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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에 폭언까지' 외국인선수 몰상식 행동, 근절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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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에 폭언까지' 외국인선수 몰상식 행동, 근절책 없나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08.04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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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히트노런 투수 찰리의 몰락…징계수위에 관심

[스포츠Q 이세영 기자] 한동안 잠잠한 듯 했던 외국인 선수 관련 문제가 또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NC 외국인 투수 찰리 쉬렉(29)이 주심에게 폭언을 퍼부어 퇴장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찰리는 지난 3일 문학 SK전에서 팀이 2-0으로 앞서던 1회말 1사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 선 이재원에게 던진 몸쪽 높은 코스의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하자 흥분했다.

찰리는 몸쪽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지만 느린 화면으로 본 결과 찰리가 던진 공은 몸쪽 높은 곳에 제구됐고, 포수가 프레이밍(미트질)을 했지만 김준희 주심은 이에 속지 않았다.

▲ 찰리가 주심에게 폭언을 퍼부어 퇴장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스포츠Q DB]

주심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하지 않자 찰리는 자신의 양 팔을 어깨 위로 올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급기야 홈플레이트 방향으로 걸어간 찰리는 김준희 주심을 향해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이에 김 주심은 퇴장 명령을 내렸고, 찰리는 더 큰 제스처와 목소리로 김 주심을 모욕했다.

어디서 배웠는지 우리말로 상스러운 욕을 퍼붓기도 했다. 구단 관계자에게 이끌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상황에서도 김 주심에게 엄지를 치켜들며 조롱했다. 노히트노런 기록을 세웠던 투수의 품격은 온데간데 없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4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찰리에 대한 징계 수위를 확정지을 방침이다.

◆ '악동' 외국인선수, 왜 끊이지 않나

외국인 선수 관련 문제는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다. 특히 올해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불만을 가진 외국인 선수들이 이따금 주심과 언쟁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일어난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카림 가르시아(당시 롯데)가 있다. 2010년 시즌 두 번째 퇴장을 당한 가르시아는 심판 판정에 상습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는 죄로 ‘가중처벌’을 받았다.

가르시아에게 내려진 징계 수위는 7경기 출전정지와 제재금 300만원이었다. 당시 롯데의 잔여경기가 7경기였기 때문에 이 ‘7경기’라는 것이 상징적인 이유였다는 말도 있다.

올시즌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늘어나면서 구단별 1명씩 외국인 타자를 추가로 영입했다. NC는 신생팀 자격으로 투수를 1명 더 보유했다.

예전보다 더 많은 외국인 선수가 한국 무대에서 뛰게 되면서 이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늘어난 숫자만큼이나 사건도 많았다.

한화 펠릭스 피에는 지난 5월 7일 잠실 LG전 도중 박기택 주심의 삼진 판정에 불만을 품고 배트와 배팅장갑을 그라운드에 내동댕이쳐 퇴장 명령을 받았다.

SK 로스 울프도 지난달 19일 문학 삼성전에서 최수원 주심의 볼 판정에 불만을 품고 주심에게 다가가 폭언을 했다. 최 주심도 울프의 태도에 흥분한 듯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가르시아 사건에 비해 위 두 사건은 경미한 징계로 넘어가거나 아예 징계 절차를 밟지도 않았다. 주심 판정에 격분한 피에에게는 벌금 50만원 처분이 내려졌고, 울프는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았다.

솜방망이 처벌이 외국인 선수들의 도 넘는 행동을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 2010년 당시 가르시아가 많은 경기를 남겨둔 상황이었다면 ‘시즌 아웃’ 징계로 인해 외국인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는 사례가 됐을 수도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인식도 문제다. 그들이 한국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를 같은 선상에서 생각했다면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16일 퇴출된 루크 스캇이 저지른 사상 초유의 감독 항명 파문은 100년이 넘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특히 이날 찰리가 불만을 보인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주심의 고유 권한이자 합의판정 대상도 아니다. 투수는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에 맞춰야 할 의무가 있다.

◆ 외국인선수 돌발행동,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로마에 왔으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 자신이 이전에 어디서 선수 생활을 했든 현재가 중요하다.

찰리는 분명 잘못된 행동을 저질렀다. 문제가 없는 판정에 폭언과 욕설을 퍼부어 자신의 이미지는 물론, 팀 이미지도 훼손시켰다.

올해 여러 차례 외국인 선수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 만큼 이제부터라도 원칙에 의한 처벌이 필요하다.

2014 프로야구 대회요강 벌칙내규를 보면 “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심판판정 불복, 폭행, 폭언, 빈볼, 기타의 언행으로 구장질서를 문란케 하였을 때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제재금 200만원 이하, 출장정지 30경기 이하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찰리에 대한 징계가 명확하게 내려진다면 이 사례를 본보기 삼은 외국인 선수들이 주심의 판정을 존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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