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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컬문화의 멋' 위해 주류 거부한 래퍼 겸 CEO 팔로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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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컬문화의 멋' 위해 주류 거부한 래퍼 겸 CEO 팔로알토
  • 김현식 기자
  • 승인 2014.02.17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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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레이블 하이라이트 레코즈 대표

[300자Tip!] 2010년 설립된 하이라이트 레코즈는 총 12명의 아티스트로 구성돼 있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레이블이다. 대표는 래퍼 팔로알토(31ㆍ본명 전상현). 지난해 첫 컴필레이션 앨범 ‘HI-LIFE’를 발표해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설립 4년차가 된 현재 힙합신의 중추 역할을 하는 레이블로 자리잡은 하이라이트 레코즈는 앞으로도 대형 기획사 중심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독자적 음악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스포츠Q 김현식 기자] 최근 비주류로 인식되던 힙합 음악은 대중에게 익숙한 장르가 됐다. 래퍼들의 수도 대거 증가했고, 힙합을 앞세운 아이돌 가수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다. 랩이 포함된 달달한 사랑노래들이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쓰는 현상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만큼 메인 스트림과 언더그라운드의 경계가 허물어진지 오래다.

팔로알토는 현재 힙합신에서 가장 뚜렷한 빛을 발하는 아티스트다. 철학이 담긴 가사와 우직한 랩,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왔다. 특히 2010년 하이라이트 레코즈들 설립해 국내 힙합문화를 이끌어가는 CEO이기도 하다.

▲ 하이라이트 레코즈 대표, 래퍼 팔로알토 [사진=하이라이트 레코즈 제공]

◆ 대형 기획사 러브콜 NO!…“힙합의 진짜 멋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중학교 시절 우연히 접한 힙합음악에 꽂혀 래퍼의 꿈을 가지게 된 그는 20세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무대에 올랐다. 2003년 컴필레이션 앨범 ‘People & Places vol.1’에 참여한 뒤 홍대 클럽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4년 첫 솔로 EP ‘발자국’을 발표했다. 이후 매력적인 중저음 보이스, 진중하고 깊이 있는 가사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떠오르는 신예 래퍼로 주목받았다.

특히 그는 2007년 더콰이엇(The Quiett)과 듀오 P&Q를 결성해 아이돌급 인기를 얻기도 했다. 당시 홍대 클럽에서 공연을 하면 언더그라운드 시장에서는 이례적으로 700~800명의 관객이 몰릴 정도였다.

“당시에 국내에서 가장 큰 기획사 중 한 곳에서 매니저를 붙여줄 테니까 방송 타보자는 제안도 했었어요. (웃음). 다이나믹듀오 형들이 아메바 컬쳐를 설립하던 시기여서 같이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죠. 근데 모두 거절했어요. 군대를 가야 했고, 처음 시작할 때부터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는 대형 기획사들의 잇따른 제의를 뿌리치고 군 입대했다. 전역 후 타이거JK가 소속돼 있던 정글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활동을 시작했지만 2년 만에 둥지를 떠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기획사가 아니니까 음악적인 부분을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해 2년 반 정도 함께했는데 솔로 앨범이 나오지 못해 회의감을 많이 느꼈어요. 또 메인 스트림에서 할 수 있는 음악에 대한 한계를 깨달았죠. 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정해진 공식대로 똑같은 음악을 만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로컬 문화의 특성, 힙합 고유의 멋 자체가 없어지는 세태에 회의감을 느낀 그는 2010년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4명의 아티스트와 함께 하이라이트 레코즈를 설립했다.

“대부분의 래퍼들이 언더그라운드를 메인 스트림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단계로 인식하는 경향이 안타까웠어요. 못 뜨니까 언더에 남아있는 것이라는 대중의 편견도 강하게 박혀있고…. 그런 걸 바꿔보고 싶었고 로컬문화의 진짜 멋을 보여주고 싶었죠.”

▲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공연 모습

◆ 국내 힙합씬의 중심이 된 하이라이트 레코즈

하이라이트 레코즈는 현재 국내 언더그라운드 힙합신을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레이블로 자리잡았다.  소속 아티스트는 허클베리피(Huckleberry P), 오케이션(Okasian), 레디(Reddy), 비프리(B-Free), 이보(Evo), 211, 더블덱(DJ짱가, TKO), 소울피쉬(SoulFish), 소울원(Soul One), DJ 프리키(DJ Freekey) 등 12명에 이른다. 지난해 첫 컴필레이션 앨범 ‘HI-LIFE’를 발표해 대중과 평단의 호응을 얻었고, 매년 서울 대구 부산을 오가는 전국 투어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고충이 많았지만 지난해부터 공연을 많이 한 덕분에 현재 회사는 잘 굴러가고 있다. 하이라이트 레코즈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판에 박힌 주류시장의 음악에서 벗어나 진짜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이다.

“더 많은 대중에게 로컬 문화가 멋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이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게 최근 음원차트에서 1위에 올랐던 빈지노에요. 저희 레이블은 아니지만 방송 활동 없이, 대형 기획사들의 방식을 택하지 않았음에도 1위를 했다는 게 상징적이라고 봐요.”

 

팔로알토는 지난해 발표한 앨범 ‘Chief Life’를 통해 10년 동안 창작활동을 해온 래퍼, 30대가 된 레이블 대표로서 느끼는 솔직한 감정과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모두 담았어요. 먼저 나는 어릴 때 하고 싶었던 래퍼로서의 꿈을 다 이뤘다는 것. 두 번째가 지금까지 순수하게 창작활동을 했다면 이제는 수익에도 관심을 가지겠다는 것. 마지막이 내가 당신들을 단죄하지 않는 것처럼 당신들도 나를 존중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Chief Life’는 음악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부문 후보에 올라 있는 상태다. 래퍼로서, 레이블 대표로서 인정받는 위치에 서 있는 그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소속 아티스트들이 모두 성공했으면 좋겠고, 개인적으로는 계속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제 음악을 듣고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고, 죽어서도 기억될 수 있는 뮤지션이 되는 게 꿈이죠.”

[취재후기] 패기 넘치던 스무 살 래퍼에서 힙합신을 이끄는 레이블의 수장이 된 팔로알토는 자신들의 음악을 접하지 못한 대중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들 바쁘잖아요? 사실 먹고살기 바쁜데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찾아서 들을 시간이 없는 게 당연하죠. 그래도 음원 차트 TOP 50에 올라 있는 노래들만 듣지 말고 다양한 음악을 접하셨으면 좋겠어요.”

ssi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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