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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대표팀이 잘하든 못하든 우리 가까이 있는 K리그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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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대표팀이 잘하든 못하든 우리 가까이 있는 K리그가 최고"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05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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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일만의 재개한 K리그 현장, 월드컵 부진 여파 상관없이 뜨거운 열기…수원에 2만여 관중 운집

[수원=스포츠Q 글 박상현·홍현석·사진 최대성 기자] "대표팀이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어요. 대표팀 못한다고 축구 안보겠다면 그건 진정한 축구팬이 아니죠."

버스를 타고 블루버드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하는 이한나(22·대학생)씨는 모처럼 K리그 클래식 경기가 열린다는 생각에 싱글벙글했다. 수원 삼성의 유니폼을 입은 그는 월드컵 부진 때문에 축구 보기 싫어지지 않았느냐는 짖궂은 질문에 살짝 눈을 흘겼다.

"대표팀 성적이 실망스럽긴 하죠. 그리고 홍명보 감독이 K리그 선수들을 많이 뽑지 않은 것도 기분 나빴죠. 하지만 그래도 축구팬이니까요. 끝까지 축구를 사랑해아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건 진정한 팬이 아니잖아요. 잘해도 못해도 축구를 좋아하니까요."

▲ 수원 삼성 서포터스 '프렌테 트리콜로'가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경남의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 경기 시작하자마자 순식간에 메워진 관중석

수원과 경남의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 경기가 벌어진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은 경기 시작 1시간 전만 하더라도 관중석이 그리 많이 차지 않았다. 수원 서포터스 '프렌테 트리콜로'가 모여 있는 N석은 가득찼지만 가족 단위 팬들이 오는 E석과 W석에는 빈 자리가 눈에 많이 띄었다. 역시 월드컵 대표팀의 부진 여파가 K리그 한파로 이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경기 시작 10분여 전부터 급격하게 관중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렸을 때 E석과 W석의 1층은 어느새 가득찼고 2층까지 관중들이 들어왔다.

이날 경기 공식 관중집계는 2만267명. 전북 현대와 경기가 벌어졌던 지난 5월 3일 당시 관중수인 2만3466명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었다.

관중석에서 모처럼 즐겁게 K리그 경기를 지켜본 관중들 역시 대표팀에 대해 실망은 했지만 여전히 K리그는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부인, 아이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김해윤(39·회사원)씨는 "K리그가 먼저 발전돼야 대표팀도 더 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월드컵 성적과 관계없이 K리그 열기는 여전한 것 같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K리그에 대한 재미를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단 K리그도 팬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또 아들이 좋아하는 K리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는 이은형(48·주부)씨는 "포항 이명주 같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들어가지 않아 아쉬웠다. K리그에서 맹활약하던 선수 대신 많은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던 해외파 선수들을 대거 중용한 것이 안타까웠다"며 "월드컵 성적과 관계없이 여전히 K리그 열기는 뜨거운 것 같다. 월드컵 이전보다 더 좋아진 듯 하다"고 말했다.

▲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모인 팬들이 5일 수원 삼성과 경남의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공식 관중수는 2만267명이었다.

◆ 월드컵만 보다가 모처럼 경기장 찾으니 더 좋아요

같은 또래 친구 4명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윤소영(20·대학생)씨 역시 모처럼 경기장을 찾은 것에 대해 만족한 표정이었다.

윤소영 씨는 "두달 가량 쉰데다 월드컵 부진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열기는 별 차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월드컵이 끝난 직후여서 더 많이 온 것 같다"며 "자국리그는 보지 않고 폄훼하면서 국가대표나 해외리그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것은 너무 아쉽다.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도 대부분 K리그 출신인데 K리그 선수들을 무시하는 풍토가 아쉽다"고 꼬집었다.

또 두달 뒤 결혼을 올린다는 민경태-조혜연(이상 29·회사원) 예비부부는 "경기장 오기 전부터 오늘도 사람이 많이 올 것이라 확신했다. 오히려 축구에 대한 관심은 더 많아진 것 같다"며 "보통 월드컵이 끝나면 축구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관심이 높아진다. 이런 것이 보통 1년 정도 간다"고 말했다.

특히 민경태 씨는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열기가 있는데 사람들이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며 "앞으로 중계가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고 K리그에도 팀들을 대표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얘기했다.

▲ 수원 삼성 선수들이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경남과 경기를 마친 뒤 관중들을 향해 박수를 치며 인사하고 있다.

◆ K리그는 K리그만의 경쟁력 충분, 팬들 충성도 대단

사실 K리그 팬들의 충성도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높은 편이다. 대표팀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흥행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은데 축구는 그런 것에 많은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에도 1무 2패의 성적을 거두고 왔음에도 오히려 K리그 관중은 늘어났다.

그래서인지 일선 현장에 있는 프런트들 역시 월드컵 부진이 K리그 인기에 크게 지장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은호 수원 홍보담당 과장은 "월드컵에서 부진하긴 했지만 관중 숫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주말 경기 평균 관중은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관중들 역시 한동안 경기장을 찾지 못했던 아쉬움을 한꺼번에 떨쳐버릴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충성도 높은 팬들에만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충성도 높은 팬들을 기반으로 더욱 관중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바로 앞으로 K리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이런 목소리는 월드컵이 끝난 뒤 매번 있었지만 늘 흐지부지됐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한국 축구가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K리그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팬들을 더욱 모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더욱 연구하고 노력해야 할 때다. 팬들은 언제나 K리그와 한국 축구를 응원하고 있다.

이날 K리그 경기장에는 수원에 2만여 관중이 몰린 것을 비롯해 광양에서도 9012명의 관중들이 전남과 서울의 경기를 지켜봤다. 전북 현대와 부산의 경기가 벌어진 부산(2836명)과 포항과 제주의 경기가 열린 제주(2886명)는 저조했지만 월드컵 한파의 영향은 아니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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