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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소통, 젊게 변하려는 K리그의 생존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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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소통, 젊게 변하려는 K리그의 생존방정식
  • 홍현석 기자
  • 승인 2014.07.24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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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 트랙터 홍보, 박경훈 감독 의리 홍보 등 올들어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팬심 붙잡기 노력

[스포츠Q 홍현석 기자] 1983년 출범한 K리그가 프로야구에 비해 재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K리그가 스스로 30년이 넘는 역사를 재미로 만들어내지 못한 면이 크다. 프로야구만 해도 여러 에피소드를 재미있는 소재로 승화시켜 팬들에게 가깝게 다가서는데 성공했지만 그동안 K리그는 이런 노력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K리그도 달라지고 있다. 프로야구가 출범 초창기부터 어린이 팬들을 적극 끌어들이고 관중이 떨어졌던 2000년대 중반부터 젊은이와 여성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했듯이 K리그도 젊은 세대들에게 다가서는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K리그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는가 하면 SNS 등을 통한 마케팅과 홍보로 스마트폰 세대들에게 적극 어필하고 있다. 또 일부 구단에서는 선수들의 개성을 상품으로 승화시킨 제품들을 출시,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재미와 소통으로 젊게 변화하려는 K리그의 생존방식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유럽 등 해외 리그는 물론이고 옆나라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구단까지 다양한 마케팅을 실시하면서 구단 수익을 크게 늘리는 것과 비교헀을 때 아직까지 K리그 구단들의 마케팅은 초보 수준에 가깝다. 그러나 그 노력을 시작했고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K리그의 새로운 발전과 업그레이드를 기대하게 한다.

▲ 제주를 이끄는 박경훈 감독이 19일 서울과 K리그 홈경기에서 연예인 김보성를 패러디한 복장을 입고 오토바이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제주유나이티드 제공]

◆ '재미’로 젊은 층을 공략하자

아직까지 종목의 선호도가 명확하지 않은 청소년 또는 젊은이들을 적극 공략해 충성스러운 팬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K리그만의 재미를 느끼게 해줘야만 한다.

최근 K리그에서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이근호(29·상주 상무)의 월급에 대해 언급하면서 월드컵 득점 선수 가운데 가장 적은 연봉을 받고 있다는 보도는 팬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K리그는 상주의 명물이 된 트랙터와 결부시켜 주유소에서 월급만큼 기름값이 나와 당황해 하는 이근호로 K리그 올스타전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여러 에피소드들이 결합돼 팬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갔고 이근호가 뛰고 있는 K리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이다.

또 트랙터라는 매개체가 주는 색다른 재미로 인해 많은 네티즌들은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서 동영상을 공유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이근호 영상으로 올스타전 예매율이 상승한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제주 박경훈 감독도 19일 제주에서 열린 서울과 K리그 클래식 경기의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해서 최근 젊은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 김보성이 의리를 외치는 모습을 패러디, 재미있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 상주 공격수 이근호는 트랙터를 타고 2014 K리그 올스타전 홍보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K리그 올스타전 홍보영상 캡처]

박 감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서울과 홈경기에서 직접 동영상에서 보여줬던 복장을 입고 나왔다.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로 서울전에는 1만6401명이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 5일 포항전(2886명)보다 관중 숫자가 6배나 상승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저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는 시대에서 재미있는 컨텐츠는 분명 소비된다. 이런 경향은 젊은 세대일수록 강하기 때문에 앞으로 K리그도 충성스러운 장기적인 고객이 될 수 있는 젊은이들을 잡기 위해서 어렵지 않고 가벼운 재미를 담고 있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

◆ SNS의 발달, K리그에는 새로운 기회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위력을 알 수 있었다. 페이스북이 공개한 월드컵 기간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참여도 인포그래픽만 보더라도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페이스북 자료에 따르면 월드컵 기간 중 월드컵에 관련된 게시물, 좋아요, 댓글 등에 참여한 사용자만 3억5000만명에 달했다. 또 8800만명이 넘는 사용자가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을 언급, 페이스북 역사상 단일 경기 대상으로 가장 활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SNS을 통한 소통은 가볍고 편안하기 때문에 참여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고 파급력이 크다.

K리그와 구단들도 SNS의 위력을 잘 알고 이를 통한 팬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이미 K리그는 지난해부터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SNS을 통한 팬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또 25일 열리는 올스타전을 맞아 연맹은 SNS를 통해 선수들을 소개하는 소개말을 팬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 FC서울 305명의 팬들은 지난 3월 8일 개막전에서 열린 수비수 아디의 은퇴식을 위해 경기장에서 등번호 8번을 만들고 있다. [사진=FC서울 제공]

구단들도 SNS를 통해서 팬들과 호흡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원은 19일 인천전을 맞아 레이디스데이를 지정했다. 이에 선수들은 “인천전에서 승리를 한다면 그동안 팬들이 원했던 상의를 탈의한 후 사진 찍는 것을 실행하겠다”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인천전에서 3-2로 승리 한 후 선수들은 공약대로 유니폼을 벗고 팬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고 많은 여성팬들은 SNS를 통해서 크게 호응을 보냈다.

FC서울은 올시즌 팬세이션(FANsation)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팬들이 직접 센세이션(Sansation)을 일으킨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 팬세이션은 팬들과 함께 구단이 소통하면서 호흡하는 마케팅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8일 개막전에서 305경기에 출전하며 서울의 전설이 된 수비수 아디(38)의 은퇴식도 SNS을 활용한 행사였다. 이날 은퇴식은 구단 자체가 아닌 SNS을 통해 팬들과 함께 기획됐다. 3000명이 넘는 팬들이 아이디어 공모에 참여했고 팬들이 만든 동영상이 아디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305경기를 출전한 아디를 위해 305명의 팬들이 아디의 등번호인 8번을 만들어 뜻 깊은 자리를 만들었다.

울산 현대도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서 유니폼 소지자에 한해 선수들과 직접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 선수들도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라

경쟁이 치열한 현대 사회로 변하게 되면서 자신을 남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개성이 중요해졌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이나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은 선수의 가치를 올려준다. 또 프로선수들에게 경기 외적으로 자신만이 갖고 있는 세리머니와 같은 흥미 요소를 팬들에게 어필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프로 스포츠에서 모든 것은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고 상품이 될 수 있다. 이는 곧 금전적인 문제와 직결된다.

가장 대표적으로 2013년에 프로야구 LG트윈스를 이끌었던 김기태 감독의 손가락 세리머니가 유행하면서 손가락 모양을 본떠서 만든 응원도구가 출시되기도 했다. 2012년 4월 28일 부산과 경기에서 900호 골을 터뜨린 스테보도 자신만의 화살 세리머니 그림이 담긴 900호골 기념 티셔츠가 만들어졌지기도 했다.

▲ 마케도니아 공격수 스테보가 2012년 4월 28일 수원과 부산전에서 수원의 K리그 통산 900호골을 터뜨린 후 자신의 골 세리머니가 박힌 900호골 기념티셔츠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수원 블루윙즈 트위터 캡처]

하지만 아직까지 K리그는 이런 마케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상품들이 다양하지 않고 구단마다 구성도 대동소이하다.

팬들도 이를 많이 아쉬워한다. K리그 팬 조혜연(29·회사원) 씨도 “K리그에도 각 팀을 대표하고 상징할 수 있는 상품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없어서 너무 아쉽다”고 말한다.

그러나 앞으로 선수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준다면 그것이 새로운 이야기가 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상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는 젊은 팬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K리그만의 매력이 될 것이다.

toptorre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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