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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미스터 올스타' 영광보다 더 특별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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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미스터 올스타' 영광보다 더 특별했던 하루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18 2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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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어린이 사랑 나누기…전반기 부진했던 타격감도 잡으며 홈런 2개

[광주=스포츠Q 박상현 기자] '홈런왕' 박병호(28·넥센)에게 2014년 7월 18일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될 것 같다. 단순히 생애 처음으로 '미스터 올스타'에 뽑혔기 때문이 아니다.

그에게 뭔가 특별한 날이 됐다.

박병호는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홈런 두방을 날리며 4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 웨스턴 올스타의 13-2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박병호는 4타점으로 올스타 통산 7번째 한 경기 개인 최다 타점 타이기록을 세웠다. 1타점만 더 올렸다면 신기록이었다. 기자단 투표 74표 가운데 56표를 받은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표가 조금 덜 간 감이 없지 않았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넥센 박병호(오른쪽)가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백혈병을 앓고 있는 박주상 군과 함께 1루로 달리고 있다.

그러나 박병호가 단순히 미스터 올스타가 된 것만으로는 특별한 날이 될 수 없다. 박병호는 프로야구 선수로 뛰면서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바로 백혈병을 앓고 있는 한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준 것이다. 백혈병에 시달리고 있는 박주상(9)군은 박병호의 열렬한 팬이다. 그리고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런 그를 위해 박병호가 직접 나섰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메이크 어 위시 재단과 함께 이벤트를 만들었다. 박 군을 직접 올스타전에 초청했다. 그리고 직접 방망이를 쥐어주고 타석에 들어서게 한 뒤 공을 때리게 했다. 박 군과 함께 1루로 달린 박병호의 얼굴에는 미소가 넘쳐났다.

박병호는 "꿈이 야구선수인데 몸이 좋지 않은 어린이라고 들었다. 내 팬이라고 하길래 더욱 관심이 갔다"며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중에 함께 야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야구선수로 성장한 모습을 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넥센 박병호가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미스터 올스타에 선정된 뒤 부상으로 나온 승용차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또 대선배 박찬호(41)의 은퇴 모습도 그에게는 또 다른 의미였다.

박병호는 "박찬호 선배는 우리나라가 어려웠을 때 모든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던 선수"라며 "박찬호 선배를 존경하며 야구를 해왔다. 은퇴식에 참석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에서 은퇴했는데도 은퇴식이 없어 아쉬웠다"며 "오늘 같은 자리에서 모든 팬들과 선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뜻깊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병호가 미스터 올스타가 되긴 했지만 전반기 마지막 타격감이 갑자기 좋지 못했다. 29번째 홈런을 친 뒤 11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전반기에 30홈런을 치긴 했지만 박병호로서는 경기가 풀리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박병호는 이날 3안타 가운데 2개의 홈런을 쳐내면서 막혔던 속을 뻥 뚫은 듯한 쾌감을 느꼈다.

박병호는 "투수들이 전력으로 던지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결과이긴 하지만 홈런 2개는 후반기 자신감을 갖고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홈런을 펑펑 쳐냈던 페이스는 한풀 꺾였다. 주위 기대치가 클수록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 일단 10개를 더해 40홈런부터 달성하고 보겠다"고 말했다. 부상당하지 않고 소속팀 넥센을 상위권으로 견인하겠다는 각오도 잊지 않았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넥센 박병호(가운데)가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미스터 올스타 상을 받고 있다.

이런 박병호도 생애 두번째 맞이한 올스타전이 적지 않게 부담이 됐던 모양이다. 홈런왕이긴 하지만 홈런더비 레이스에서 3개밖에 때려내지 못해 체면을 구겼다.

이에 대해 박병호는 씩 웃으며 "홈런레이스가 많이 떨렸다. 생각보다 너무 긴장돼 못했다. 창피했다. 하지만 더 큰 상을 받았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자기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한 어린이에게 사랑을 전해주고 자신이 존경해마지 않는 대선배의 은퇴식을 함께 했다. 그리고 타격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는 2개의 홈런을 쳐냈고 자신의 두번째 올스타전에서 '미스터 올스타'가 됐다.

이보다 더 특별한 날이 있을 수 있을까?

박병호는 이날 올스타전에서 가장 행복한 올스타였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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