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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수비수' 루이스-후멜스의 대공습, 4강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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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수비수' 루이스-후멜스의 대공습, 4강을 깨우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0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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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공격옵션으로 상대 골문 정조준…주춤한 공격진에 활력소

[스포츠Q 박상현 기자]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수비수들의 공습'이 시작됐다. 극강팀만 모인 8강 토너먼트에서 수비수들의 머리와 발 끝에서 나오는 득점포가 팀의 4강을 이끌었다.

부진한 공격수들을 '질타'하며 희망을 살려낸 공격하는 '하이브리드 수비수'들의 반란이었다.

'전차군단' 독일과 '삼바축구' 브라질은 5일(한국시간) 열린 8강전에서 수비수들만의 골사냥을 앞세워 각각 프랑스와 콜롬비아를 1-0, 2-1로 꺾고 4강에 올라 오는 9일 결승 진출을 놓고 '빅뱅' 대결을 벌이게 됐다.

이날 독일은 토니 크로스의 프리킥 크로스를 중앙 수비수 마츠 후멜스(26·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머리로 결정지었고, 브라질은 치아구 시우바(30·파리 생제르맹)와 다비드 루이스(27·첼시)의 발끝에서 골이 터져나오면서 부담스러운 콜롬비아와 8강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현대 축구에서는 공격수의 득점에만 기대서는 승리할 수 없다. 특히 브라질 월드컵처럼 모처럼 경기당 평균 골이 3골에 근접할 정도로 활발해진 '공격축구 시대'에 공격수들만 골을 넣어서는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압박 수비에 대처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스트라이커와 측면 미드필더 등의 공격이 주를 이뤘다면 극강팀만 모인 8강무대부터는 승리를 위해 또 하나의 공격 옵션이 필요하다.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두번째 공격 해법이 바로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다.

그런 점에서 후멜스와 루이스의 득점은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두 선수는 모두 이 경기 최우수선수(맨오브더매치)에 선정됐다. 독일과 브라질이 진검승부를 펼치기 때문에 이들의 활약은 '결승전같은 준결승'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됐다.

◆ '제2의 베켄바워' 후멜스,  전차군단의 공격 본능 일깨우다

후멜스의 공격 옵션은 사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특히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면 후멜스의 공격 가담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후멜스는 소속팀 도르트문트에서도 만만치 않은 득점력을 과시하는 공격 옵션이다.

2007~08 시즌부터 도르트문트에서 뛰기 시작한 후멜스는 2009~10 시즌과 2010~11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정규리그에서 5골을 넣을 정도로 득점력을 갖춘 '공격하는 수비수'다. 2013~14 시즌까지 정규리그에서 넣은 골만 15골이고 DFB(독일축구협회) 포칼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포함하면 20골이나 된다.

192cm의 장신을 활용한 헤딩골이 그의 주무기다. 이 가운데 도르트문트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2012~13 시즌 16강전에서 넣은 골은 후멜스의 득점능력을 잘 대변해준다.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와 벌인 16강 원정 1차전에서 1-2로 뒤지고 있던 도르트문트가 2-2로 비길 수 있었던 것이 바로 후멜스의 헤딩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반 43분 마르셀 슈마이저가 오른쪽에서 내준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하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원정에서 두 골을 넣으며 무승부를 이끌어내 유리함을 잡은 도르트문트는 홈 2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뒀고 이후 결승까지 올라 바이에른 뮌헨과 윔블리 스타디움에서 일전을 치르는 원동력이 됐다.

이번 골로 벌써 A매치 30경기에서 4골을 넣은 후멜스는 이미 포르투갈전에서도 크로스의 어시스트를 받아 헤딩골을 넣어 벌써 이번 대회에서 2골을 기록하고 있다.

보통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 수비에서 간혹 구멍이 뚫리는 선수도 있는데 후멜스는 '카이저' 프란츠 베켄바워를 연상하게 하는 공수 양면 재능을 보여 '제2의 베켄바워'로 평가받고 있다.

도르트문트는 2013~14 시즌 34경기에서 38실점을 기록하며 바이에른 뮌헨(23실점)에 이어 팀 최소 실점 2위에 올랐다. 도르트문트가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했던 2011~12 시즌 25실점만 기록했던 것 역시 후멜스의 뛰어난 수비 장악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뛰어난 몸싸움 능력은 기본이다.

알제리와 16강전에서 독감으로 결장했던 아쉬움을 한번에 털어버린 후멜스는 "크로스의 프리킥 패스가 너무나 좋았다. 나는 골을 넣기 위해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장소에 있었다"며 "우리는 기회를 많이 만드는 플레이를 했고 수비도 잘됐다. 승리할 자격이 충분했다. 앞으로 다가올 모든 경기에 열정을 가지고 더 진지하게 임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 EPL서도 인정받은 루이스의 프리킥, 콜롬비아 골문 열다

후멜스가 머리라면 루이스는 발이다. 다음 시즌부터 프랑스 리게앙 파리 생제르맹에서 뛰게 되는 루이스는 소속팀 첼시에서 이미 무회전 프리킥으로 득점력을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이번 시즌에는 골을 넣지 못했지만 2010~11 시즌부터 첼시에서 뛰면서 프리킥으로 골을 넣는 활약이 종종 펴쳐졌다. 첼시에서 네 시즌을 뛰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정규리그 등 각종 경기에서 기록한 골이 12골이다. 143경기에서 12골이니 평균 12경기에서 한 골씩 나온다.

물론 '원샷 원킬' 공격수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무회전 프리킥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의 그것만큼이나 위력적이다.

루이스는 지난달 29일 칠레와 16강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넣었다.

루이스가 소속팀 첼시와 달리 A매치에서 골을 넣지 못했던 것은 브라질에 워낙 많은 프리키커가 있는데다 굳이 수비수가 아니더라도 골을 넣을 공격수는 즐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드컵 무대에서 사정이 달라졌다. 네이마르(22·바르셀로나)는 카메룬과 경기에서 멀티골을 넣은 이후 크고 작은 부상으로 컨디션 난조를 겪으며 득점 능력이 식어버렸다. 헐크(28·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프레드(31·플루이멘세) 등의 득점력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위기의 순간에 루이스가 나타났다. 칠레전에서 코너킥 상황 때 데뷔골을 넣은 루이스는 콜롬비아와 양보할 수 없는 8강전에서 후반 24분 자신의 특기인 무회전킥으로 30m 장거리 프리킥을 골네트 상단에 꽂아넣었다.

호날두가 떠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무회전 프리킥을 맛보게된 관중들은 그 짜릿함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11분 뒤 하메스 로드리게스(23·AS 모나코)의 페널티킥골로 콜롬비아가 거센 추격전을 벌였기 때문에 루이스의 골은 브라질의 4강행을 결정짓는 귀중한 결승골이 됐다.

이날 경기에서 브라질은 시우바까지 콜롬비아의 수비를 순식간에 파고 들어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시우바도 2013~14 시즌부터 루이스와 함께 파리 생제르맹에서 호흡을 맞출 중앙 수비수다. 이날도 브라질은 네이마르, 프레드, 헐크 등이 침묵했지만 두 센터백의 연속골에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12년만에 4강에 올랐다.

시우바와 루이스의 공격 가담은 프레드, 헐크의 계속된 부진과 함께 네이마르가 경기 막판 콜롬비아 선수의 무릎에 등을 찍히면서 척추 골절상을 당해 더더욱 의미가 깊다. 특히 시우바가 경고 누적으로 독일과 4강전에 결장하게 됨에 따라 루이스의 득점능력은 더욱 절실해졌다.

루이스는 발도 뛰어나지만 190cm의 장신을 이용한 헤딩슛 능력도 탁월하다. 또 그가 6200만 유로(851억원)으로 역대 7위, 수비수 역대 1위의 이적료를 기록했던 것은 이러한 공격 능력 뿐 아니라 강력한 대인방어와 효과적인 태클로 상대 공격수들을 제압하는 탄탄한 수비력까지 갖췄기 때문에 가능했다.

강력한 수비력은 물론 제공권, 발기술, 킥능력, 득점력을 골고루 갖춘 '팔방미인' 루이스는 FIFA 월드컵 공식 평점인 '캐스트롤 인덱스'에서도 9.79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직 대회 최우수선수(MVP) 골든볼 수상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1930년 우루과이 대회 호세 나사시 이후 84년만에 수비수 출신 골든볼 수상도 점쳐지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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