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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 지킨 레버쿠젠 류승우 "남은 6개월, 매일매일 경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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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 지킨 레버쿠젠 류승우 "남은 6개월, 매일매일 경쟁하겠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31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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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 동안 정신없이 뛰어다닐 수 있는 체력 보완해야"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흥민이 형'이 정신없이 90분 풀타임을 뛰어다니는 동안 또 다른 한국인 분데스리가 선수는 벤치만 지켰다. 뛰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독일축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아 출전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바이어 레버쿠젠의 류승우(21) 얘기다.

류승우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LG전자 초청 친선경기를 치른 레버쿠젠의 한국 투어에 동행했지만 벤치만 지켰다. 출전 선수 명단에도 그는 '논 플레잉' 즉 뛰지 못하는 선수로 분류돼 있었다.

류승우가 뛸 수 없었던 것은 지난 28일 아르메니아 아헨과 연습경기에서 후반 38분 레드카드를 받으며 퇴장당한 뒤 독일축구협회로부터 3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후반 35분 골을 넣으며 신임 로거 슈미트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불과 3분 뒤 반스포츠적인 행위로 징계 직격탄을 맞았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바이어 레버쿠젠의 류승우가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친선경기에서 유니폼이 아닌 트레이닝복을 입고 벤치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흥민(22)과 함께 한국을 찾은 류승우로서는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를 무척이나 밟아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기회는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류승우는 자신을 찾아온 친구들과 기념 사진을 찍은 뒤 믹스트존에 나타났다. 그의 얼굴엔 아쉬움이 역력했다.

류승우는 "한국 와서 뛰고 싶었는데 속상하다. 너무 아쉽다"는 말부터 꺼냈다.

이어 주전 경쟁을 묻는 질문에 류승우는 "빅클럽이고 너무 좋은 선수가 많기 때문에 힘든 경쟁은 계속 될 것 같다"며 "하지만 감독님이 새로 바뀌어서 적응하다보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워낙 공격적인 성향의 감독님이어서 열심히 뛰면 기회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1년 임대를 온 류승우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6개월이다. 6개월 동안 뭔가 보여주지 못하면 임대가 만료돼 제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류승우는 "나중의 일은 나중 일이다. 6개월 남은 기간 동안 더 배우고 발전하고 싶다"며 "좋은 환경에서 축구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의 나는 너무 부족한 것이 많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하루하루 경쟁하면서 6개월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전방 압박하고 많이 뛰는 것을 선호하는 감독님이라 체력이 많이 요구된다. 현대 축구에 맞는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한다"며 "남은 6개월은 체력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90분 동안 정신없이 뛰어다닐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류승우는 팀 적응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어려움과 고민을 토로했다. 그는 "언어나 문화, 환경이 완전히 다르고 먹는 것부터 적응하는 것이 많이 다르다"며 "그러나 (손)흥민이 형이 옆에서 많이 도와준다. 친형처럼 생각하고 따른다. 많이 의지가 되고 옆에서 많이 보고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류승우는 "승민이 형과 함께 뛸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도 "소속팀 경기에서 뛰어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힐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을 흐리기도 했다.

▲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바이어 레버쿠젠의 류승우가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친선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슈미트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류승우는 훌륭한 선수다. 오늘 아마 많이 아쉬워했을 것"이라며 "손흥민 수준까지는 올라서지 못했지만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충분한 능력과 잠재력을 지녔다"고 호평했다.

슈미트 감독의 호평이 진짜 칭찬인지 아니면 '립 서비스' 정도에 불과한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 6개월 동안 류승우를 어떻게 기용하고 활용하는지만 본다면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 기자가 인터뷰를 마치면서 "지금은 표정이 많이 어두운데 6개월 뒤에 웃는 낯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건네자 류승우도 쑥스럽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의 남은 분데스리가 6개월은 어떻게 진행될까. 지금 바이어 레버쿠젠의 24번 류승우에게 남은 6개월 목표는 다시 K리그로 돌아오더라도 자신이 한 단계 성장, 발전하는 것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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