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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운동선수의 취업', 스펙보단 실무형 인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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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운동선수의 취업', 스펙보단 실무형 인재가 되자
  • 홍현석 기자
  • 승인 2014.07.30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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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5종 선수 출신 이기로 씨, 기업탐방 등 주도하며 운동선수의 새로운 취업방향 모색해 눈길

[300자 Tip!] 이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할 청년층들의 취업률이 최악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층 취업률이 1982년 이후 가장 낮은 39.7%까지 하락하고 말았다. 토익, 자격증 등 취업을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도 면접도 보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 4년 내내 공부를 했던 일반 학생들도 이 정도인데 운동선수를 그만두고 취업이라는 새로운 길을 찾게 되는 선수들은 더욱 막막하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운동선수의 장점인 끈기와 열정으로 자신의 미래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스포츠Q 글 홍현석·사진 최대성 기자] 운동선수는 보통 지도자 혹은 관련 종목 협회나 연맹에 들어가서 은퇴 후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이제 막 30살이 넘은 한 청년은 운동선수들이 살게 되는 일반적인 길 대신 취업을 택했다.그는 남들과 다른 경험을 통해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기로(30)씨는 충남체고 시절 처음으로 수영, 사격, 펜싱, 승마, 크로스컨트리로 이뤄진 근대 5종을 접하게 된다. 그 인연으로 한국체대에 입학하고 졸업 후 충남도청 근대5종 실업팀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도청에서 그들에 대한 지원도 괜찮았고 연봉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남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35살이 넘으면 은퇴를 하게 되고 수영강사를 하거나 지도자가 되는 운동선수의 일반적인 길 대신에 당장은 불투명하지만 장차 좀더 주도적으로 살 수 있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 근대5종 선수 출신으로 일반기업에 취업을 준비중인 이기로 씨는 도전을 강조했다.

운동 선수가 갖고 있는 인내심과 끈기로 그는 유통, PT샵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실무형 인재가 되기 위한 많은 경험을 하였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장점을 알릴 수 있는 활동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처럼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 고용노동부에 연락해 기업 탐방을 위한 지원의 길을 열었고 기업에 직접 연락해 기업 탐방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이처럼 남들이 생각만 했던 것을 직접 행동으로 옮겨 온 그는 현실 안주보다는 도전이 중요하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 "불투명한 미래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운동선수들은 은퇴 후 불투명한 미래에 직면하게 돼 그들과 다른 길을 가려고 합니다.”

이기로 씨는 “사실 제가 했던 근대 5종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은 보통 은퇴 이후 스포츠센터에서 수영강사를 하거나 지도자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자리가 없어 많은 이들이 자영업을 하게 된다”며 운동선수들의 은퇴 후 어두운 현실을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은사님인 한담석 감독님의 추천으로 근대 5종을 처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체육 명문 대학인 한국 체대를 나와 실업팀인 충남도청에 입단해 작년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목표 때문에 현실을 포기하고 떠났다.

하지만 그도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힘들어 했다.

이 씨는 “사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에도 제 의견보다는 감독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그렇게 주도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고 운동을 시작하다 보니 점점 수동적으로 변하게 됐다. 그래서 점점 내 미래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됐다. 특히 공익근무할 때 많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결론은 능동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이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능동적인 삶을 위해서 우선 해야 할 것이 사회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평소 하지 못했던 아르바이트에 도전했다. 선수 시절에도 전국체전을 마치고 받은 3개월동안의 휴가 기간을 이용해 공장에 들어가 일도 해봤고 츄러스도 직접 팔아보면서 사회를 경험하려는 노력을 했다.

▲ 근대5종 선수 출신으로 일반기업에 취업을 준비중인 이기로 씨는 스펙보다 실무적인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노력 속에서 그는 “힘들 때도 많다. 특히 전국체전 같은 큰 대회가 끝나면 선수들이 3개월씩 유급 휴가를 받게 되는데 동료들이 SNS로 해외 여행 사진을 보내올 때마다 “내가 뭔 고생이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밝은 미래를 떠올리며 생각을 고쳐 먹는다”며 웃으며 말했다.

◆ 운동선수 출신에게 아직도 높은 취업의 벽

운동선수 출신은 학창시절에 공부보다는 운동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취업하기 위해 필요한 일종의 ‘스펙’을 준비할 수가 없다. 남들처럼 취직을 위해서 토익이나 자격증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운동선수를 그만두고 취업을 하기 위해서 뛰어들었을 때 많은 이들은 그들을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그는 이에 대해 “아직 면접을 보지 않았지만 취업할 때 운동선수들에게 아직까지 높은 벽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운동을 그만두고 취업을 준비하던 운동선수들은 확실히 어려운 점이 많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다. 그는 취업을 준비하던 중에 한 박람회를 찾아갔고 모의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운동만 하던 네가 일반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니”라는 대답을 듣게 됐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이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구나. 그냥 체육계에서만 이름을 알렸고 일반인들이 나를 봤을 때는 그저 4년제 대학만 나온 사람이었다”고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기로 씨는 취업을 위해서 높은 토익 점수나 봉사활동 기록은 없지만 남들과 다른 어떤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무형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이기로(왼쪽)씨가 지난해 12월 31일 청년취업협동조합에서 실시한 스펙초월채용문화 홍보 이벤트에 참여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기로 제공]

◆ "운동선수들이여, 두려움보다는 도전해 보기를"

이기로 씨는 남들과 다른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던 중 기업을 직접 찾아가 그들이 원하는 인재상과 취업 조건을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자기 같은 취업준비생들을 모아 기업탐방을 준비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탐방을 하기 위한 지원이 먼저 필요했다. 그래서 고용노동부에 직접 전화해 기업탐방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고 그들은 흔쾌히 그의 제안을 들어줬다.

그는 “지원을 받기 위해서 무작정 고용노동부에 연락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너무나도 쉽게 해결됐다. 이미 고용노동부에는 ‘희망이음’이라는 중소기업 탐방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30명이 넘으면 한 사람 앞에 7만원씩 지원을 해주겠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사람들을 모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 이후 청년미래네트워크라는 곳을 소개받고 그 곳에서 기업탐방을 직접 준비했다. 100개의 기업에 기업탐방 희망 메일을 보냈고 그 중 샘표와 위메프라는 회사로부터 답변이 왔다. 그래서 그는 카페와 페이스북 등 온라인을 통해서 기업탐방을 원하는 30명의 취업준비생을 모아 기업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기업의 인재상에 적합한 능력개발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물어보면서 좀 더 정확하게 취업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그 외에도 그는 청년 구직자들의 협의체인 청년취업협동조합에서 2013년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동안 영업관리팀에서 일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청년들의 취업 대행도 하고 청년취업협동조합이 제시하는 ‘스펙초월채용문화’를 알리기 위한 이벤트도 기획해 진행도 하면서 실무적인 경험을 쌓았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는 원하는 곳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펙이 없어도 남들이 알 만한 회사에 들어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 이기로 씨가 모집한 취업준비생들이 지난 3월 7일 청년취업협동조합에서 샘표 기업탐방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이기로 제공]

이기로 씨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그와 함께 운동했던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는 “나는 이렇게 나와 있지만 동기들이나 선배 중에서는 운동을 하거나 지도자를 하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얘기를 해보면 본인들도 취업에 대한 욕심이 있다. 하지만 취업을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고 미래에 대해서 확실한 보장이 없기 때문에 현실에 만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내가 회사에 취직해서 후배들에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고민하고 운동선수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서 자격지심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말고 용기를 갖고 도전하고 노력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고 후배와 동료들에게 말을 남겼다.

[취재후기] 이기로 씨는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도전을 택했다. 분명 일반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 큰 도전일 것이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후배들을 생각했다. 그래서 꼭 성공하고 싶어했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려고 부단히 움직이는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운동선수가 갖고 있는 성실과 열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를 바란다.

toptorre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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