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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끝나지 않는 골키퍼 전쟁, 지금부터가 진검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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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끝나지 않는 골키퍼 전쟁, 지금부터가 진검승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07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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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축구 대세 속 수문장 맹활약 승부 변수…브라질 세자르-독일 노이어 '빅뱅'

[스포츠Q 박상현 기자]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은 누구나 인정하는 '공격축구'의 향연이다. 전체 64경기 가운데 60경기가 치러진 가운데 159골로 경기당 평균 2.65골이 나오며 전세계 축구팬들을 더욱 흥분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또 하나 주목할 포지션은 바로 골키퍼다.

이미 멕시코의 기예르모 오초아(29·아작시오), 칠레의 클라우디오 브라보(31·레알 소시에다드), 코스타리카의 케일러 나바스(28·레반테), 미국의 팀 하워드(35·에버튼) 등이 엄청난 슈퍼세이브쇼를 보여주며 이번 월드컵을 하얗게 불태웠다.

이들이 비록 퇴장하긴 했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들의 활약에 묻혀있었을 뿐 지금이야말로 세계 최고 골키퍼의 향연을 보게될테니 말이다. '극강' 4강 수문장들이 지금부터 진검승부를 벌인다.

우승을 위해 공격축구가 빛을 발할수록 4강팀 수문장들이 벌일 골키퍼들의 4색 진검승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 골키퍼의 맹활약, 브라질 월드컵서 두드러진 이유

브라질 월드컵에서 유독 골키퍼의 활약은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언더독'으로 평가받던 팀들에서 골키퍼의 맹활약이 두드러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강호를 상대로 슛을 많이 허용하고 위기를 많이 맞았다는 뜻이다. 나바스나 오초아, 브라보, 하워드 등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것도 바꿔서 말하면 상대팀의 공격을 온몸을 던져 선방했다는 뜻이다. 패한 팀인데도 맨오브더매치(MOM 경기 최우수선수)에 많이 선정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국과 칠레, 멕시코가 16강까지 오르고 코스타리카가 네덜란드와 맞서 8강전을 훌륭하게 치를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언더독의 대반란이 유난히 이번 월드컵에서 일어났던 것 역시 골키퍼의 활약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학범 스포츠Q 논평위원은 "약한 팀들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골키퍼의 활약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며 "한국 등 아시아나 북중미, 아프리카 등 축구 변방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골키퍼가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골키퍼의 중요성은 약한 팀만 강조되는 것이 아니다. 우승을 노리는 팀들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더구나 박빙의 승부 속에서 골키퍼의 슈퍼세이브는 득점 하나와 맞먹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하다.

공격축구가 더욱 위세를 떨칠수록 골키퍼의 선방 능력은 팀의 승패를 좌우할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역대 월드컵을 보더라도 좋은 팀, 우승한 팀에는 언제나 최고의 수문장이 있었다. 가장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제패한 이탈리아에는 잔루이지 부폰(36·유벤투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팀 스페인에는 이케르 카시야스(33·레알 마드리드)가 있었다. 한일 월드컵에서는 골든볼을 수상한 독일의 올리버 칸이 있었고 4강 신화의 주역 이운재도 빼놓을 수 없다.

◆ 브라질과 독일, 챔스리그 우승 골키퍼끼리 대전쟁

브라질의 줄리우 세자르(35·토론토)와 독일의 마누엘 노이어(28·바이에른 뮌헨)는 모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이 있는 골키퍼들이다.

세자르는 주제 무리뉴 감독이 인터밀란 지휘봉을 잡았던 2009~10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고 노이어 역시 2012~13 시즌에 빅이어를 들어올렸다.

클럽의 정규리그 우승 경험도 풍부하다. 세자르는 2005~06시즌부터 2009~10 시즌까지 5회 연속 스쿠데토(세리에 A 우승) 경험을 갖고 있고 노이어도 2012~13 시즌과 2013~14 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골문을 든든히 지키면서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세자르는 인터밀란에서 떠난 뒤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팀을 옮기며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보내는 듯 보였지만 수비가 약한 QPR의 골문을 지킨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전성기를 연장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세자르는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토론토로 임대 이적됐지만 여전히 안정된 기량으로 브라질의 골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선수생활의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 세자르와 달리 노이어는 아직 30세도 되지 않은 혈기왕성한 젊은 골키퍼다. 많지 않은 나이와 골키퍼의 포지션 특성을 볼 때 향후 10년동안 최고의 골키퍼로 군림할 수 있는 재목이다. 이미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하는 등 경험도 풍부하다.

브라질과 독일은 화끈한 공격축구를 구사하는 만큼 골키퍼의 중요도는 그 어느 경기보다도 높다.

브라질은 네이마르(22·바르셀로나)가 척추 골절로 아웃됐지만 헐크(28·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프레드(31·플루미넨세) 등을 앞세워 대반격을 노린다. 독일에도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와 루카스 포돌스키(29·아스널)를 비롯해 토마스 뮐러(25·바이에른 뮌헨) 등 골잡이가 즐비하다.

부상선수가 많고 치아구 시우바(30·파리생제르맹)까지 경고 누적으로 빠지는 브라질이 불리한 상황이긴 하지만 두 팀의 전력이 팽팽한만큼 골키퍼 대결에서 승패가 가려질 갸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노이어는 FIFA 월드컵 공식 선수 평점인 '캐스트롤 인덱스'에서 9.00으로 4강팀 골키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노이어는 전방 압박 수비를 펼치는 독일의 포백 수비의 뒷공간까지 책임지는 리베로 역할까지 담당하며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하고 있다.

세자르는 6.43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칠레와 16강전 승부차기에서 이겨 MOM에 선정됐다.

◆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선수 잘 아는 로메로가 변수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의 수문장 대결도 흥미롭다. 네덜란드에는 '신성' 야스퍼르 실레선(25·아약스 암스테르담)이 있고 아르헨티나는 세르히오 로메로(27·AS 모나코)가 자리한다.

실레선은 지난해부터 네덜란드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을 꿰찬 신예다. 2011년부터 아약스 암스테르담에서 뛰기 시작한 실레선은 2013~14 시즌에야 비로소 아약스의 주전 수문장이 됐다.

실레선은 첫 월드컵답지 않게 맹활약을 펼치며 루이스 판할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고 있다. 경험 부족 때문에 승부차기는 팀 크륄에게 맡기고 있지만 누가 뭐래도 '오렌지 군단'의 넘버원 골키퍼다.

이미 국제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실레선의 활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제축구연맹은 "실레선이라는 이름이 낯설긴 하지만 떠오르는 신예로 앞으로 자주 듣게될 이름"이라며 "반할 감독의 신뢰 속에 실레선은 최근 수많은 A매치에서 골문을 지켰다. 앞으로 수많은 강호들과 경기에서도 탁월한 기량을 증명해보일 것"이라고 실레선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런 네덜란드를 위협하는 골키퍼가 바로 로메로다. 로메로가 변수가 되는 까닭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AZ 알크마르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의 전력차가 크지 않다면 이 경기도 승부차기까지 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네덜란드 선수들을 4년동안 지켜봐왔던 로메로가 유리할 수 있다. 더구나 네덜란드는 이미 코스타리카와 8강전에서 승부차기를 했기 때문에 차는 방향이나 습관까지 노출된 상태다.

두 선수는 캐스트롤 인덱스에서도 8.83(시엘센), 8.80(로메로)으로 팽팽하다. 캐스트롤 인덱스가 경기마다 선수들의 슈팅이나 패스 횟수, 패스 성공률, 활동거리 등을 수치로 환산해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매기는 평점이기 때문에 이들의 활약은 이미 충분히 인정받은 셈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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