이 선수 선발부터 모든 것에 권한을 갖고 이후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면 아무리 협회에서 만류했다고 하더라도 굳은 심지를 갖고 물러났어야 옳았다"고 꼬집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홍명보 감독의 거취와 관련한 기자회견장에 굳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또 다른 축구인은 "궤변으로 일관한 이번 기자회견은 희대의 유머다. 내가 아는 허정무 부회장이라면 말도 안되는 논리로 일관한 기자회견이 너무나 힘들었을 것"이라며 "명명백백히 자기 식구 감싸기 논리만 있었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한 원칙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개탄했다.

◆ 6개월 뒤 아시아만 보는 한국, 이미 다시 뛰기 시작한 일본

홍명보 감독을 6개월 더 지켜보겠다는 논리는 바로 아시안컵을 위한 준비 때문이다. 아시안컵까지 계약이 되어 있으니 계약기간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그 논리였다. 그러나 이미 대한축구협회는 성적이 나쁘면 계약기간에 상관없이 경질 또는 자진 사퇴 형식으로 퇴진시켜왔다. 이것이 대한축구협회의 그동안 원칙이었다.

김학범 스포츠Q 논평위원은 "이런 논리라면 애초부터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더라도 아시안컵까지 직책이 보장되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라며 "잘 싸워서 아쉽게 진 것도 아니고 투지도 없었고 전술도 없는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줬는데도 계속 홍 감독으로 간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축구는 6개월 뒤 아시아만 보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아시안컵 준비를 위해 홍명보 감독 체제로 간다는 것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아닌 아시안컵만 보는 근시안적 대표팀 운영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처럼 좌절을 맛본 일본은 이미 멕시코의 명장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을 선임하고 2014 러시아 월드컵 준비에 들어갔다. 2014 리우 올림픽 대표팀도 총괄해달라고 요청했다. 일관된 일본축구의 흐름을 발전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당장 아시안컵이 아닌 4년 뒤를 보는 포석이다. 일본의 아기레 감독 선임은 유럽과 남미의 축구를 고르게 섭렵하겠다는 일본축구협회의 대표팀 운영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벌써 세계 축구에 재도전하기 위해 신발끈을 고쳐매고 있지만 한국 축구는 아시아만 바라보고 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3일 홍명보 감독의 거취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대표팀 감독을 유임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 아시안컵이 끝난 6개월 뒤는 어떻게 할 것인가

홍명보 감독의 계약기간은 이제 6개월이 남았다. 아시안컵 준비를 위해 홍 감독을 유임했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의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고 이후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라면 홍명보 감독은 6개월 한시 계약직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유임만 됐을 뿐 '꼭두각시'나 다름없는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홍명보 감독은 아시안컵 준비기간 동안 '레임덕'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 축구의 발전은 물론이고 홍명보 감독 개인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대한축구협회는 브라질 월드컵까지 4년을 준비하면서 조광래 감독과 최강희 감독 등 2명의 감독을 떠나보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도 움베르투 코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감독 등 3명의 사령탑을 교체했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하면서도 핌 베어벡과 허정무 감독 등 2명이 있었다. 꾸준히 4년을 맡은 감독이 없었다.

이제 4년 뒤면 러시아 월드컵이 열린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올림픽이 벌어진다. 일본은 이미 올림픽과 월드컵을 위해 뛰기 시작했다. 한국 축구는 어디를 향해 뛰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반성과 책임이 없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역사가 말해주고 있는데도 여전히 대한축구협회의 책임 회피는 한국 축구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만 만들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