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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영혼 없는 '원맨팀'에 헌신으로 뭉친 '원팀'은 악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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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영혼 없는 '원맨팀'에 헌신으로 뭉친 '원팀'은 악마였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09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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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네이마르 공백 속 플랜B도 없어 '미네이랑의 비극'…독일, 뢰브 감독 고집 접고 헌신 이끌어내 대승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영혼없는 삼바축구는 더이상 삼바축구가 아니었다. 네이마르(22·바르셀로나)에만 기댔던 브라질의 말로는 처참했고 결과는 대재앙이었다.

브라질은 9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로오리존치 에스타지우 미네이랑에서 열린 독일과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전반에만 5골을 내주며 무너진 끝에 1-7로 완패했다.

1934년 6월 3일 유고슬라비아(현재 세르비아)전에서 4-8로 진 이후 80년만에 7실점하고 1920년 9월 19일 칠레에서 열렸던 코파 아메리카 우루과이전에서 0-6 패배 이후 최다점수차 패배를 당한 브라질은 홈에서 6번째 별을 달겠다는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

남미 축구의 최강자인 브라질이 여지없이 무너진 것은 생각만큼 전력이 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펠레의 후계자'로 평가받았던 네이마르가 있어 내심 홈에서 우승을 기대했지만 브라질에는 네이마르 뿐이었다. 그야말로 원맨팀의 전형이었다.

◆ 네이마르 원맨팀, 예견됐던 부진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아픔을 씻어버리겠다는 브라질 대표팀에 대한 기대는 컸다. 그러나 오직 홈팬들에게만 기대를 모았을 뿐이었다.

대부분 축구 전문가들의 예상은 브라질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네이마르에만 기댄 공격 패턴이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브라질은 이번 대회에서 모두 11골을 넣었다. 이 가운데 네이마르가 4골을 차지했고 오스카르(23·첼시)와 다비드 루이스(29·첼시, 파리생제르맹 이적)가 2골씩 기록했다. 그러나 정통 공격수로는 네이마르 뿐이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프레드(31·플루미넨시)는 단 한 골에 그쳤고 헐크(28·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침묵했다. 조(27·아틀레티코 미네이루)는 있으나마나였다.

브라질은 지난해 월드컵 전초전이었던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 프레드가 5골을 넣으며 실버부트(득점 2위)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프레드가 제몫을 해주지 못하면서 네이마르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졌고 이는 브라질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 됐다.

자신에 대한 족쇄가 완전하지 않았던 조별리그에서 네이마르는 훨훨 날았다. 크로아티아전과 카메룬전에서 멀티골을 넣으며 득점왕 가능성도 높였다.

그러나 네이마르가 묶이기 시작한 토너먼트에서 브라질은 마치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덜컹거렸다.

칠레와 16강전에서는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까지 가야 했고 콜롬비아와 8강전 역시 네이마르가 묶이면서 치아구 시우바(30·파리생제르맹)의 골과 다비드 루이스의 프리킥 골로 2-1로 이겼을 뿐이었다. 브라질다운 화끈한 공격이 실종됐다.

◆ 원맨이 없는 원맨팀, 정신력과 응집력 실종

네이마르가 콜롬비아와 경기에서 척추 골절상을 당한 뒤 브라질에는 큰 구멍이 뚫렸다. '원맨' 네이마르가 빠진 브라질은 허수아비였고 껍데기뿐이었다. 그 여파는 당장 독일과 준결승전에서 나타났다.

네이마르 없이도 경기를 잘 치르겠다며 '포르자 네이마르(힘내라 네이마르)'란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쓰고 네이마르의 유니폼까지 경기장에 들고 나오며 전의를 불태웠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원맨팀의 응집력 부족은 단번에 나타났다.

헐크와 프레드는 여전히 독일의 중앙수비를 뚫기에 무리였고 네이마르의 빈 자리를 메우러 나온 베르나르드(22·샤흐타르 도네츠크)는 기대 이하였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헐크를 전반만 뛰게 하고 하미레스(27·첼시)와 바꿔버렸고 프레드도 후반 24분만에 윌리앙(26·첼시)와 교체돼 물러났다.

네이마르가 없는 브라질의 공격은 상대를 위협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호나우두와 히바우두, 호나우지뉴 등 '3R'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던 공격력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탄탄하게 중앙 수비를 맡으며 공수를 진두지휘하던 시우바의 부재는 수비 붕괴까지 불러왔다. 응집력이 없는 브라질은 전반 11분 토마스 뮐러(25·바이에른 뮌헨)의 첫 골에 급격하게 와해되기 시작했고 그대로 지리멸렬했다.

특히 브라질은 이날 독일에 7골을 내주면서 11실점으로 늘어났다. 브라질이 월드컵 본선에서 11실점을 기록한 것은 193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두번째다. 브라질이 월드컵을 치르면서 두자리 실점을 기록한 것 역시 1998년 프랑스 월드컵(10실점)에 이어 세번째다.

이에 대해 김학범 스포츠Q 편집위원은 "뮐러의 전반 11분 첫 골이 나온 순간 끝난 경기"라고 간단명료하게 정리했다.

◆ 조직력의 전차군단, 헌신하는 원팀에서 본 악마

브라질은 세계 축구를 호령하는 팀이다. 어느 팀이든 화려한 개인기로 농락하며 승리하곤 했다. 그러나 독일의 강한 조직력 앞에 선 브라질은 마치 추위에 떨고 있는 어린 양과 같았다. 반면 독일은 자비가 없는 악마와 같았다. 독일에 힘없이 당하는 브라질의 모습에서 연민의 정마저 느껴졌다.

독일이 이처럼 강한 면모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안정된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조직력이다. 독일은 뮐러가 5골로 팀내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긴 하지만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는 더 있다.

교체로 나와 브라질전에서 두 골을 넣은 안드레 쉬를레(24·첼시)가 3골을 넣었고 토니 크로스(24·바이에른 뮌헨)와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 마츠 후멜스(26·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나란히 2골씩 넣었다.

독일의 강점은 비단 공격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잃은 골이 겨우 4골뿐이다. 그것도 가나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두 골을 잃었을 뿐이고 알제리와 16강전, 브라질과 4강전에서 한 골씩 내줬다. 후멜스와 제롬 보아텡(26·바이에른 뮌헨)이 버티고 있는 중앙 수비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최강 철벽을 자랑한다.

독일은 거의 선수 변화가 없다. 선수 변화가 없는 것은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나쁘게는 전술 변화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좋게 보면 그만큼 안정된 조직력과 경기 운영을 보여준다는 얘기다. 독일은 후자에 해당한다.

후멜스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독일의 선발 라인업은 거의 비슷했다.

베네딕트 회베데스(26·샬케04)와 필립 람(31·바이에른 뮌헨)의 좌우 풀백과 함께 후멜스와 보아텡으로 이어진 포백은 압박 전진수비를 펼치고 전진수비로 인해 빈 뒷 공간은 선방능력 뿐 아니라 리베로 역할까지 담당하는 마누엘 노이어(28·바이에른 뮌헨)이 담당한다.

또 사미 케디라(27·레알 마드리드)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30·바이에른 뮌헨)의 수비형 미드필더 역시 다양한 움직임과 안정된 수비로 상대의 예봉을 꺾고 있다.

◆ 무섭도록 차가운 이성의 독일, 흥분만 했던 브라질

독일에 대한 선입견은 무뚝뚝하고 차갑고 너무나 이성적이라는 것이다. 이날만큼은 이런 선입견은 제대로 들어맞았다. 독일은 무섭도록 침착했다. 전차군단의 게르만 전사들은 서로 헌신하면서 투혼으로 뭉쳤다. 수문장 노이어의 헌신처럼 모두 12년전 한일 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에 당한 패배의 설욕과 우승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집중했다.

독일은 자신의 페이스대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케디라와 슈바인슈타이거의 중원 장악을 통해 경기를 풀어나갔고 전반 11분만에 세트 플레이에서 골을 넣었다.

이후에도 독일은 앞으로만 나오는 브라질을 유린하며 철저하게 자신의 경기를 풀어나갔고 이것이 전반 29분만에 다섯골이 터져나오는 이유가 됐다.

반면 브라질은 뮐러에게 첫 골을 내준 이후 지리멸렬했다. 네이마르에게 승리를 바치자고 나왔지만 정신력은 뮐러의 골과 함께 무너져내렸다.

네이마르와 시우바가 없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브라질에 첫 실점은 불안을 넘어서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이내 흥분했고 중앙에서 튼튼하게 수비를 지켜줘야 하는 루이스는 공격적으로 나가다가 독일의 파상 공격에 속절없이 수비가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고집을 꺾은 뢰브, 의리 옹고집 스콜라리 꺾다

독일이 기록적인 대승으로 결승에 올라가긴 했지만 알제리와 16강전 2-1 승리만 하더라도 요아힘 뢰브 감독에 대한 독일 언론의 비판이 이어졌다. 알제리전 2-1 승리는 졸전이었다며 선수 기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람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로 기용했던 뢰브 감독은 프랑스와 8강전부터 오른쪽 풀백으로 돌렸다. 고집을 꺾은 것이다. 그리고 제로톱 전술도 철회했다. 베테랑 클로제를 원톱으로 하는 포메이션을 프랑스와 8강전부터 썼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사령탑이 고집을 꺾으니 선수들은 헌신으로 뭉쳤다. 감기 환자 속출로 어수선했던 분위기도 최초 4회 연속 4강 진출로 다시 살아났고 비온 뒤 한 번 다져진 원팀의 응집력은 더욱 강해졌다.

반면 스콜라리 감독은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풀리지 않는 프레드와 헐크를 계속 기용하는 '의리'를 보여줬다.

자신이 신뢰하는 선수들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며 꾸준히 투입했고 이는 브라질 공격의 약화를 불러왔다. 특히 스콜라리 감독이 큰 기대를 걸었던 프레드는 끝내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스콜라리 감독에게는 주전이 부진할 경우 이를 뒤집을 수 있는 플랜B가 없었다.

자만의 결과 삼바축구의 영혼은 실종됐고 '미네이랑의 비극'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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