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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휠체어농구 열전, 편견을 버리면 재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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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휠체어농구 열전, 편견을 버리면 재미가 보인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07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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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 농구인도 "기량·전술 놀랍다" 평가…한국, 조 2위로 준결리그 진출

[인천=스포츠Q 글 박상현·홍현석 기자·사진 최대성 기자] "정말 잘하네요. 스크린 거는 것도 대단하고 개개인 기량과 전술도 뛰어나요. 일반 농구 못지 않은데요."

프로농구(KBL) 인천 전자랜드 김성헌 사무국장이 잠시 짬을 내 7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4 인천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를 관람했다. 구단 사무실이 같은 체육관 내에 있지만 다음 시즌 준비로 워낙 바쁜 탓에 인천서 열리는 이번 세계대회를 보고 싶어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잠시 시간을 내 영국과 멕시코의 A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10분 동안 관전했다.

1997년 KBL 원년 인천 대우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던 농구 선수 출신인 김성헌 국장은 휠체어농구를 보면서 상대 선수를 스크린하는 모습이나 기량과 전술이 뛰어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휠체어에 앉은 채로 슛을 쏘는 것은 오직 팔의 힘으로 하는 것인데 일반 농구장 규격에서 하는 게 보통이 아니거든요. 정말 열심히 훈련한 것이 보입니다. 대단해요."

▲ 한국 휠체어농구대표팀의 조승현이 7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14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 아르헨티나와 3차전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한 뒤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 척박한 장애인 스포츠 환경 속 조 2위 쾌거

한국 휠체어농구는 그동안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척박한 장애인 스포츠 환경 속에서 휠체어농구가 발전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10년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 휠체어농구는 일본과 중국에 이어 동메달에 그쳤다. B조에서 1위를 차지하며 준결승에 올랐지만 일본에 48-72로 완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만에 81-44로 이기긴 했지만 중국과 일본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세계선수권 성적도 좋지 못했다. 2010년 대회 때는 A조에서 5전 전패를 당하며 9~12위전으로 밀렸다. 9~12위전에서 멕시코에 57-64로 패한 한국은 11~12위전에서 알제리에 64-51로 이기고 간신히 최하위를 면했다.

이번 대회는 당시보다 더 많은 16개팀이 참가했다. 4개 팀이 4개 조로 나뉘어 1차 조별리그를 치른 뒤 조 최하위를 제외한 3개 팀이 준결승리그에 오른다.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노리는 한국 대표팀은 세계선수권을 아시안게임 전초전으로 삼았다.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상승세를 아시안게임까지 잇겠다는 것이었다.

▲ 한국 휠체어농구대표팀의 김영무(왼쪽)가 7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14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 아르헨티나전에서 공을 지키기 위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성적은 좋다. 아니 훌륭하다. 영국과 멕시코, 아르헨티나가 포함된 A조에서 영국에만 30점차로 졌을 뿐 2승1패를 거두고 조 2위로 준결승리그에 올랐다. 8일 첫 경기가 공교롭게도 B조 2위를 차지한 일본과 맞대결이다.

한국의 '테크니션 가드' 오동석(28·서울시청)은 "라이벌인 일본을 이번에 확실하게 꺾어야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만나도 자신있게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김동현(27) 역시 "세계대회 8강 진출을 목표로 했는데 지금까지 우리가 경기한 것을 보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준결리그에서 일본뿐 아니라 이란도 만난다. 모두 아시안게임에서 만날 팀이기 때문에 미리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사현 한국 대표팀 감독은 "오랫동안 선수들과 준비한 노력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8강 진출이라는 목표로 가는데 한 고비를 넘은 것 같다"며 "특히 이번 대회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열린 대회여서 더욱 많은 준비를 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만나게 되는 이란, 일본과 맞붙게 되므로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내야만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 밝혔다.

▲ 한국 휠체어농구대표팀의 한사현(가운데 아래) 감독이 7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14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 아르헨티나전에서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다.

◆ 장애인 스포츠, 재미없다는 편견을 버리자

휠체어농구의 열기는 그 어느때보다도 뜨거웠다. 그리고 비장애인 선수 못지 않은 훌륭한 기량도 갖추고 있었다. 한국 대표팀의 가드 오동석은 매일 김승현이나 전태풍 등 KBL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비디오로 보며 연구하고 기량을 키운다고 했다.

실전에서 그는 KBL 선수 못지 않은 화려한 개인기로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번번이 따돌리고 위기 때마다 득점을 성공시키며 클러치 능력까지 보여줬다.

비록 '동원 관중'이지만 인근 부대에서 나온 군인들도 매우 흥미롭게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 경기를 지켜봤다. 이름과 소속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군인(일병)은 "휠체어 농구 같은 장애인 스포츠 경기를 처음 봤다. 부대 차원에서 동원되어서 왔다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경기는 처음 봤다. 군인 신분이 아니었더라도 경기장을 찾았을 것"이라며 "다만 장애인 스포츠가 재미없다는 편견, 그리고 홍보 부족이 아쉽다. 조금 더 흥미진진한 모습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제 조별리그가 끝났을 뿐이다. 아직도 준결리그 3경기가 더 남아 있고 이후 순위 결정전이나 8강, 4강 전, 결승전도 있다. 일반 농구에서는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진한 땀내음과 환호성이 코트에 울려펴진다. 게다가 8일에는 한일전이 벌어진다. 아직 휠체어농구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다.

▲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 경기가 벌어진 7일 인천 삼산체육관은 거의 관중이 없는 가운데 한국과 아르헨티나 혼신을 다한 명승부를 펼쳤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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