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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방위대' 꿈 이룬 하메스, 그 뒤엔 축구가족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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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방위대' 꿈 이룬 하메스, 그 뒤엔 축구가족의 힘
  • 홍현석 기자
  • 승인 2014.07.23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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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통해 진가 확인…호날두·베일·벤제마 등과 강력한 팀 구성

[스포츠Q 홍현석 기자] "나의 꿈이 실현됐다."

브라질 월드컵 득점왕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드디어 꿈에 그리던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었다. 스물셋의 나이에 자신이 꿈꿨던 레알 마드리드 '지구 방위대'의 일원이 된 것이다.

콜롬비아 공격수 하메스는 23일(한국시간)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입단식과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레알 마드리드에서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메스는 "꿈이 실현돼 너무 행복하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며 "이곳에서 가능한 한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메스는 우루과이와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우루과이와 16강전에서 멋진 발리슛으로 골을 넣었고 이 골은 입단하는 날 FIFA로부터 '골 오브 더 토너먼트(베스트골)'로 선정됐다.

이에 대해 하메스는 "레알 마드리드의 관심은 우루과이전 골이 나오기 전부터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그 골이 내가 이곳으로 올 수 있도록 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자신의 꿈을 이룬 하메스 로드리게스

하메스는 FIFA 브라질 월드컵이 낳은 최고의 스타다. 콜롬비아를 사상 첫 8강으로 이끈 하메스는 골든부트(득점왕)에 오르면서 세계 명문클럽의 주목을 받았다. 이 가운데 자신의 꿈이었던 레알 마드리드를 선택했다.

스피드, 패스 센스 그리고 골 결정력까지 슈퍼스타들이 갖춰야 할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는 그는 월드컵에서 에이스 라다멜 팔카오(28·AS모나코)가 무릎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팀을 사상 첫 월드컵 8강으로 이끌며 브라질 월드컵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월드컵에서 뛰어난 활약은 '남미의 호날두'라는 찬사와 함께 그를 레알 마드리드로 이끌었다. 돈과 명예 그리고 인기까지 모든 것을 다 가진 성공한 축구선수가 됐다.

그동안 하메스는 공공연하게 레알 마드리드에 대한 동경을 드러냈다.

하메스는 12일 스페인 언론 인터뷰에서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것은 나의 꿈”이라며 “모든 선수들이 다 뛰어나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단연 최고의 선수이고 그와 함께 하얀 유니폼을 입고 함께 뛸 수 있다면 큰 영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가난했기에 더욱 빛난 어머니의 헌신적 사랑

하메스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노력도 있었지만 어머니 필라르 루비오 고메스의 헌신과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콜롬비아 언론에 따르면 하메스를 출산할 때 너무 발로 차서 힘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던 고메스는 “진짜 내 아들은 축구선수 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하메스는 세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 고메스는 하메스를 조금이라도 더 잘 키우기 위해 이바게라는 도시로 이사했다. 그리고 하메스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지원 속에 이바게에서 축구선수가 가져야 할 기본을 배웠다.

엔비가도에서 첫 프로 생활을 시작한 하메스는 한 시즌 동안 30경기에 출전, 9골을 넣으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곧바로 아르헨티나 반필드로 떠났다.

17세 나이에 해외 생활을 시작한 아들 걱정에 고메스는 전화를 했지만 가난한 형편 때문에 오랫동안 수화기를 붙들고 있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처음 석달 동안은 눈물로 밤을 지새야 했다.

▲ 로드리게스의 어머니 필라르 루비오 고메스(왼쪽)가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에 가족 사진을 올렸다.[사진=필라르 루비오 고메스 트위터 캡처]

이런 어머니의 마음을 일찍부터 알았던 하메스는 전화를 끊을 때마다 “항상 훈련을 열심히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겠다”고 약속을 확인해며 어머니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효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고메스는 아들이 축구만 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공부에도 많은 신경을 쓰게 했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하메스는 프로 생활을 하면서도 콜롬비아 사이버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있다.

◆ ‘축구 가족’의 영향을 받은 하메스

어렸을 때 보고 배운 것들이 성장해서 자신의 일을 할 때 많은 영향을 주곤 하는데 하메스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 윌슨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삼촌 안토니오 로드리게스는 콜롬비아에서 축구 선수로 활약했다. 1985년 콜롬비아 청소년 대표로 뛰었던 아버지 윌슨은 여러 콜롬비아 클럽에서 뛰었고 안토니오는 메델린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하지만 하메스가 세살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이후부터는 의붓 아버지인 후안 카를로스 레스트레포와 살게 된다. 레스트레포 역시 하메스의 축구 재능을 알아보고 선수로 키우기 위해 물신양면으로 헌신했다.

친가족들 뿐만 아니라 그의 처남 역시 현재 축구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와 함께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했던 골키퍼 다비드 오스피나(26·아스널)는 하메스의 아내인 다니엘라의 오빠다.

▲ 로드리게스 아버지 윌슨 하메스 로드리게스(오른쪽 아래 두번째)가 1985년 콜롬비아 청소년 대표팀에서 활동할 때의 모습. [사진=데포르 캡처]

◆ 일편단심 '로맨티스트' 하메스

그는 23세이자 품절남이자 유명한 딸 바보다. 그의 사랑 이야기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세였던 하메스는 자신의 이름을 알린 아르헨티나 반필드로 이적을 결정했을 때였다. 아내 다니엘라 오스피나는 당시 전도유망한 배구 선수로 콜롬비아 청소년 국가대표로 활약을 했다.

한 친구의 주선으로 만난 그들은 처음에는 친구 사이였지만 점차 사랑에 빠졌다. 다니엘라는 “우리는 처음부터 뭔가 통한다고 생각했다”며 하메스와 첫 만남을 회상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2010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그리고 하메스가 포르투갈 명문 포르투로 이적하면서 본격적인 결혼 생활이 시작됐다.

포르투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그는 지난해 5월 프랑스 리게앙 AS모나코로 이적했다. 동시에 딸 살로메가 태어났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는 오른팔에 딸의 이름을 새겨 골을 넣고 항상 키스를 하는 그만의 세리머니를 만들었다.

▲ 로드리게스와 그의 부인 다니엘라 오스피나가 자신의 딸인 살로메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사진=다니엘라 오스피나 트위터 캡처]

◆ 2014년판 지구 방위대 출범

레알 마드리드는 그동안 수많은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해왔다. 세계 최고 선수를 사모으는 레알 마드리드의 정책을 '갈락티코 정책'이라고 불렀고 지구 방위대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 시초는 루이스 피구와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데이빗 베컴을 잇따라 영입한 것에서 시작한다. 바르셀로나, 유벤투스, 인터 밀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에서 이들을 모았고 이것이 지구 방위대의 시초였다.

그러나 결과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리오넬 메시(27) 등을 앞세운 바르셀로나에 늘 밀렸다. 한동안 레알 마드리드는 갈락티코 정책을 포기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AC 밀란에서 카카를 데려오면서 지구 방위대 '2기'가 시작됐다. 카카에 이어 호날두, 카림 벤제마, 사비 알론소, 앙헬 디마리아, 메주트 외칠, 사미 케디라, 파비우 코엔트랑, 루카 모드리치 등이 줄줄이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었다.

하메스의 영입은 새로운 지구방위대의 완성을 뜻한다. 하메스가 레알 마드리드를 꿈꿨듯 레알 마드리드 역시 하메스를 계속 주목했다. 이미 하메스는 월드컵에 출전하기 전부터 유럽 무대에서 잘 알려진 스타였다. 지난 시즌 프랑스 리게앙 AS 모나코에서 10골과 12도움을 올리며 리그 도움왕에 올랐다.

레알 마드리드의 지대한 관심은 그의 이적료에서도 잘 드러난다. 스페인 스포츠 전문 언론 아스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하메스의 이적료는 8000만유로(1100억원). 가레스 베일(25, 9800만 유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 9400만 유로) 다음으로 레알 마드리드에서 세번째로 비싼 선수다.

레알 마드리드 팬들도 하메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홈구장에서 가진 팬 대면식에 4만6000여명의 구름 관중이 몰린 가운데 한 남성팬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하메스를 껴안는 돌발사태가 벌어졌다.

이 남성은 주위에 있던 경호원들에게 목이 졸려 바닥에 고꾸라졌지만 하메스는 경호원들의 제지를 뜯어말린 뒤 팬을 일으켜 세워 축구공 하나를 건넨 뒤 필드 밖으로 직접 안내해 내보냈다.

공식 경기도 아닌 팬 대면식에서 4만이 넘는 관중들이 몰린 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하메스에 대한 기대가 남다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카카나 외칠 등 일부 선수들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났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토니 크로스(24)를 데려오며 미드필드진을 더욱 강화했다. 이제 레알 마드리드에는 공격과 수비, 미드필드에 걸쳐 세계 최고의 선수가 포진해있다. 그 가운데 하메스가 자리하고 있다.

toptorre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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