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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양키스 입단' 박효준, 부모의 헌신 속에 큰 세계를 본 '큰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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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양키스 입단' 박효준, 부모의 헌신 속에 큰 세계를 본 '큰 소년'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4.07.04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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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준 부친 박동훈 씨 "양키스 측, 효준이에게 진정성 보인 팀"

[300자 tip] 야탑고 유격수 박효준(18)이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 입단했다. 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박효준 부자를 만났을 때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함께 자리했던 양키스 동북아 담당 스카우트는 “흡족한 계약이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박효준은 “양키스와 새벽 1시경에 서명을 마치고나서 잠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날 잠을 설쳐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으나 부모와 함께 한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표정은 점점 밝아졌다. 큰 물에서 큰 도전을 시작하게된 것을 실감하면서 눈빛도 더욱 초롱초롱해졌다.

[스포츠Q 글 이재훈 기자·사진 노민규 기자] “현실보다 과감한 ‘도전’을 택한 아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명문 뉴욕 양키스와 3일 116만 달러(11억7000만원)의 계약금으로 완벽하게 계약을 마친 박효준 부자의 표정은 밝았다. 박효준도 “간 밤에 잠을 못 잤다”며 “현실로 다가오니 긴장과 기대가 함께 오더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로는 2010년 박찬호(42)에 이어 두번째로, 아마추어 선수로는 최초로 양키스의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는다.

박효준의 아버지 박동훈(50) 씨는 “효준이가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로 가게 됐다. 본인이 너무 가고 싶어하던 게 이뤄져서 부모된 입장에서 일단 기분이 좋다. 과감하게 도전을 택한 아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양키스는 계약금 외에 구단 통역과 2인 1실 기숙사 등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 박효준이 뉴욕 양키스와 입단 계약을 한 3일 어머니 문서원 씨, 아버지 박동훈 씨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양키스행, 가족의 결정이었다

박효준이 계약금을 116만 달러로 정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박동훈 씨는 “우리가 제시한 금액 기준은 100만 달러 이상이었다. ‘기회 부여 측면에서 100만 달러 이상이면 간다’라는 기준이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100만 달러 이하면 두 번 정도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그 이상이면 세 번 이상의 기회가 주어질 것임을 알고 있어 기준선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씨는 “사실 기준선의 금액만 충족되면 효준이가 큰 물에서 놀았으면 싶었다. 미국 30개 구단에서 마이너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며 “(메이저리그에서) 통할지 안 통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시기가 맞을 때 경험적인 측면에서 분명 가치있는 일이다”고 밝혔다.

박효준의 가족은 어린 나이에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알고 있었다.

박효준의 어머니 문서원(50) 씨는 “많은 이들이 한국에서 프로생활을 통해 기량을 갈고 닦은 뒤 미국으로 직행하라고 했지만 이런 경우는 류현진밖에 없다”며 “야수의 경우는 더 쉽지 않아 보였다. 기왕 찾아온 기회면 왔을 때 해보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메이저리그 도전 이유를 밝혔다.

박효준은 뉴욕 양키스 외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텍사스 레인저스로부터도 관심을 받았다. 특히 샌디에이고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실제로 양키스와 함께 막판 줄다리기를 벌일 정도였다. 박동훈 씨도 “샌디에이고 남궁 웅 스카우트가 여러 면에서 신경을 써줬다. 아이를 보내지 못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문 씨도 “사실 효준이를 위해서 어느 곳이 좋은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고생하는 걸 보면 마음이 흔들리는 부분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보면 가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어 보내기를 주저했으나 본인이 가고 싶어하는 열망에 양키스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돈에 일회일비하지 않았다. 아이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쪽으로 최대한 맞춰주려고 했다”고 말해 선택의 우선 순위는 돈보다 기회를 강조한 양키스로 마음이 기운 박효준의 의지였음을 강조했다.

양키스는 박효준 측에 “제2의 데릭 지터로 키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 5월 최희섭(35·KIA), 류제국(31·LG) 등을 메이저리그에 진출시켰던 이치훈 씨를 공식 에이전트로 선임했다.

박동훈 씨는 “사실 이치훈 씨를 알게 된 때는 지난해 7월 청룡기 대회였다. 당시에는 인사만 한 정도였으나 이런 중요한 문제는 에이전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주위 의견을 듣고 선임했다”며 “(이치훈 에이전트의) 참신함과 신뢰감이 마음에 들었고 현지에서 효준이를 서포트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효준이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쪽으로 최대한 맞춰주려고 했다. 효준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는 곳이 뉴욕 양키스라고 생각했다. 편견 없이 클 수 있는 구단이라는 판단에서였다”고 말했다.

▲ 박효준이 양키스 입단 계약이 끝나서인지 밝은 표정으로 아버지 박동훈씨와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특히 “양키스가 효준이를 위해 전지훈련, 스프링캠프 등 모든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주겠다고 했다. 특히 1대1 통역을 배정하는 등 선수를 위한 배려가 신뢰감을 주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선수의 부족한 부분만 이야기해주는 다른 메이저리그 팀과 달리 양키스는 '팀이 원하는 선수라 더욱 관심을 가지고 관리해주겠다'고 말한 것도 힘이 됐다고 한다. 또한 전반적인 생활 면에서 배려해주고 빠른 적응을 위해 도와주겠다는 제안도 양키스를 택한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양키스가 계약금과 관련해 진심을 보였던 것도 가족의 마음을 움직였다.

박 씨는 “사실 선수들의 계약금을 부풀리는 것과 관련해 그간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선수들의 예를 들어 양키스 측에 이 문제를 강력히 제기했다. 만약 이 점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면 효준이를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양 측의 확실한 약속이기에 우려를 제기했고 이에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팀장이 직접 해명하겠다며 다음날 직접 뉴욕에서 비행기로 날아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양키스 측은 모든 항목을 일일이 조목조목 설명하며 ‘박효준의 계약금은 부풀리지 않은 실제 금액’이라고 확인시켜줬다. 박 씨는 “이를 통해 양키스가 보인 정성에 한 번 더 마음이 움직였다”며 “내년이 되면 이를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 박효준이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해 자신의 구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 아들을 믿고 맡긴 부모,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워내다

사실 원래 부자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처음에 박동훈 씨는 아들이 야구와 공부를 반 정도씩 비중을 뒀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

박 씨는 “사실 아들이 야구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공부와 야구를 반반씩 했으면 했다”며 “처음에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판사, 검사가 되었으면 하는 꿈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이내 “사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재미있어 하니까 취미로 시켰는데 유니폼을 입고 기뻐하던 아들의 모습이 잊혀지질 않는다”며 “굉장히 근엄한 표정으로 자부심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고 되돌아봤다.

박 씨는 아들에게 야구를 계속 시켜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된 계기가 있었다고 한다.

“효준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취미가 아니라 진짜 열심히 즐기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며 “당시 효준이가 홈에 달려들다가 포수와 부딪쳤고 바로 아웃됐다. 그 때 팀을 위해 득점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억울해 하며 울던 모습이 기억난다. 인상적이었다.”

박효준에 야구에만 전념해왔던 성실함은 가장 큰 무기였다. 이를 바탕으로 박효준은 고교 진학을 앞두고 ‘천재’로 평가받으며 서울의 많은 명문고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그러나 박효준의 최종 행선지는 성남 탄천구장을 훈련장으로 쓰는 야탑고였다. 최대한 야구를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박효준의 부모는 아들이 고교 1학년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는 단지 동경의 대상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박 씨도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어린 나이에 감히 어떻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LA전지훈련을 갔다오고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고 본인이 말하더라”고 미국전훈이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고려한 계기가 됐음을 밝혔다.

이날 공식적으로 계약이 체결됐음에도 문 씨는 기쁨을 가라앉힌 뒤 덤덤하게 “사실 우리가 원하는데로 됐다”며 “아들이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큰 곳을 봤으면 했다”고 말했다.

부모가 보인 열정도 대단했다. 특히 문 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일 때 세 살 터울의 누나와 함께 영국으로 한 달간 보내 기숙사 생활을 하게 했을 정도였다.

“효준이가 현재 세계화 시대인 만큼 어릴 때부터 다른 민족과 인종이 있고 이들과 친해지면서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었으면 했다."

▲ 박효준 부자가 이야기를 나누며 나란히 걷고 있다.

◆ 박효준 부모, 적응 문제 없기에 믿고 보낸다

박효준은 마이너리그 싱글A 생활 전에 오는 10월 교육리그에 들어간다. 2인 1실 기숙사를 제공받아 마이너리그서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박 씨는 적응력 문제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야탑고 코치님 중 한 분이 ‘효준이는 사막에 내놔도 살아남을 정도의 적응력을 지녔다’고 말할 정도로 친화력이 좋고 친구를 잘 만드는 성격이다. 효준이가 나이에 비해 차분하다. 어느날 효준이가 ‘엄마, 홈런을 치는 건 대단한게 아니야. 계속 열심히 하다보면 나오는 결과이고 노력한 만큼 나온 결과물이다’고 말했다. 그 때 너무 의젓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어 “효준이 스스로가 어떤 식으로 단계가 올라가는지 다 알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고 싶어했다”며 “박찬호, 추신수가 어디를 선택하든 네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던 것처럼, 할 수 있다는 의지만 확고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승부욕 또한 적응에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문 씨의 얘기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승부욕이 있었다. 중학교때도 사춘기로 방황한 3개월여 정도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야구에만 전념해왔다. 야구를 해오면서 특히 감사한 것은 흔한 부상하나 없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코치님들이 '효준이가 그만큼 유연성이 타고났고 강골 체질이다'는 말씀을 해주시더라."

박동훈 씨는 “효준이가 여기까지 와준 것이 고맙고 큰 무대에 진출하는 것이니 부상 없이 본인이 하고싶은 야구 한 번 마음껏 펼쳐보고 싶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박효준도 이에 “그동안 고생하신 아버지에게 감사하다. 앞으로도 관심있게 지켜봐줬으면 한다”고 훈훈하게 화답했다.

[취재후기] 뉴욕 양키스 동북아 담당 스카우트는 “박효준은 우리가 꼭 원하는 선수였다. 그는 공·수·주 모든 면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날 박효준도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를 하는 것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안정'보다 '도전'을 택한 박효준이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에 이어 메이저리그 주전 선수로 우뚝 서기를 기원한다.

steelheart@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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