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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새 외국인 감독 '8대 조건'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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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새 외국인 감독 '8대 조건' 분석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07.31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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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감독·3명이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대표팀 전력 향상 외 한국 축구 장기 발전 위한 포석

[파주=스포츠Q 이세영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어 갈 다음 감독은 누가 될 것인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다음 감독의 조건을 8가지 제시해 눈길을 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위원장은 31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차기 대표팀 감독 후보 우선 협상대상자 3명을 선정했고 이들은 모두 외국인 감독이라고 밝혔다.

이용수 위원장은 그 3명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새로운 감독을 뽑는 기준으로 8가지 조건을 들었다. 8가지 조건의 기준에 따라 감독 후보군을 얍축했고 3명의 우선 협상대상자를 뽑았다는 얘기다.

▲ [파주=스포츠Q 이상민 기자] 기술위원회가 내세운 새 사령탑의 조건은 ‘경험’과 ‘인성’이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새 사령탑 후보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① 대륙별 선수권 경험이 있을 것

일단 기술위원회는 풍부한 경험이 있는 지도자를 기준으로 삼았다. 일단 아시안컵이나 유럽선수권대회(유로대회), 남미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등 대륙별 선수권에서 대표팀을 지휘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륙별 선수권에서 대표팀을 지휘하는 것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못지 않게 중요한 경험이다. 월드컵처럼 4년에 한 번씩 열리고 각 대륙의 챔피언을 가리는 대회다. 특히 유로대회는 '미니 월드컵'이라고 불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코파 아메리카 역시 마찬가지다.

이용수 위원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경험을 새로운 감독의 요건으로 밝히기도 했다. 당시 요건과 맞닿아 있다.

② 월드컵 예선을 치러본 경험이 있을 것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대표팀을 이끌어 본 경험 역시 중요하다. 새로운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뿐 아니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까지 치러야 하기 때문에 월드컵 예선이라는 장기 레이스에서 대표팀을 이끌어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또 아시아지역 예선은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하는 시험무대도 된다. 어느 나라나 지역 예선을 치를 때면 선수들의 인력 풀을 적극 활용하면서 예선을 치른다. 2년 넘게 치르는 예선을 치르면서 대표팀을 잘 이끌고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있는 대표팀을 만들어가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③ 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이상 성적을 낸 적이 있을 것

월드컵을 나간다고 해서 성공인 것은 아니다. 조별리그에서 멈추기를 바라는 지도자나 선수는 아무도 없다. 그렇기에 조별리그 3경기를 전력으로 치르고 토너먼트의 긴장감도 풀 수 있는 그런 감독이 필요하다.

한국 축구 역시 본선에서 조별리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6강 또는 8강 그 이상의 목표를 세우기 때문에 토너먼트까지 나갔던 경험이 많은 지도자가 절대 필요하다.

이런 기준을 적용한다면 최근 한국 축구 대표팀을 맡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던 젊은 지도자나 일본 언론에서 언급했던 세르지우 파리아스 전 포항 감독은 논외가 된다. 파리아스 감독은 클럽이나 올림픽 대표팀 경험은 있지만 대륙별 선수권이나 월드컵 예선, 월드컵 본선 16강 이상의 성적을 낸 적도 없다.

④ 클럽팀 지도자 경험도 있을 것

그러나 이용수 위원장은 대표팀 경력만을 따지지 않았다. 클럽팀에서도 지도자 경험을 한 적이 있어야 한다.

기술위원회가 클럽팀 지도자 경험도 있어야 한다고 기준을 정한 것은 K리그와 연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을 운영하면서 K리그 클럽팀의 도움은 절대 필요하다. 대표팀의 전력을 키우겠다며 K리그와 클럽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집을 피운다면 연계 체제는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또 대표팀과 K리그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K리그가 발전해야만 대표팀의 전력도 함께 올라가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K리그와 대표팀의 연계는 절실하다.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는 것은 대표팀은 물론이고 한국 축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노련한 지도자를 뽑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여기에 홍명보 감독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다. 홍 감독이 브라질월드컵 대표팀을 이끌기 전에 맡은 성인대표팀은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팀이 유일했다.

▲ [파주=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대표팀과 클럽팀을 모두 지휘한 경험이 있는 지도자가 차기 사령탑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⑤ 교육자로서 자질

기술위원회가 8가지 조건 가운데 4가지를 풍부한 경험으로 들었다면 또 하나는 교육자로서 자질이다.

대표팀 감독은 단순히 대표팀 하나만을 이끌어가는 사령탑이 아니라 한 나라를 대표하는 팀의 수장인 만큼 한국 축구의 전반적인 교육 체계를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기술위원회의 지론이다.

이에 대해 이용수 위원장은 "인성적인 부분에는 데이터에 한계가 있지만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경기가 없을 때는 지도자 교육이나 유소년 교육, 혹은 유소년 관련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인물을 뽑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유소년 축구의 중요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독일 역시 분데스리가 클럽의 유소년 축구 시스템에서 비롯됐다.

또 독일축구협회와 독일축구리그연맹은 지도자 라이선스 제도에 손을 봤다. 분데스리가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유럽축구연맹(UEFA) A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대신 협회에서 지도자 연수 프로그램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다른 나라의 10분의 1 비용만 들여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5000여명의 A라이선스 지도자를 보유하게 됐다. 이들이 전국 각지에서 유망주 육성을 책임지고 있다.

독일의 유소년 축구 시스템과 지도자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한국 축구의 장기적인 발전을 내다보는 포석이다.

⑥ 나이가 너무 많지 않을 것

경험이 많은 지도자라면 무조건 나이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기엔 한국 축구의 미래를 맡기기엔 너무 단기적이다. 예를 들어 지금 66세인 지도자가 대표팀을 맡는다고 봤을 때 러시아 월드컵 때는 70세가 된다.

결국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는 50대 초중반의 나이가 된다. 좀 많게는 50대 후반도 가능하고 젊게 본다면 경험만 충분하다면 40대 후반도 가능하다.

기술위원회에서 나이를 언급한 것은 한국 축구와 장기적인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지도자를 고르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게 한다.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휘 아래 4강 위업을 달성하긴 했지만 그 효과는 채 10년을 가지 못했다.

⑦ 가급적 영어를 편안하게 구사할 것

일부 경험많은 지도자 가운데에는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만 할 줄 아는 감독이 적지 않다. 하지만 기술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가운데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아는 인재가 없다.

결국 통역을 써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통역 과정에서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이용수 기술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유학파이므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줄 안다. 외국인 감독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영어를 반드시 할 줄 알아야 하는 이유다. 이는 단순히 언어 문제가 아니라 기술위원회와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⑧ 될 수 있으면 지금 바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

앞으로 아시안컵까지 남은 기간은 3개월 남짓이다. 9월과 10월에는 A매치 일정이 잡혀 있다. 시간이 촉박하다.

이용수 위원장은 "가급적이면 9월 A매치 기간에 본부석에서 선수들을 지켜볼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 계약 등 족쇄가 있는 지도자여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이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되도록 빠른 시간에 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면 된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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