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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원팀이다' 전차군단, 변화 택해 최초 4연속 4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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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원팀이다' 전차군단, 변화 택해 최초 4연속 4강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0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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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오른쪽 풀백 원위치…보아텡 중앙수비 돌려 후멜스와 탄탄한 방어벽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독일 '전차군단'이 부활했다. 어려운 경기였지만 '아트사커' 프랑스를 꺾고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4회 연속 4강이라는 초유의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20차례 전 대회 본선 출전에 무려 5개의 별을 휘장에 달고 있는 브라질조차도 거두지 못한 기록이다.

독일은 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프랑스와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8강전에서 토니 크로스(24·바이에른 뮌헨)의 프리킥 크로스를 헤딩골로 마무리한 마츠 후멜스(26·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활약으로 1-0으로 이기고 4강에 올랐다.

역대 월드컵에서 3회 연속 4강에 든 팀은 있었다. 브라질이 1970년 멕시코 대회부터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1970년 우승, 1974년 4위, 1978년 3위)까지 4강에 올랐고 서독은 1982년 스페인 대회부터 1990년 이탈리아 대회(1982년 준우승, 1986년 준우승, 1990년 우승)까지 4강에 올랐다.

이후 다시 브라질이 1994년 미국 대회부터 2002년 한일 대회(1994년 우승, 1998년 준우승, 2002년 우승)까지 3회 연속 4강에 올랐고 독일이 2002년 한일 대회부터 2010년 남아공 대회(2002년 준우승, 2006~2010 3위)까지 다시 한번 3회 연속 기록했다.

그렇기에 독일의 4강은 최초 4회 연속으로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만큼 꾸준한 성적을 낸다는 증표이기 때문이다.

◆ 흔들렸던 전차군단, 제자리로 돌아오다

독일 전차군단은 이번 대회 '롤러코스터'를 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가 버틴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4-0 완승을 거둘 때만 하더라도 독일이 역시 우승후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독일은 강인한 면모를 잃어갔다. 가나와 2-2로 비겼고 미국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간신히 1-0으로 이겼다. 독일이 포르투갈전에서 대승을 거두지 못하고 미국전에서 졌더라면 자칫 4회 연속 4강은 커녕 1938년 이탈리아 대회에서 1무1패로 탈락한 이후 76년만에 조별리그 통과 실패라는 대참사를 맞을 뻔했다.

역대 월드컵 사상 1938년 대회(10위)를 제외하고는 늘 한자리 순위를 유지해왔던 독일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것은 당연했다. 설상가상으로 알제리전에서 가까스로 2-1로 이긴 모습은 더이상 전차군단이 아니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랬던 독일이 돌아왔다. 이는 요아힘 뢰브 감독이 고집을 꺾은 것이 '신의 한수'가 된 영향이 컸다.

뢰브 감독은 지난 4경기 동안 원래 오른쪽 풀백을 보던 필리프 람(31·바이에른 뮌헨)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대신 오른쪽 풀백을 조별리그에서는 제롬 보아텡(26·바이에른 뮌헨)에게, 16강전에서는 슈코드란 무스타피(22·삼프도리아)에게 맡겼다.

하지만 무스타피가 허벅지 근육 파열상으로 월드컵에서 아웃되면서 뢰브 감독은 람을 오른쪽 풀백으로 원위치시켰다. 이와 함께 크로스를 중앙 미드필더로 돌리면서 사미 케디라(27·레알 마드리드)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30·바이에른 뮌헨) 등의 중심이동을 수비쪽으로 내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좌우 풀백, 특히 오른쪽 풀백이 믿음직하지 못한 문제점을 단번에 해결함은 물론이고 모든 선수들이 제 위치를 찾음으로써 전차군단의 위용이 되살아났다.

람은 안정적인 수비와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파트리스 에브라(33·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있는 프랑스의 왼쪽 측면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냈고 공격의 시발점 역할까지 해냈다. 또 케디라는 측면 공격수처럼 활동하면서도 수비에 가담할 때는 원래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로 돌아가 중앙 수비 앞에서 프랑스의 공을 적극적으로 따내는 등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조금씩 어긋나보였던 전차군단의 톱니바퀴가 람이 오른쪽 풀백으로 돌아오면서 연쇄적으로 이가 맞아들어가면서 비로소 제대로 돌기 시작했다. 7명이나 감기 증세로 고생하며 악전고투를 하는 상황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단 한골만 넣었을 뿐이었지만 탄탄한 수비 덕분에 그것만으로도 승리는 충분했다.

◆ 후멜스의 복귀, 더욱 단단해진 중앙 수비

전차군단의 또 하나 큰 톱니바퀴는 바로 후멜스였다. 후멜스는 포르투갈과 1차전에서 골을 넣었지만 후반 28분 허벅지 부상으로 무스타피와 교체돼 나가는 등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결국 알제리전에서는 감기까지 겹치며 결장했다.

뢰브 감독은 프랑스전에 후멜스를 전격 복귀시켜 보아텡과 함께 중앙 수비를 맡겼다.

후멜스의 기용은 성공적이었다. 헤딩 결승골을 넣었을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최고의 공격력을 갖춘 프랑스를 상대로 '클린 시트'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후멜스-보아텡의 강력한 방어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앙 수비가 더욱 단단해진 것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26·바이에른 뮌헨)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노이어는 전진 압박 수비를 펼치는 포백 수비진이 있는 독일에서 또 하나의 방어벽으로 활약했다. 선방 능력은 물론이고 빠른 발과 안정된 패스 능력, 발재간을 활용해 골키퍼가 아닌 스위퍼처럼 활약했다.

골키퍼가 앞선으로 나왔다가 뚫리면 그대로 실점이 된다는 점에서 노이어의 활동능력은 불안하게 보일 수 있다. '카이저' 프란츠 베켄바워도 노이어가 스위퍼처럼 활약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노이어는 경기마다 슈퍼 세이브를 펼칠 뿐 아니라 필드 플레이어처럼 뛰면서 전진 압박 수비를 펼치는 독일 수비진과 거리를 좁히면서 또 한 명의 수비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로 인해 독일의 중앙 수비는 더욱 단단해졌다.

◆ 다양한 전술 변화와 안정적인 경기 운영, 탄탄해진 독일 전차

그동안 뢰브 감독은 제로 톱 실험과 잦은 중앙 수비 조합 변화 등으로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와 루카스 포돌스키(29·아스널)라는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스트라이커를 두고 제로 톱 실험을 하는 뢰브 감독에 대한 시선은 따가웠다.

뢰브 감독은 프랑스전에서 제로 톱을 쓰지 않고 클로제를 전격 기용했다. 클로제는 비록 단 1개의 슛도 기록하지 못한채 교체됐지만 앞선부터 꾸준히 상대 선수를 괴롭혀주며 저지, 독일 수비가 더욱 견고해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뢰브 감독은 람의 오른쪽 풀백 복귀와 클로제의 원톱 출격, 후멜스의 중앙 수비 기용 등으로 이전 포메이션과는 다른 전술을 들고 나옴으로써 프랑스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독일의 진면목은 녹다운 토너먼트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독일이 한번 토너먼트에 나가면 최소 4강은 해낸다는 뜻이다. 1982년부터 올해까지 32년 동안 치러진 9차례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던 것이 무려 7차례나 된다.

이제 전차군단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음 상대는 브라질이다. 만만치 않은 적수이긴 하지만 다시 제모습을 찾은 전차군단이라면 충분히 결승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프랑스전에서 보여준 전차군단의 모습은 완벽한 '원팀'이었기 때문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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