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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둔주봉 한반도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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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둔주봉 한반도전망대
  • 이두영 편집위원
  • 승인 2014.07.10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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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벌 동쪽 끝에 숨은 천혜의 비경

 

금강이 빚은 순수의 풍경  

[스포츠Q 이두영 편집위원] 물은 산을 타박하지 않고 기꺼이 돌아 흐릅니다. 산이 물에게 길을 내어 주었듯이 물도 산을 넘지 않습니다. 강물은 억지나 위세를 부리지 않고 그저 낮게 흘러갑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순응에 있습니다. 산중의 강줄기가 감동스러운 것은 그 우직한 만곡에서 인고와 순응의 세월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충북 옥천군 안남면 연주리 둔주봉 중턱에서 금강이 빚어낸 만곡의 아름다움을 감상했습니다. 금강은 청마리 갈마골로 소리 없이 스며들어 티 없이 흐릅니다. 평화로운 강줄기에는 풍요로움이 가득했습니다. 고을 이름이 왜 ‘기름진 강’의 뜻을 지닌 옥천인지를 깨달았습니다. 무심한 산과 강, 하늘 끝을 보니 마음이 풍요로워지더군요.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기쁨이지요.

 금강은 둔주봉 앞에 이르러 끝과 지존을 의미하는 오메가의 형태로 구부러집니다. 형태가 마치 좌우가 바뀐 한반도 같군요. 한반도 지형은 좀 어설프지만 시멘트 공장을 거느린 강원도 영월 선암마을보다 훨씬 더 정이 가는 풍경입니다.

▲ 둔주봉 한반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금강. 오메가 형태로 굽이치며 흐르고 있습니다.
▲ 한반도 전망대(정자) 앞 이정표.
▲ 영월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

 

이곳 ‘한반도 전망대’로 가려면 옥천군 안남면사무소 앞 무료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안남초등학교 옆 탐방로를 이용해 걸어 올라가면 됩니다. 초등학교 옆에 등산로 안내판이 크게 서 있고 ‘한반도 전망대’라는 표식도 있습니다. 산의 높이는 고작 384m이고 전망대는 중턱에 있으므로 힘들지 않게 갈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1.4km를 가면 점촌고개에 다다르고, 고갯마루에서 잠시만 숨을 할딱거리며 급경사를 오르면 이내 경사가 완만하고 피톤치드가 가득한 길이 펼쳐집니다. ‘날마다 이런 길을 걸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마음이 절로 드는 아름다운 오솔길입니다. 그렇게 800m를 오르면 기대했던 지형이 눈앞에 짠 하고 나타납니다. 가슴이 뻥 뚫립니다. 고맙게도 정자까지 설치돼 있으니 탁배기 한 잔 걸쳤다고 치고 시 한 수 읊거나 박인수 이동원의 ‘향수’를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정상은 정자에서 800m를 더 올라가야 합니다. 정상에서 피실, 금정골, 고성 중 한 코스를 택해 내려가면 금강에 닿고 강변을 따라 면사무소 근방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안남초등학교 옆에서 둔주봉까지 왕복하면 2시간 30분 걸립니다. 이렇게만 해도 체지방 분해 효과가 만만치 않네요.

안내문에 적힌 운동효과를 보니, 보통 속도로 걷는다고 가정할 때 체중 60kg인 사람은 약 1,500칼로리, 체중이 70kg인 사람은 1,800칼로리 정도를 소모합니다. 하루에 권장되는 칼로리 섭취량이 성인 남성 기준으로 직업이나 활동량에 따라 2,000~2,400칼로리인 것을 감안하면 살 빼는 효과가 만만치 않지요.

▲ 둔주봉으로 가는 길.
▲ 둔주봉 포근한 소나무 숲길.

 

옥천읍에는 향토색 짙은 시 ‘향수’를 쓴 정지용의 생가가 복원돼 있습니다. 정지용은 6.25 전쟁이 일어난 후 행방불명돼 월북작가로 분류됐다가 1988년 작품들이 해금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으로 시작되는 ‘향수’는 박인수와 이동원 님의 듀엣곡 덕분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습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를 저도 가끔 돼지 목 따는 소리로 불러봅니다. 멱 감고 고기 잡고 뛰어놀던 고향은 내내 잊을 수가 없지요. 생가 옆에는 정지용 문학관이 들어서서 그의 일생과 작품세계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 정지용 생가 앞. 도로 바닥의 '노인 보호'라는 글씨가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 정지용 생가(위)와 정지용 문학관.
▲ 정지용 생가.

 

* 옥천의 음식

금강 본류를 끼고 있는 옥천의 별미는 피라미를 바삭하게 튀겨 뻘건 양념을 묻힌 ‘도리뱅뱅이’와 각종 민물고기를 푹 곤 국물에 야채와 고추장 등 양념에 국수를 넣은 ‘어탕국수(생선국수)’, 민물매운탕, 빠가사리 매운탕, 올갱이 요리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민물매운탕의 대표 물고기인 빠가사리는 방언이고 표준어는 ‘동자개’입니다. 올갱이, 올뱅이 등으로 불리는 고둥은 표준어가 다슬기입니다. 옥천읍내에 매운탕과 다슬기 요리를 하는 집이 여러 곳 있습니다. 읍내에서 한 주민에게 물어보니 다슬기를 잘하는 식당으로는 금강올갱이, 별미올갱이, 미락올갱이 등 3집이 유명합니다.

다슬기국의 개운한 맛은 섬진강 재첩국의 맛과 흡사한데 포화지방이 거의 없고 향미가 독특합니다. 다슬기와 재첩은 간 독성 해소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요. 값도 비싸야 7,000원 정도인 별미입니다. 어탕국수 맛은 구수하고 걸쭉합니다.

옥천에서는 구수하고 단백질이 많은 콩 요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안남면 사무소 부근 배바우순두부 외에 읍내에 우리 콩으로 빚은 두부를 내놓는 집이 서너 곳 있습니다.안남면 정미소에서는 고소한 미숫가루와 통밀, 밀가루, 현미, 통보리 등 국산 곡식을 판매합니다. 정지용 생가 부근에도 구읍할매묵집, 구읍식당(생선국수) 등이 있습니다.

▲ 옥천의 명물인 어탕국수(생선국수)와 넘버원 멜론.

 

* 길섶 단상

우리나라가 기후가 열대기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어종이 열대수종으로 변하고 비도 갑자기 마른 하늘에서 와르르 쏟아졌다가 금세 그치는 스콜로 변하고 있고, 열대성 식물 재배도 늘고 있습니다. 카레의 원료인 강황이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고, 최근에는 남미에서 경작되는 항산화물질 덩어리인 아사이베리도 국내에서 상업적으로 재배되고 있습니다.

둔주봉에 올랐다가 옥천읍으로 되돌아오는 도중에 군북면 국원리를 지날 때 노란 과일을 듬뿍 쌓아두고 파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샛노란 참외색깔에 크기는 멜론보다 약간 작은 황금색 멜론인데 이 마을 ‘땅벗농원’ 아주머니는 참외 농사에 이어 황금색 멜론을 키운 것이 20년 가까이 됐다고 했습니다.

당시 해외여행을 심심찮게 다녔던 저는 리조트나 호텔에서 아침마다 여러 가지 열대과일을 먹는 즐거움이 컸는데, 국내 멜론 경작의 역사가 그만큼 오래됐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기후변화가 오래 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늦지 않게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절박감 같은 것이 들었습니다.

몰디브, 투발루 등 몇몇 섬나라들은 빨라지는 해수면 상승 때문에 수 십 년 후에는 지도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했습니다. 북극의 해빙은 섬나라 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에 커다란 재앙을 초래할 우려가 있습니다. 지구온난화의 전적인 원인이 이산화탄소 배출인지에 대해서는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일단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공회전과 급제동 급가속을 삼가야겠습니다. 차가 정지된 채로 연료를 태워야 하는 교통신호체계도 정비가 되어야 합니다.

여행 중에 시식한 멜론의 맛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시중보다 훨씬 싸고 싱싱한 황금멜론(아주머니는 황금멜론이 아니라 품종명이 ‘넘버원 멜론’이라며 우수성을 강조했습니다)을 시중보다 훨씬 저렴하게 사먹어 입은 즐거웠지만 환경변화와 그 여파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인심 좋은 아주머니에게서 농경의 어려움을 듣고 나니 종종 택배로 주문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농원 아저씨 휴대전화 번호 010-4430-1049). 해외로 자동차와 휴대폰 등 공산품을 팔아먹기 위해 농산물을 쿼터까지 정해 관세 팍팍 낮춰 수입해야 하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농민의 아픔이 이 농원에서도 절감했습니다.  travel220@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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