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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원중의 캐릭터 열전] STV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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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원중의 캐릭터 열전] STV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2.15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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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드라마 사상 최강 캐릭터에 여심 휘청

[스포츠Q 용원중기자] 옆집 남자, 수상하다. 직업은 대학강사. 하버드대를 졸업한 명석한 두뇌에 법률 및 의학지식은 전문 변호사와 의사를 찜쪄먹을 정도다. 거기에 잘 생겼고, 비율까지 좋다. 초호화 빌라에 살며 강남 노른자위 땅을 비롯, 엄청난 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알고보니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인 1609년 9월 25일 조선땅에 떨어진 외계인이란다.

404년 동안 지구에 처음 왔을 때와 똑같이 젊고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살고 있다. 매의 시력, 늑대의 청력을 지녔다. 놀라운 속도로 순간이동할 수 있고, 시간을 멈추게 하는 능력이 있다. 누군가의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을 보는 예지력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철저히 숨기고 산다. 지구를 떠날 그날까지 고요하고 품격 있게, 방해받지 않으면서 살 계획이었다.

 

▲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을 소화하는 김수현[사진=SBS제공]

 

사랑에 대해서 몹시 시니컬하다. 남녀의 사랑이라는 건 결국 호기심, 질투, 성욕, 소유욕, 연민, 의리, 습관 내지는 착각 같은 거라고 본다. 그런데 옆집 사는 한류스타 천송이(전지현)를 만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서서히 사랑에 빠져든다. 그 사랑은 치명적이다. 자신의 정체성이 커밍아웃되며 위협받을 위기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도민준은 로맨스 드라마 사상 역대 최강의 캐릭터다. 그동안 백마 탄 왕자, 재벌2세 혹은 ‘본부장’, 자상하고 헌신적인 남자가 남주(남자주인공)의 전형이었다면 도민준은 여기에 초능력까지 첨가한 아름다운 외계인이다. 경쟁력에 있어서 절대 우위다. 가끔 고루한 말투와 '허당'기 어린 행동이 튀어나오나 이 역시 귀여운 매력으로 여겨질 만하다.

도민준의 '연애의 기술'은 로맨스 드라마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시크함을 넘어 퉁명스러울 정도지만 상대를 세심하게 배려한다. 콧대 높던 천송이가 끙끙 앓게 할 정도로 ‘밀당’의 고수이기도 하다. 이렇듯 천사표와 나쁜 남자 사이를 능란하게 넘나드니 여성 시청자들이 반할 수밖에.

하지만 작가는 이렇듯 완벽해 보이는 캐릭터에 아킬레스건을 심어놓음으로써 진부함의 덫을 살짝 피해간다. 도민준은 여자와 키스하는 순간 단박에 시들어버리는 화초처럼 시름시름 앓는다. 지구에 계속 머물 경우 젊음과 생명력이 휘발된다. 판타지 드라마 속 극강의 캐릭터지만 현실성을 부여하는 순간, 도민준은 한낱 필부보다 부족한 존재로 전락한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결격사항이 보호본능과 애잔함을 끌어내니, 판타지도 이런 판타지가 없다.

청춘스타 김수현은 좋은 목소리와 우월한 신체조건으로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아름다운 외계인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한다. 회를 거듭할 수록 도민준의 복합적인 감정선을 적절히 짚어나감으로써 시청률 보증수표 겸 배우로서 존재감을 확장하는 중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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