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3:17 (목)
'합의 판정 10일', 빛보다 짙은 그림자?
상태바
'합의 판정 10일', 빛보다 짙은 그림자?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07.31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작용 발견되는 합의 판정 제도, 보완점 필요하다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올시즌 유독 잦은 오심 탓에 만들어진 합의 판정 제도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2일부터 감독이 요청할 경우 TV 중계화면을 통해 합의 판정을 시행했다.

제도가 시행된 지 10일째. 감독들의 어필은 많이 줄었지만 합의 판정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 TV 중계방송 화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합의 판정 제도는 분명 보완점이 필요하다. 사진은 지난 30일 사직 두산-롯데전에서 합의 판정을 요청하는 송일수(왼쪽 세 번째) 두산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라인드라이브성 타구, TV 중계화면 부정확해 판독 실패

지난 30일 사직 두산-롯데전. 홈팀 롯데가 2-0으로 앞선 5회말 무사 만루 상황에서 박종윤이 1루수 방면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날렸다. 이때 공을 잡은 두산 1루수 호르헤 칸투는 1루를 밟은 뒤 곧바로 홈에 송구, 홈으로 달려들던 3루 주자 하준호를 잡았다.

하지만 1루심은 최초 판정에서 박종윤의 타구가 직선타로 잡혔다고 선언하지 않았고, 타자 주자와 3루 주자만 아웃된 것으로 봤다.

무사 주자 만루였고 박종윤의 타구가 노 바운드냐, 숏 바운드냐에 따라 경기 판도가 달라질 수 있던 상황이었다.

▲ 지난 30일 사직 두산-롯데전에서 김병주 주심이 5회말 박종윤의 타구에 대한 판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이스 제공]

4심이 TV 중계화면을 보고 판독을 하기 때문에 두산 입장에서는 리플레이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방송사는 사전에 암묵적으로 합의된 룰을 적용해 곧바로 리플레이를 틀지 않았다.

두산에 주어진 시간은 30초. 1루수 칸투는 숏 바운드된 타구가 아니라며 억울해 했고 승부에도 큰 영향을 미칠 타구였기 때문에 두산은 합의 판정을 신청했다.

주심과 1루심을 포함한 4심이 모여 비디오 판독을 시작했고, 그제야 리플레이 화면이 나왔다.

하지만 박종윤이 친 공이 매우 빠른 타구였기 때문에 카메라에 정확하게 담기지 않았다. 확대해서 보아도 알쏭달쏭할 뿐이었다.

결국 심판진은 1루심의 최초 판정을 적용해 삼중살이 아닌 더블아웃으로 최종 판정을 내렸다.

◆ '부작용 드러나는' 합의 판정 제도, KBO-선수단-방송사 간 노력 필요

올시즌 유독 잦은 오심이 나와 팬들이 원성이 나왔고 이에 KBO가 대응책을 내놨지만 급하게 시행된 나머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종윤 타구 판정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합의 판정은 철저히 TV 중계화면에 의존하기 때문에 중계진에서 미처 정확하게 잡지 못한 장면에 대해서는 판독하기 어렵다.

또 애매한 판정이 나왔을 때 방송사에서 곧바로 리플레이를 틀지 않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 내에 합의 판정을 요청해야 하는 감독들이 방송 화면보다는 억울해 하는 선수의 호소에 더 귀를 기울이는 실정이다.

더불어 합의 판정은 최대 4번 경기 흐름이 끊기는 제도로서 투구를 중단하면 어깨가 식는 투수에게는 불리하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애초에 판정 번복보다 ‘흐름 끊기’식으로 합의 판정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닝 교대 후 시도하는 고의적인 합의 판정 신청은 수비팀 입장에서 맥이 빠질 수 있다.

이미 시행 중인 제도라 중단하거나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제도에 대한 보완은 분명 필요하다.

특히 한 경기가 중요한 포스트시즌에는 논란이 되는 장면 이후 30초 안에 리플레이를 보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경기 시간도 줄 것이고 해당 팀이 더 확실하게 챌린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O와 선수단, 방송사 간에 합의 판정제도의 부작용을 줄이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syl015@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