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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① 화천호에 번뜩이는 구릿빛 팔뚝, AG 금빛 물살 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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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① 화천호에 번뜩이는 구릿빛 팔뚝, AG 금빛 물살 저어라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4.07.28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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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나서는 조정 대표팀 “중국·일본 넘어 저력 보여줄 것”

[300자 Tip!] 아직 우리나라에서 조정은 비인기 종목이다. 지난해 충주에서 세계조정선수권이 열렸고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조정에 도전했지만 여전히 한국 조정은 세계무대에서 미약하다. 그러나 무대를 아시아로 좁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조정 강국이다. ‘한국은 조정 강팀’이라고 자신있게 밝히는 조정 대표팀 선수들이 강원도 화천호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화천=스포츠Q 글 이재훈 기자·사진 최대성 기자] 한국 조정대표팀을 만나기 위해 강원도 화천 조정경기장을 방문했을 때는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였다. 그러나 선수들은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실내 훈련을 마치고 오후 훈련에 들어가는 조정대표팀 선수들은 구릿빛 피부와 남다른 팔뚝을 자랑하며 본격적으로 배를 띄우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막상 얘기를 나눌 때는 보통의 청년들이었지만 배를 타기 시작할 때는 이내 몰입하는 프로였다.

수상경기 종목 대부분이 충북 진천에서 훈련하는 것과 달리 조정대표팀은 무더위를 피해 화천에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갔다.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멤버들이 조정 훈련을 했던 장소가 바로 화천이다. 화천은 유속이 잔잔하면서도 물이 깊고 지대가 넒어 다양한 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조정대표팀은 윤용호(46) 감독과 김휘관(24), 김동용(24), 최도섭(23), 이선수(26), 이학범(21), 김인원(24), 이수환(29), 박태현(21·이상 남자), 김슬기(25), 김예지(20), 김아름(28), 전서영(25), 김서희(24), 지유진(26), 김솔지(25), 박연희(22), 정혜원(20), 강태윤(22·이상 여자) 등 18명으로 구성됐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에이트’(총 8명이 노를 저어 순위를 다투는 단체전)에는 나서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 종목인 ‘싱글 스컬’과 2인 종목 ‘더블 스컬’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 한국 조정대표팀 선수들이 강원도 화천 조정경기장에서 남녀 싱글 스컬과 더블 스컬 레이스 훈련을 하고 있다.

◆ 일본·중국 넘어 아시안게임 금메달 노린다

1982년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조정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가져간 곳은 중국이다. 8차례 대회에서 모두 86개의 금메달이 나왔는데 이 가운데 중국이 무려 74개를 휩쓸었다. 2위 일본의 금메달이 7개인 것과 비교하면 그냥 많이 가져간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금밭을 훑는 수준이다. 이어 우즈베키스탄이 2개를 가져갔다.

한국은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신은철(27)이 싱글 스컬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유일한 금메달이다.

이에 조정대표팀은 ‘중국을 넘어 안방에서 금메달을 안기겠다’는 공약과 다짐을 지키기 위해 화천에서 맹훈련을 하고 있다.

윤용호 한국 조정대표팀 감독은 “중국이 워낙 강국이다. 한 성(省)에서만 70여 팀이 넘을 정도로 인프라를 갖췄다”며 “중국은 4인 이상 나서는 종목들(무타포어, 쿼더러플스컬)과 에이트가 주종목이다. 우리 대표팀이 나서는 개인, 2인 종목에서 충분히 메달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정대표팀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중국보다는 일본을 넘어서야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경량급 싱글스컬에 나서는 이학범(21)은 “일본이 한국과 20배 이상 차가 날 정도로 인프라가 좋다. 일본에서는 조정이 사실상 생활체육으로 분류되어 있다”며 “아시아는 전통적으로 경량급에서 강세를 보이는데 일본이 경량급 선수들이 강해 경계대상 1순위로 꼽는다”고 밝혔다.

남자 더블 스컬에 나서는 최도섭과 김휘관도 “일본에는 등록 선수만 1만명이 넘는다. 우리는 고작 700명 정도에 그칠 뿐”이라며 일본과 현격한 차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경계심도 늦추지 않았다. 중국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여자 에이트 금메달을 딸 정도로 세계적인 강팀이다.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중량급 싱글에 나서는 기대주 김동용은 “중국이 이 부문에서 6분20초대 기록으로 세계와 격차가 가장 적다. 중국은 조정 강국답게 전체적으로 잘한다”며 “일본이 경량급에서 우세를 보인다면 중국은 모든 종목에서 강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량급이 주종목인 인도와 이란 역시 체력적으로 앞서기 때문에 경계 대상이다.

윤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목표 최대치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노리고 있다”며 “남자 싱글과 더블 스컬에서 중국과 일본을 넘는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더블스컬에 출전할 최도섭(왼쪽), 김휘관이 훈련하고 있다.

◆ 안방 훈련은 아시안게임 성적 향상의 핵심

“충주에서 그동안 연습을 했습니다. 배를 탈 때마다 40여분 정도 차로 오가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아시안게임 본선이 열릴 장소에서 계속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조정대표팀 선수들의 말에서 당당함이 묻어났다. 안방 이점을 살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성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자신감이다.

김동용은 “화천에서 훈련할 때보다 충주에서 배를 탈 때 기록이 더 좋았다. 호수같이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물살이 흐르지 않으면 안된다”며 “충주는 물살이 좀 흐르기 때문에 오히려 충주가 편했다”고 밝혔다. 윤용호 감독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지만 선수들이 적응할 시간이 많이 주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이점을 가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싱글스컬에 나설 김동용이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조정 종목은?

조정은 1회 아테네 올림픽 때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정도로 유래가 깊다. 한국에서는 1919년 소개된 이후 1962년 대한조정협회 창설을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실업팀을 포함해 현재 83개팀 500명의 선수가 등록돼 있다.

△에이트- 콕스(키잡이)가 있는 8인승 경기로 조정을 대표한다. 9명(콕스 1+크루 8)이 한 배에 타 2000m 선착순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에이트 외에도 모든 종목이 2000m 선착순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무타포어- 한 선수가 한 개의 노를 젓는 4인승 경기로 ‘무타’는 콕스가 없음을 의미한다.

△무타페어- 한 선수가 한 개의 노를 젓고 2명이 한 배에 탄다. 무타페어는 몸무게 제한이 없다.

△쿼터러플 스컬- ‘스컬’은 한 선수가 2개의 노를 젓는 것을 의미한다. 쿼터러플이라고 명기된 것처럼 4인승 경기다.

△더블 스컬과 싱글 스컬 - ‘더블 스컬’은 한 선수가 2개의 노를 젓는 2인승 경기, ‘싱글 스컬’은 한 선수가 한 배에 타고 두 개의 노를 젓는 경기다.

▲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중국과 일본을 넘어 한국 조정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대표팀 선수들이 단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취재후기] 한국에서 조정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다. 국내에서 조정경기장이라 할 수 있는 곳은 미사리 조정경기장, 충주 조정경기장, 화천 조정경기장 등 단 세 곳에 그치고 있다. 지형적인 제한으로 인해 생활체육으로 조정을 즐길 수 있는 곳도 충주, 미사리, 화천, 부산, 용인이 전부다. 하지만 이런 힘든 여건에도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에서 이전 대회를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겠다고 자신했다. 당찬 자신감으로 무장한 한국 조정이 아시안게임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보자.

steelheart@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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