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Tip!] 학교체육은 대한민국 스포츠가 세계 속에 널리 이름을 알리는데 든든한 뿌리 역할을 해왔다. 그중에서도 대학 운동부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며 경기력 향상을 기하고 한편으로는 직업 선수로의 진출도 함께 고민하는 중요한 시기를 담당하며 한국스포츠 발전에 가교 역할을 해욌다. 그런데 대학운동부가 지금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 차원을 넘어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스포츠Q 유필립 기자] 대학구조개혁,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예체능계열 대학의 학과통폐합이 진행되고, 그중에서도 재정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대학운동부의 축소 또는 폐지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비인기 종목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스포츠의 균형있는 발전과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는 ‘대학운동부 활성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대학구조 개혁에 따른 예체능계열 대학평가 개선대책’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토론회는 탁구선수 출신인 ‘사라예보의 전설’ 이에리사 의원(새누리당)과 박홍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가 열린 제2소회의실은 대학운동부 관계자들로 가득찼다. 임시의자를 대거 비치했는데도 서서 경청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관심은 뜨거웠다.

강신욱 단국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허정훈 중앙대 스포츠단장이 주제 발표를 한데 이어, 양재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서희진 건국대 스포츠과학부 교수, 김동선 경기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김중헌 용인대 대회협력실장, 조성식 한양대 체육대학장, 우상일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박춘란 교육부 대학정책국장 순으로 토론이 이뤄졌다. 이들의 토론에 이어 방청객들의 질의 순서가 이어졌다.

◆ 대학스포츠, 학령인구 감소 여파 대학구조조정의 직격탄 맞아

대학스포츠가 일대 위기를 맞이한 가장 큰 이유는 가파른 학령인구 감소 추세 때문이다. 지난 1월 교육부는 대학 학령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10여 년간 대학정원을 약 16만명 줄인다는 내용의 대학구조개혁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대학 경쟁력 강화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학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해 왔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총 16개의 대학과 전문대학이 폐지됐고 총 4만3000명의 입학정원이 감축됐다.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수도권,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등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대해 각 대학별 자체 정원감축안을 연관시켜 평가하고 선정할 예정이다.

이러한 추세는 대학운동부의 해체 또는 축소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운동부는 2012년에 976개에서 2013년 934개로 42개나 감소했고, 체육특기자 선발대학도 2011년 122개에서 2013년 88개로 34개(27.87% 감소)나 줄어들었다.

대학운동부는 이처럼 대학종합평가, 정원감축,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극심한 재정압박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대 C대학의 경우 2013년 예산 9억900만원에서 2014년 7억5000만원으로 무려 1억5900만원(17.5%)이나 삭감당했다.

대학운동부를 둘러싼 환경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지만 운동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실효적인 방안은 사실상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물론 대학 스포츠인들은 자구책을 위해 나름대로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뛰고 있다. 미국 전미대학경기협회(NCAA)를 모델로 한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가 지난 2010년 6월 창립됐다. 이후 농구, 축구, 배구 등 주요 종목 중심으로 대학리그제와 홈앤드어웨이 경기방식의 도입, TV중계권 협상 등 통합마케팅을 시도하고 있으며 일부는 가시적인 효과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말그대로 ‘시도’하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들은 정부의 대학구조조정의 흐름과 맞물려 운동부 예산을 삭감하고 신입생을 뽑지 않거나 선수 부족을 이유로 대회조차 참가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졌다.

◆ 대학스포츠, 엘리트 스포츠의 효자에서 대학 재정 압박의 존재로 인식 변화

대학운동부는 초중고 학원스포츠와 프로, 실업스포츠의 가교로서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의 근간이 되어 왔다. 전체 대학의 약 80%에 해당하는 160개 대학이 학생선수를 육성해왔다.

2013년 기준으로 모두 45개 종목의 국가대표 1240명 중 대학 학생선수는 220명(17.7%)에 달했고, 2012런던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거둔 57개 메달 중 29개(50.8%)를 대학 학생선수가 획득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31개 메달 중 13개(41.9%)는 대학 학생선수가 따냈다.

대학운동부는 교육적인 면에서도 학생선수 개인에게 체력, 운동기능은 물론 경쟁심, 자신감, 용기, 정정당당함, 인내심, 판단력, 창의력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왔다.

지난날 대학운동부는 소속 학교를 널리 알리고 국위를 선양하는 자랑스런 존재였다. 하지만 대학운동부를 바라보는 시각은 예전같지 않다.

조성식 한양대 체육대학장은 대학스포츠를 둘러싼 부정적 변화와 외부의 비판적인 시각을 직시하고 여기서 해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학장은 대학스포츠에서 많은 예산을 차지하는 축구와 야구의 경우,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입단하는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대학축구와 대학야구의 존재 의미가 약화됐고, 서울 유명대의 경우 상당수가 입학비리에 연루되어 대학 감독이 구속되는 사태가 야기되면서 일반 학생과 교직원들의 대학운동부에 대한 무관심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학교 스포츠 공간의 남자 운동부 독점 사용, 여성스포츠 부재로 인한 운동부 장학금의 남자 선수 중심 지급, 여학생을 위한 체육운동 공간 부족 등 성차별 요소가 존재하며, 일반학생의 체육활동 수요와 대학운동부의 공간 사용 갈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운동부의 운영은 대학 당국에게 무엇보다 재정적인 면에서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큰 투입비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효과가 적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그는 파벌주의, 스카우트 비리, 심판 판정 개입 등 정부가 추진하는 ‘4대악’ 척결 대상에 스포츠, 그중에서도 대학스포츠가 관련돼 비판받는 경우가 있었고, 대학스포츠가 특정대학이나 수도권 중심의 독과점 형태로 운영되어 온 점도 부정적인 시각을 키워온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시각은 ‘오늘날 대학스포츠는 대학에 무엇을 공헌하고 있는가?’라든가 ‘대학스포츠의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 대학운동부 활성화 방안은? 내실화와 제도적 개선 병행해야

대학스포츠의 위기를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해답은 없는 것일까?

이날 토론회에서 허정훈 교수가 발제하고 토론자들이 의견을 제시한 활성화 방안은 크게 몇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대학 스포츠 리그제 확대 및 내실화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SUF) 창립 후 주요 종목에 도입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는 홈앤드어웨이 경기방식을 개인과 비인기 종목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리그제와 홈앤드어웨이 경기방식은 소속 대학 당국과 학생, 학부모들의 관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방식이 활성화되면 관중 동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TV중계권료와 통합마케팅에서도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학생 선수의 학업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입학할 때 최저학력제를 적용하고 학생선수의 학업지원에 노력해야 하며, 학력증진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전미대학경기협회(NCAA)의 엄격한 학력증진 프로그램 시행과 성과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KUSF가 마련하고 있는 대학스포츠운영규정도 충실히 만들고 착실히 시행해야 한다. 대학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 운동부 조직구성, 선수 선발 및 윤리교육, 지도자 고용, 예산 및 마케팅 활동 등이 세밀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대학경기지도자의 처우 개선과 역량 강화에도 노력해야 한다. 현재는 대부분 1년 계약직이 대부분이어서 지도자의 신분과 처우가 매우 불안정하다. 당장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이런 신분으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선수들을 지도한다거나 선수들의 학업증진에 신경 쓴다거나 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학스포츠 참여 문화를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브랜드 강화에 노력해야 한다. 관중없는 스포츠는 장기적으로 존립하기 어렵다. 대학 서포터스의 활동을 늘리고 대학구성원, 동문, 학부모,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후원회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학로고, 캐릭터 자산화, 라이센싱 사업들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대학 운동부 평가를 통한 정부의 재정지원도 추진돼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비인기 스포츠 등 대학운동부 전략종목 지원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확대하기 위해 예산 증액을 포함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대학운동부가 중심이 되어 육성하지 않으면 비인기 종목을 육성할 곳이 사실상 없어지기 때문이다.   <계속>

      < '대학스포츠의 위기② 대학운동부 활성화 방안은 없나?'로 이어집니다. >

philip@sportsq.co.kr

트윗하기

유필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