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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공룡' 김희원 유영준의 아쉬웠던 생애 첫 올스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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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공룡' 김희원 유영준의 아쉬웠던 생애 첫 올스타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19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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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퓨처스 올스타 선정…2이닝만 치르고 '노게임' 출전 못하고 마감

[광주=스포츠Q 박상현 기자] "조급하지 않아요.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으니까요."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약관의 NC 듀오 김희원과 유영준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공식 올스타전이 아닌 2군 선수들이 모여 치르는 퓨처스 올스타전이라고 하지만 프로 선수들이 모두 모여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약관의 '아기공룡'은 무척 기분이 들떠 있었다.

말 그대로 퓨처스 올스타전은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나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들을 한데 모아 치르는 경기다. 그만큼 1군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는 뜻도 된다.

그렇기에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에서 전반기 3위 돌풍을 일으킨 NC에서 1군으로 올라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선수라면 만만치 않은 기량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유영준(왼쪽)과 김희원이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 직전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현재 NC 2군 역시 올시즌 프로야구 퓨처스리그 남부리그에서 30승 5무 31패의 전적으로 상무, 한화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승률이 5할이 되진 못하지만 삼성, KIA, 롯데를 뒤에 두고 있어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다.

◆ 김희원 "두려워하지 않고 씩씩하게 던질래요"

부산중과 부경고를 졸업한 김희원은 지난해 신고선수로 NC에 입단했다. 181cm에 87kg의 당당한 체격조건을 갖춘 투수 김희원은 부경고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부경고는 경남부산권에서 부산고, 경남고 등에 밀린 복병 수준의 팀이다. 그래도 복병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기량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김희원은 부산고에 입학했지만 부경고로 전학을 왔다. 부산고가 화랑대기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2010년 우수투수상을 받았을 정도로 뛰어난 투구 능력과 함께 두뇌 피칭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투수였다.

하지만 들쭉날쭉한 투구 내용 때문에 김희원에 대한 평가가 다소 박해졌다. 10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고 완투승을 거둔 날이 있었는가 하면, 초반에 대량 실점하고 패전한 날도 있었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김희원(가운데)이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 직전 감독의 지시를 경청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봉 2400만원의 신고선수는 그에게 적지 않은 시련임에 분명했다. 그래도 넉살 좋아보이는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올시즌 그의 전적은 14경기 등판에 5승 3패, 평균자책점 5.53. 썩 좋은 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두달 전에 20번째 생일을 맞은 그에게 기회는 충분할 것 같다.

"조금 맞더라도 두려움없이 던지려고요. 아직 제가 기량이 완전히 여문 상태는 아니니까요. 경험을 쌓아가다보면 지금보다 더 성장해있지 않을까요."

◆ 유영준 "모창민 선배를 뛰어넘고 싶어요"

내야수 유영준은 지난해 5라운드 48순위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어떻게 보면 김희원보다는 조금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입단한 경우다. 김희원은 계약금이 없는 신고선수이지만 유영준은 그래도 계약금 6000만원을 받았다. 올시즌 연봉은 두 선수 모두 2400만원으로 같다.

183cm, 79kg의 다소 호리호리한 체격의 유영준은 덕수고 당시 공·수·주를 모두 갖춘 내야수로 인정받았다. 2012년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는 타격상을 받았고 같은 해 청룡기에서는 도루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평가는 공격보다 수비가 조금 더 낫다는 것이었다. 유격수 수비와 주루플레이, 작전수행 능력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구단 관계자는 "타격은 팬을 기쁘게 하지만 수비는 감독을 기쁘게 한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며 "굳이 따지자면 유영준은 감독을 즐겁게 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유영준(가운데)이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감독의 지시를 들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올시즌 퓨처스리그 성적도 아직까지는 타격감이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이다. 59경기에 출전해 137타수 34안타로 타율 0.248이다. 찬스에 강해 18타점을 올리긴 했지만 볼넷(12개) 대비 삼진(28개)의 비율이 다소 높은 편이다.

"아직 타격이 좋지 않아서 좀 걱정이긴 해요. 그래도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잘 따라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제 롤모델은 바로 모창민(29) 선배예요. 뛰어난 수비 능력도 그렇고 타격도 잘하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아직은 멀어보이지만 언젠가는 모창민 선배를 뛰어넘을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될 수 있겠죠."

◆ NC가 전략적으로 키우는 미래 유망주

두 선수가 아직 퓨처스리그에서 눈에 확 띄는 성적을 거두고 있지 않지만 올스타전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NC가 전략적으로 키우는 미래 유망주들이기 때문이다.

김희원은 비록 신고선수이긴 하지만 그래도 고등학교 때 에이스로 활약했고 유영준 역시 수비 능력이 뛰어나다. 탄탄한 수비력이 프로야구에서 하나의 경쟁력인 것을 고려한다면 시간을 두고 키울 수 있는 재목인 것은 분명하다.

박중언 NC 홍보팀 과장은 "아직 NC가 1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긴 하지만 선수층이 두텁다고 할 수는 없다"며 "퓨처스리그에서 기량을 쌓는 선수들이 모두 NC의 미래들이다. 그런 점에서 김희원도 선발은 물론이고 중간계투와 마무리를 오가며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주고 있고 유영준도 아직 근육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을 뿐 충분히 기대를 걸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평가했다. 팀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빼놓지 않았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NC를 대표해 퓨처스 올스타전에 이름을 올린 김희원(완쪽)과 유영준(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경기 직전 남부리그 올스타 선수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이런 그들에게 퓨처스리그란 어떤 의미일까.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은 몸은 고될지라도 내일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만은 즐겁다는 것이다.

"사실 대학과 프로 가운데 고민을 하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대선배님들과 함께 뛰고 뒹굴면서 경험을 쌓는 것이 더 많은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대학에서 뛰면서도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기량을 축적할 수 있겠죠. 하지만 대학에서 보내야 할 4년의 시간을 프로에서 보내는 것이 제게 더 낫다고 생각했어요."(유영준)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대학 4년을 프로에서 보낸다고 생각한다면 퓨처스리그는 분명 제가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하는데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그런만큼 감독님과 코치 선생님께서 지시하시는 것을 잘 받아들이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보다는 내일, 내일보다는 모레 더 열심히 뛴다면 그만큼 1군이라는 또 다른 미래가 금방 다가올 것 같아요."(김희원)

◆ 비로 휩쓸려간 퓨처스 올스타전, 출전은 다음 기회로

이처럼 미래가 촉망되는 두 선수에게 첫 퓨처스 올스타전은 기대로 가득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비에 휩쓸려 가버렸다.

사실 퓨처스 올스타전은 17일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우천으로 하루가 연기됐다. 17일 오후 5시에 열리려던 경기가 18일 정오로 옮겨졌다. 그러나 2회초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2회말 끝날 무렵 굵어지기 시작했다. 30여분 뒤 비가 그치긴 했지만 내야가 젖어버렸다. 흙을 말린 후에 경기를 속개할 수 있었지만 오후 4시부터 올스타전의 공식 행사가 줄줄이 이어져있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더이상 퓨처스 올스타전을 치를 수는 없었다. 그렇게 허무하게 '노게임'이 되고 말았다.

유영준과 김희원은 제대로 그라운드를 밟아보지 못하고 짐을 쌌다. 생애 첫 올스타전으로 기분이 한껏 올라있었지만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났다.

그러나 그들에게 올스타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아쉬움 같은 것은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젊기에 올스타전 출전 기회는 그 이후에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장 19일부터 퓨처스리그 공식 일정이 시작된다. 올스타전이 아니라 팀에서 제대로 기량을 쌓아 하루라도 일찍 1군으로 올라가는 것이 그들에게 가장 큰 목표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굵은 땀방울을 흘릴 각오를 하고 광주를 떠났다.

▲ [광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18일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은 2회말부터 굵어지기 시작한 빗줄기로 취소됐다. 퓨처스 올스타 선수들은 2이닝만 치르고 흩어졌지만 그들의 새로운 도전은 19일부터 다시 시작됐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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