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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먼저'인 두산, '두목곰' 김동주를 바라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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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먼저'인 두산, '두목곰' 김동주를 바라보는 시선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4.07.3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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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17년간 두산 베어스를 이끌어 온 ‘두목곰’ 김동주에 대한 말들이 많다.

김동주는 1998년 두산(당시 OB)에 입단해 줄곧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잠실구장을 지켜온 프랜차이즈 슈퍼스타다. 팀의 중심 타자로 1625경기에 나서 타율 0.309, 273홈런, 1097타점을 올렸다. 하지만 2012년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5월부터 줄곧 2군에 머무르며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지만 한번도 1군에서 부름을 받지 못했다.

견디다 못한 그는 구단에 방출까지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구단과 면담을 통해 이번 시즌 두산에 잔류하기로 결정했다. 논란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번 일을 처리하는 두산 프런트에게 비난의 화살을 쐈다. 심지어 팬들은 잠실구장에 '우리는 두목곰을 보고 싶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했다. 최원우(48) 씨는 "착한 팬들이 화나면 무섭다는 것을 한번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 김동주는 두산에서만 18년째 뛰고 있다. 두산과 김동주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최 씨는 "우리는 김동주에게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팀의 레전드 선수에게 이런 대우는 맞지 않다“며 ”기준이 뭔지를 모르겠다. 도대체 김동주가 얼마나 좋은 활약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중심 타선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팀 배팅이 가능한 선수다"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구단이 청사진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기업의 슬로건과 달리 고참 선수에 대한 처우가 형편없다”며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임재철, 김선우, 이종욱, 손시헌 등 많은 선수가 팀을 떠났다. 구단이 그들을 잡을 생각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일이 걷잡을 수 없게 커지자 구단은 긴급하게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필자는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33년째를 맞은 프로야구 구단의 일처리 능력에 의문을 갖게 된다. 깊은 내막이야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김동주는 현재 성적이 어찌됐든지간에 두산과 17년 동안 희로애락을 같이한 슈퍼스타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힘이 떨어지고 기술도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구단에서 김동주의 장래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김동주는 장래에 대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을 뿐더러 장기간 퓨처스리그에서 생활했으니 자존심이 상하고 자괴감이 들었을 것이다.

구단은 왜 김동주가 17년 동안 쌓은 탁월한 공적을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일까. 명문구단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LA 다저스는 토미 라소다 감독을 수십 년 동안 감독으로 일하게 했다. 라소다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푸른 피가 흐르고 있다고 할 정도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평생 다저스맨인 그는 은퇴 후에도 다저스를 돕고 있다.

일본의 명문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도 나가시마 시게오, 하라 다츠노리 감독들이 영원한 요미우리맨이 되도록 배려하고 있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크지 않는다. 기업에서도 공로가 있으면 임원으로 발탁한다. 그런데 17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한 팀에서 뛰며 탁월한 헌신을 한 슈퍼스타를 헌신짝 버리듯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면 누가 구단을 믿고 야구를 하겠는가. 명문팀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장기적인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일단 대화로 수습을 했다지만 미봉책에 머물러서는 절대 안된다. 하루 빨리 김동주의 앞날에 대한 그림이 그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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