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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슈퍼매치는 한국축구 희망의 끈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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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슈퍼매치는 한국축구 희망의 끈 놓지 않았다
  • 홍현석 기자
  • 승인 2014.07.13 0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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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6549명' 역대 최다관중 9위…뜨거운 응원전으로 경기장 달궈

[상암=스포츠Q 글 홍현석·사진 노민규 기자] 역시 한국 축구의 힘은 K리그였다. 비록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뒀지만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은 뜨거웠다. 물론 침체된 한국 축구의 모습은 없었다.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슈퍼매치'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4만6549명의 관중이 입장, 그렇지 않아도 뜨거운 여름 경기장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의 부진과 함께 홍명보 감독의 사퇴 등으로 한국 축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축구의 추락은 곧 K리그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좋게 뒤집어졌다. 그리고 경기도 슈퍼매치답게 박진감이 넘쳤고 경기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FIFA가 선정한 '세계 7대 더비'다운 경기 내용과 뜨거운 열기에서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 FC 서울 윤주태(오른쪽)이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어시스트를 해준 차두리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 2014년 최다 관중과 역대 9위 관중 기록

지난 4월 27일 수원에서 열렸던 전반기 슈퍼매치는 세월호 참사로 관심이 뚝 떨어졌다. 애도 기간이었기 때문에 서포터스도 응원을 하지 못하며 분위기가 침체됐다. 3만명이 안되는 관중들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시간이 지나 월드컵 휴식기가 끝난 후 처음으로 K리그 최고 흥행카드인 슈퍼매치가 열렸다.

지난 시즌부터 수원에 강한 면모를 보인 서울은 수원을 디스하는 동영상을 만들며 이번 경기를 홍보했다. 그 결과 후반기 슈퍼매치에서는 이번 시즌 최다 관중인 4만6549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K리그 관중랭킹 역대 9위의 열기였다.

경기장 일반석 1층은 경기 시작 전부터 꽉 찼고 경기가 시작되고 난 후에도 더 많은 관중들이 입장, 일반석 2층까지 가득 찼다.

경기장을 메운 관중들은 서울이 공격할 때마다 엄청난 환호성을 쏟아냈고 아쉽게 기회를 놓쳤을 때는 함께 탄식하며 아쉬워했다.

▲ FC 서울 김진규(오른쪽에서 세번째)가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헤딩으로 선제 결승골을 넣고 있다.

친구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최경일(24·학생)씨는 “오늘 경기장에 와서 열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며 “서울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년동안 서울의 팬이었다는 회사원 노형근(49)씨는 “10년 전보다 슈퍼매치 열기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선수들도 예전보다는 몸을 사리는 것 같고 팬들도 예전에 보여줬던 그런 박력있는 응원이 안나오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 올 시즌 첫 슈퍼매치에서 볼 수 없었던 서포터스의 자존심 대결

지난 4월 시즌 첫 슈퍼매치는 여러 악재 때문에 관심도가 크게 떨어졌다. 세월호 사건 애도기간에 경기가 열려 관중들이나 미디어의 관심이 떨어졌다. FIFA 월드컵이 두달도 남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월드컵에 쏠려있기도 했다.

그 결과 3만명도 경기장을 찾지 않았고 슈퍼매치마다 항상 경기 외에 재미를 줬던 서포터스의 대결도 '침묵 애도응원'으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기 슈퍼매치에서는 지난 4월에 열렸던 전반기 슈퍼매치에서 응원하지 못했던 것을 마음껏 발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 FC 서울 윤주태가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최용수 감독과 승리의 포옹을 하고 있다.

수원 서포터스 프렌테 트리콜로는 경기장 S석을 가득 채우며 서울을 도발하는 응원가를 부르며 응원 열기를 고조시켰다.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도 홈에서 절대 질 수 없다는 자세로 더욱 뜨겁게 응원전을 펼쳤다.승리의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김진규와 윤주태가 골을 넣었을 때는 4만명이 넘는 관중과 함께 엄청난 환호성을 내질렀다.

서울 서포터 박주영(25·학생)씨는 “경기장에 오니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일반석 분위기도 좋고 서울 서포터즈 응원도 수원을 압도하고 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부인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이우천(55•회사원)씨는 “열기가 대단하고 우려했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온 것 같다”고 말하며 “사실은 일반석에서 경기를 봤는데 젊은이들의 열기를 느껴보고 싶어 N석으로 왔는데 정말 열기가 대단하고 오늘은 서울의 수호신이 수원 서포터스와 응원전에서 압도하는 것 같다”고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을 응원했다.

반면 수원 서포터스 프렌테 트리콜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부 허인숙(48)씨는 “느낌이 좋다. 슈퍼매치라는 경기가 주는 생동감과 이런 매치가 자주 생겨서 K리그가 발전하면 좋겠다”며 “수원 서포터들은 서로를 가족같이 생각해주고 사랑하기 때문에 응원이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서울 서포터스와 응원전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손주와 소통하기 위해서 수원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전복순(66•주부)씨는 “손주랑 같이 왔는데 오늘 분위기가 정말 좋은 것 같다”며 “수원 서포터들은 항상 선수들이 다치지 않기만을 바라며 응원한다”고 밝혔다.

항상 K리그를 두고 “재미없는 리그, 수준 낮은 리그”라며 무시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슈퍼매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직도 많은 팬들이 한국 축구를 사랑해주고 있고 관심을 갖고 있다.

양팀 서포터스의 뜨거운 응원에 선수들도 힘을 얻은 듯 뜨거운 열전으로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였다. 전반은 다소 패스가 살아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후반 들어 최고 명승부를 펼쳤다.

슈퍼매치의 진수를 보여준 이날 경기는 다시 한번 한국 축구의 희망과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축구팬들은 월드컵의 성적에 실망했지만 끝까지 한국 축구를 사랑했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toptorre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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