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09:41 (금)
돌아온 K리거 태극전사들이 한국축구 희망 살린다
상태바
돌아온 K리거 태극전사들이 한국축구 희망 살린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04 1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드컵서 K리그 경쟁력 재확인…이근호·김승규 등 주말 K리그 클래식 경기 복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역시 한국 축구의 힘은 K리그, 돌아온 태극전사들이 다시 한국 축구 희망의 불씨를 지핀다.'

한국 축구는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처참하게 무너졌다. 지난 10년 넘게 차근차근 발전해왔던 한국 축구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하나의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다. 아시아 축구를 호령하는 K리그의 경쟁력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특히 이근호(29·상주 상무)와 김신욱(26), 김승규(24·이상 울산 현대)는 러시아전과 벨기에전 등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K리거의 힘을 과시했다.

◆ 처참했던 16년 전에도 K리거들이 부활 싹 틔웠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는 네덜란드에 0-5로 완패하는 수모를 겪으며 일찌감치 16강에서 탈락했다. 남은 경기는 벨기에전 뿐이었다. 하지만 벨기에와 당당하게 맞서 싸우면서 1-1로 비겼고 이는 1990년대말 K리그 인기의 토대가 됐다.

▲ 러시아와 FIFA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이근호를 비롯한 K리거 태극전사들이 5일부터 재개하는 K리그 클래식에 복귀한다. [사진=스포츠Q DB]

그 중심에는 K리그 트로이카로 불렸던 이동국, 안정환, 고종수가 있었다. 프랑스 월드컵에서 겁없이 상대 선수와 맞붙는 고종수는 '앙팡테리블'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당시 10대 선수였던 이동국 역시 프랑스 월드컵을 통해 멋진 중거리 슛으로 기대를 한몸에 모았다. 여기에 안정환까지 가세해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했다.

당대의 최고의 기량과 인기를 구가했던 이들은 소녀팬들의 마음을 뒤흔들었고 이로 인해 '오빠 부대'가 축구장으로 몰려오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물론 유럽 진출이 거의 없었던 16년전과 지금을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K리거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은 여전하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K리거는 6명에 지나지 않았고 이 가운데 필드 플레이어가 3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어느 월드컵 때보다도 활약상이 뛰어났다.

◆ 이근호·김승규, 주말 K리그로 돌아온다

러시아와 첫 경기에서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넣은 이근호의 활약은 K리거 가운데 으뜸이었다. 이근호는 러시아전 중거리 슛 하나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대표팀 낙마의 설움을 한번에 씻었다. 또 김승규도 벨기에전에서 한 골을 내주긴 했지만 여러 차례 슈퍼 세이브를 통해 차세대 대표팀 골키퍼로 인정받았다.

▲ 벨기에전을 통해 차세대 대표팀 수문장으로 발돋움한 김승규(오른쪽)도 6일 성남과 K리그 클래식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K리그 클래식에서도 0점대 실점율을 보이고 있는 김승규는 9월 전역하는 이근호와 함께 공수 주역으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스포츠Q DB]

이근호의 소속팀인 상주와 김승규가 골문을 지킬 울산은 오는 6일 오후 7시 각각 인천과 성남을 상대로 원정경기를 갖는다.

상주는 12경기를 통해 3패밖에 당하지 않았지만 무려 8차례나 비기는 바람에 승점을 제대로 쌓지 못해 11위에 처져있다. 그러나 7위 부산(승점 13)과 승점차가 고작 2밖에 나지 않아 언제라도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상주가 순위를 반등시키려면 이근호의 골이 필요하다.

울산 역시 김승규가 지키는 골문이 든든하기만 하다. 울산은 12경기를 치르면서 고작 8골밖에 내주지 않아 전체 K리그 클래식 12개팀 가운데 최소 실점 2위를 달리고 있다. 0점대 실점율을 보이고 있는 김승규의 월드컵 활약 원천이 K리그에 있었던 셈이다.

여기에 부상으로 당장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김신욱도 후반기 출전을 기다리고 있다. 벨기에전 선발로 나섰던 김신욱은 체격조건이 좋은 상대 수비수 둘 사이에서도 뛰어난 몸싸움 능력을 발휘하며 단순히 키만 큰 공격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특히 이들 세 선수는 모두 울산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병장' 이근호는 오는 9월 16일 전역을 앞두고 있어 9월 중순부터 울산의 공격력을 더욱 극대화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벨기에전에서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김신욱도 K리거의 경쟁력을 보여준 선수다. 김신욱은 벨기에전에서 당한 부상으로 인해 후반기부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스포츠Q DB]

◆ 월드컵 전사들의 활약, 전체 K리거들에게 강한 동기부여

1998년 당시 K리그가 이동국, 안정환, 고종수 등 '트로이카'의 활약에만 의존했더라면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했던 고종수와 이동국은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쓰지 못했다.

한일 월드컵에서 4강의 위업을 달성했던 주역도 역시 K리거였다. 이운재를 비롯해 최진철, 김남일, 김태영, 이영표, 이을용, 이천수, 송종국 등이 모두 K리그의 각 소속팀에서 맹활약했던 선수들이었다. 프랑스 월드컵에서 비록 대실패를 맛봤지만 K리그의 인기에 자극을 받아 실력을 키워 대표팀에 뽑혔고 4강 신화를 만들어냈다.

브라질 월드컵에 다녀오지 못한 K리그 선수들도 한국 축구의 실패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한편 4년 뒤를 기약하겠다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영광(29·경남)도 브라질 월드컵에 강한 동기부여를 받은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두차례 대표팀 수문장으로 뽑혔지만 지금은 김승규에 밀려 경남으로 임대됐다.

월드컵 기간 중 경남의 팀 전지훈련에 참가했던 김영광은 축구공보다 훨씬 작은 테니스공을 막아내며 방어능력을 향상시키는 등 구슬땀을 흘렸다. 또 민첩성을 높이기 위해 체중을 4kg까지 감량하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출전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영광은 "테니스공으로 훈련한 것은 중학교 때 이후 처음이다. 작은 공으로 훈련하면 시야가 확 트인다"며 "전반기 K리그 클래식 최다 실점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라도 하반기에 반드시 내 가치를 증명하겠다. 시즌 초 목표인 0점대 실점율도 함께 이뤄내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금 K리그에는 김영광과 같은 각오를 다지고 있는 선수가 각 팀에 수두룩하다.

▲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표팀에 뽑혔던 김영광은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낙마의 아픔을 잊고 명예 회복에 도전한다. [사진=경남FC 제공]

◆ 유소년 클럽에서 성장하는 유망주도 성장 '쑥쑥'

K리그는 한국 축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다.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유럽 구단 스카우터들의 눈을 사로잡아 해외로 진출하고 그 빈 자리를 또 다른 유망주들이 채우는 선순환 구조가 가장 이상적이다.

지동원(23·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이청용(26·볼턴 원더러스), 기성용(25·스완지 시티), 구자철(25·마인츠 05), 홍정호(25·아우구스부르크) 등 적지 않은 선수들이 K리그를 거쳐 해외 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K리그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하면 유소년 클럽에서 쑥쑥 성장하고 있는 유망주가 그 자리를 메운다. 이 가운데 포항은 유소년클럽 시스템이 가장 잘 정착되어 있는 팀으로 꼽힌다. 외국인 선수 하나 없는 포항이 지난 시즌 더블(K리그 클래식 및 FA컵 우승)에 이어 올시즌에도 K리그 클래식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 역시 유소년 클럽에서 성장했던 선수들이 제몫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의 아홉번째 월드컵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K리그는 계속된다.

4년 뒤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열번째 도전에 나설 한국 축구의 희망과 미래는 바로 K리그에 있다. 그렇기에 5일 재개하는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