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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불끄는 수비, 불붙는 타격 '특급 백업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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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불끄는 수비, 불붙는 타격 '특급 백업 전성시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08.04 10: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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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비 한계 넘어 공격·주루 알짜 활약…'주전 백업' 신조어도

[스포츠Q 이세영 기자] 바야흐로 ‘백업 선수 전성시대’다.

주전에 견줘 뒤지지 않는 존재감과 실력으로 야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백업 요원들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서 백업 선수가 최우수선수(MVP) 후보에 오르거나 경기 직후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제 이들의 이름이 전면에 나가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백업의 일반적인 의미는 야수의 실책에 대비해 그 뒤에 다른 수비자가 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백업 요원이 수비만을 담당하지는 않는다. 수비 외에도 공격과 주루에서 알짜배기 활약을 펼치는 백업 자원들은 포지션을 2개 이상 소화하며 주전 못지않은 출장 기회를 잡고 있다.

출장 기회가 많다보니 그만큼 실전 감각을 유지하면서 경기를 치르게 되고 경기 경험이 쌓이면서 실력도 일취월장하는 선순환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 생각보다 큰 '주전 백업'의 위력

넥센 백업들은 지난달 31일 목동 한화전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맹위를 떨쳤다. 이날 넥센 선발 하영민은 2회까지 4점을 내주는 등 힘겨운 피칭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때부터 넥센 타자들의 방망이가 춤을 췄다. 4회말 김민성의 2점포 등으로 3점을 따라잡은 넥센은 5회 박병호의 적시타로 동점을 이뤘다. 특히 교체 투입된 이성열(30)은 팀이 4-6으로 뒤진 7회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1점 차까지 추격, 존재감을 과시했다.

펠릭스 피에에게 3점 홈런을 맞아 5-9로 뒤진 9회에도 넥센은 끝까지 한화를 물고 늘어졌다. 박병호가 시즌 33호 솔로 홈런을 친 넥센은 윤석민(29)의 볼넷 등으로 계속된 1사 만루에서 문우람(22)의 땅볼과 교체 투입된 김지수(28)의 적시타로 8-9, 1점 차까지 추격했다.

비록 경기는 1점차 패배로 끝났지만 이성열, 윤석민, 문우람, 김지수 등 주전이 아닌 백업 멤버들의 위력을 알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넥센 백업들에 대해 염경엽 감독은 “하위 타순에 한 방이 있는 윤석민이나 문우람, 이성열이 들어가면 상대 투수들이 결코 쉽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이 지향하는 시스템은 같은 백업이라도 ‘주전급 백업(주전 백업)’과 '일반적인 백업'을 나누는 것이다.

주전 백업은 주전 선수만큼 경기 수를 소화하면서 실전 경험을 충분히 익히는 백업 멤버를 가리킨다. 이른바 ‘준 주전’이다. 넥센 윤석민이 이에 해당한다.

염 감독은 “우리팀에 윤석민이 없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주전인 박병호, 김민성의 휴식을 보장해 줄 수 없다”며 “윤석민은 주전은 아니지만 주전과 비슷한 경기수와 타석을 소화한다. 경기 감각을 잃지 않으니 좋은 타격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장민석과 유니폼을 맞바꿔 입은 윤석민은 주로 상대팀 좌완 투수가 선발로 나설 때 지명 대타로 나서며 박병호와 김민성이 휴식을 취할 때는 1루, 3루 수비를 본다.

자연스레 경기 출장 기회가 많아진 윤석민은 234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266, 8홈런, 35타점을 기록 중이다. 2012년 두산에서 올린 기록을 모두 넘어설 태세다.

◆ '멀티 포지션', 백업 요원의 필수 조건

하나만 잘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어디에 가든 ‘팔방미인’이 인정받듯 야구에서도 실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많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일수록 더 많은 기회를 받는다.

앞서 언급한 윤석민을 제외하고도 두산 최주환(26)과 허경민(24)은 3루와 2루를 모두 소화하는 ‘멀티 포지션’ 백업 요원으로 활약을 이어가는 중이다.

경기 출장이 일정하지 않아 타격감을 유지하기 힘들지만 이들은 준수한 타격과 수비로 팀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중이다.

2012년 프로 데뷔 후 올해까지 꾸준히 1군에서 출전을 보장받고 있는 허경민은 타율 0.257, 38안타, 9타점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또 최주환은 지난해 플레이오프 3차전 LG전에서 결정적인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는 빠른 발과 야무진 타격, 넓은 수비범위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허경민은 두산의 내야 멀티 백업 자원이다.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어렵게 잡은 기회, '놓치지 않을 거예요'

올해 백업 외야수로서 가장 널리 이름을 알린 선수는 삼성 박해민(24)이다.

2012년 신고 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박해민은 이른바 ‘나는 중견수다’ 오디션의 최종 승자다. 배영섭이 군 입대로 빠진 외야 한 자리를 놓고 이영욱과 정형식, 김헌곤, 박해민이 열띤 경쟁을 벌였고, 박해민이 주전 중견수가 됐다.

시즌 타율 0.303, 1홈런, 21타점으로는 박해민의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이승엽, 야마이코 나바로,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등 거포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박해민은 탁월한 주루 센스와 수준급 번트 실력으로 타선의 짜임새를 돋보이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 박해민은 탁월한 주루 센스와 수준급 번트 실력으로 삼성 타선의 짜임새를 돋보이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스포츠Q DB]

KIA에는 김다원(29)이 주전 백업으로 그라운드를 수놓고 있다. 2010년 45경기 출장한 것이 한 시즌 최다 출장이었던 김다원은 올해는 51경기에 나서며 자신의 시즌 최다 경기 출장 기록을 깨 나가고 있다.

팀에 부상 선수들이 많은 것이 그 이유였다. KIA는 시즌 초반부터 김주찬, 브렛 필, 신종길이 차례로 부상을 당해 외야에 구멍이 생겼다. 이 자리를 김다원이 훌륭하게 메웠다.

6월 타율이 무려 0.353에 달한 김다원은 6월 19일 광주 넥센전부터 21일 잠실 두산전까지 세 경기 연속 장타를 터뜨리는 등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했다.

▲ 2010년 45경기 출장한 것이 한 시즌 개인 최다 출장이었던 김다원은 올해는 51경기에 나서며 자신의 시즌 최다 경기 출장 기록을 깨 나가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주전들이 속속 복귀한 탓에 예전보다 출장 기회가 줄었지만 김다원은 앞으로 수비만 보완된다면 더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이지영의 백업 포수 이흥련(25)도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올시즌 58경기에서 130타석에 들어선 이흥련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노련함을 갖췄다.

배영수, 임창용 등 베테랑 투수들을 능숙하게 리드하는 이흥련은 올해가 프로 첫 시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또 이흥련은 포구와 블로킹 등 포수 수비의 기본기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전은 아니지만 주전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며 팀 승리에 기여하는 백업 선수들은 자기만의 생존 방식을 가지고 경기에 나선다.

 팀내 빼어난 기량을 갖춘 백업 자원이 많은 염경엽 넥센 감독은 “선수층이 얼마나 두텁냐에 따라 팀 성적이 결정된다”며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가 큰 팀은 정규리그를 이끌어가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시즌을 치를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주전을 쉬게 해준다는 것만으로 보탬이 되는데 거기에 실력까지 좋으면 더 많은 기회를 보장받는 게 백업 선수라는 것이다.

이제는 백업 선수가 단순히 엔트리를 채우기 위함이 아닌, 팀 성적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값진 존재가 됐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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