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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의 눈] 독일의 10년 체질개선과 뢰브 리더십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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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의 눈] 독일의 10년 체질개선과 뢰브 리더십이 주는 교훈
  • 김학범 논평위원
  • 승인 2014.07.1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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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골 넣은 뮐러 포함 선수 8명이 고른 득점…10년간 주도한 뢰브 감독의 리더십도 재조명

[스포츠Q 김학범 논평위원] 독일이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우승은 온갖 악재를 이겨낸 귀중한 승리였다.

독일은 14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마리오 괴체(22·바이에른 뮌헨)의 연장 후반 8분 결승골로 1-0으로 이기고 네번째 별을 달았다. 그러나 독일은 결승전에서 악재가 가득했지만 이를 실력으로 이겨냈다.

우선 남미대륙에서 열린 대회에서 남미가 우승한다는 공식을 깼다. 3위팀을 이기고 결승에 오르면 우승한다는 징크스도 날렸다. 독일의 우승을 점친 펠레의 저주도 끝냈다.

게다가 결승전 선발 명단에 들어갔던 사미 케디라(27·레알 마드리드)가 부상으로 크리스토프 크라머(23·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가 채 준비를 하지 못하고 들어갔고 크라머마저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해 교체카드 하나를 날렸다. 또 골대를 맞고 나오는 슛이 나오기도 했다.

마음가짐에서도 독일은 아르헨티나에 밀릴 것으로 생각했다. 쉽게 결승에 올라가는 팀과 어렵게 결승까지 진출한 팀이 있는데 이 가운데 어렵게 결승전을 맞이하는 팀이 마음가짐이나 정신력에서 높을 수밖에 없다. 브라질을 7-1로 꺾은 독일보다 네덜란드를 어렵게 이긴 아르헨티나의 정신력이 더 뛰어날 수 있었다.

이런 악재들을 독일은 끝내 이겨냈다. 독일 우승의 원동력은 10년동안 독일축구의 체질을 개선하고 그 결과 선수층이 두꺼워진 것에 기인한다.

독일 축구라고 하면 롱패스 위주의 선이 굵은 축구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독일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4년부터 세계 축구의 흐름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개인 역량도 뛰어났지만 브레인 역할은 요아림 뢰브 코치가 맡았다. 뢰브는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독일 대표팀에서 수석코치로 활약하며 독일의 10년 변화를 주도했던 지도자였다.

이는 클럽으로 이어졌다.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에서 성장하고 활약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이것이 대표팀의 전력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안착됐다. 스페인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이 FC 바르셀로나에서 그 원동력을 찾은 것을 보더라도 클럽과 리그의 탄탄한 기반이 대표팀 전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독일은 선수층도 두꺼웠다. 특히 교체로 나가는 선수들의 활약도가 이번 대회에서 뛰어났다. 천금같은 결승골을 넣은 괴체와 이를 어시스트한 안드레 쉬를레(24·첼시)도 이날 경기에서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이었다. 괴체는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한 교체선수가 됐다.

스쿼드가 두껍다는 것은 어느 선수가 나가도 제몫을 해준다는 뜻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인 괴체는 월드컵 기간 동안 컨디션이 좋지 못해 벤치로 밀렸지만 중요한 경기에 나서 기어코 자신이 해야 할 책임을 다했다.

독일은 득점을 올린 선수도 8명이나 보유했다. 5골을 넣은 토마스 뮐러(25·바이에른 뮌헨)를 비롯해 쉬를레, 괴체, 마츠 후멜스(26·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토니 크로스(24·바이에른 뮌헨), 미로슬라프 클로제(35·라치오), 케디라, 메주트 외칠(26·아스널) 등이 골을 넣었다. 그만큼 독일은 득점이 고르게 나와 공격 패턴이 다양했다. 이런 팀을 막기란 쉽지 않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결승전에서 결정적인 기회가 독일보다 더 많았지만 골 결정력에서 독일과 차이가 났다. 또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에 치우친 공격력은 한계가 있었다. 8골 가운데 4골을 넣은 메시에 의존하다보니 메시가 묶였을 때 풀어주지 못했다.

끝으로 뢰브 감독의 지도력도 인정하고 싶다. 팀에서 지도자의 역할을 굉장히 중요한데 선수로서 다른 팀동료를 이끄는 리더십과 감독으로서 리더십은 차이가 있다.

월드컵 4강에 오른 감독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현역 시절에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첼시를 이끄는 주제 무리뉴나 은퇴한 알렉스 퍼거슨, 한국 축구를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으로 이끌었고 이제는 새로운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을 맡게되는 거스 히딩크까지 선수로서는 크게 활약하지 못했지만 감독으로서 대성공을 거뒀다.

이는 감독으로서 리더십이 선수와는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수는 개인이 잘하면 뛰어나고 돋보이고 그것만으로 리더십이 생기지만 감독은 모든 팀 구성원을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 축구도 현역 시절 스타였던 인물이 대표팀 감독을 맡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스타 출신이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스타가 대표팀 감독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는 월드컵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는지, 그리고 월드컵이 경험을 쌓는게 아닌 진정한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무대임도 배웠다. 세계 축구의 흐름도 깨달았다. 브라질 월드컵은 한국 축구에 그만큼 많은 숙제를 남긴 대회였다.

war3493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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