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22:43 (수)
황목치승, 고된 인생역정에서 찬란한 야구역전으로
상태바
황목치승, 고된 인생역정에서 찬란한 야구역전으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05 1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대학·사회인 야구팀 활약 미미…독립야구팀 원더스 거쳐 LG 1군까지 야구인생 대반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LG 황목치승(29)은 이제 더이상 이름이 특이한 선수가 아니다. LG는 물론이고 국내 야구팬들에게 친숙해졌을 정도로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황목치승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홈경기에 유격수 겸 2번 타자로 선발 출전,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6-4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넥센 선발 금민철이 2회말 갑작스러운 난조에 빠지며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얻어낸 LG는 안타 하나 없이 2-1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날 LG의 안타 물꼬를 튼 선수는 황목치승이었다. 2사 만루 상황에서 금민철과 9구까지 가는 대접전을 벌인 황목치승은 중견수 앞으로 굴러가는 깨끗한 적시타를 쳐내며 2명의 주자를 불러들였다. 4-1로 달아나는 황목치승의 적시타는 금민철을 1.2이닝만에 강판시켰다는 점에서 사실상 팀 승리에 결정적이었다.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VP)도 황목치승의 몫이었다.

▲ 황목치승이 LG에서 새로운 인생 역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대학 시절 무릎 인대가 파열되면서 역정의 길을 걸었던 그는 고양 원더스를 거쳐 올해 LG에 입단한 뒤 4개월만에 1군으로 올라와 알토란 활약을 해주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1일 넥센과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타격하는 황목치승. [사진=스포츠Q DB]

◆ 일본 프로 도전하던 유망주, 무릎 인대 부상에 울다

이제는 대부분 야구팬들이 알게 됐지만 황목치승은 황(黃)씨가 아니다. 황목(荒木)이란, 우리나라에는 없는 성씨다. 일본명으로는 아라키로 불리는 일본 성씨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인 할아버지의 성을 그대로 물려받아 황목이란 특이한 성씨를 갖게 됐다.

야구 유학을 위해 고등학생 때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일본 야구 명문인 아세아대학을 거쳐 일본 명문 사회인야구팀인 세가사미에 2008년에 입사,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세가사미는 오락실 게임으로 유명한 세가와 파친코 게임 회사인 사미가 병합한 회사로 세가사미 사회인 야구단은 2006년 창단됐다.

세가사미 야구팀이 배출한 프로야구 선수는 황목치승 말고도 미야자키 유키(28) 오야마 사토시(26·이상 오릭스), 사이토 마사루(26), 우라노 히로시(25·이상 홋카이도 닛폰햄), 아카호리 다이치(27), 미야자키 도시로(26·이상 요코하마 DeNA) 등이 있다. 팀내 주전은 아니지만 1군 멤버로 쏠쏠한 활약을 해주는 선수들이다.

황목치승은 일본 프로야구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일본 이름이지만 엄연히 한국 국적인, 일본에서는 외국인 선수였다.

게다가 기량 성장이 더뎠다. 아세아대학 시절 훈련 도중 주자의 스파이크의 무릎에 차여 무릎 인대 2개가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2번의 수술과 재활이 있었지만 일본 프로 진출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세가사미 야구팀에서도 3년차까지는 부상으로 대수비나 대주자로만 나왔을 뿐이었다. 동료 선수가 일본 프로로 갔지만 그는 그렇지 못했다.

그렇다고 한국 프로에서도 관심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2013년 드래프트에 참가했지만 지명을 받지 못했다. 제주도 삼다수 야구단을 거쳐 트라이아웃을 통해 고양 원더스로 갔다.

▲ 황목치승은 주루 센스 외에도 발군의 수비력을 자랑한다. 현재 부상으로 1군 말소가 된 오지환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고 있다. 사진은 4월 1일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송구 훈련을 하고 있는 황목치승. [사진=스포츠Q DB]

◆ 고양 원더스서 기량 성장…1년만에 LG로, 4개월만에 1군으로

황목치승은 2013년 교류전에서 고양 원더스의 1번 타자 겸 유격수로 나와 빠른 발과 선구안과 함께 수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에서 부상 때문에 타격감이 오르지 않았을 때도 수비 하나만큼은 일품으로 평가받았다. 어깨도 강했다. 교류전에서 147타수 38안타, 타율 0.259, 16도루 등을 기록한 그는 LG의 레이더망에 잡혔다. 고양 원더스 사상 10번째 프로 입단 선수가 됐다.

올시즌부터 LG의 2군에서 뛴 황목치승은 퓨처스리그에서 그야말로 기량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뛰어난 수비 실력과 함께 타격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187타수 59안타 타율 0.316, 43득점, 18타점, 18도루, 29볼넷을 기록했다. 또 선구안이 좋아 삼진을 20개 밖에 당하지 않았다. 퓨처스리그 중간 성적 4일 기준으로 타율 13위, 득점 10위, 최다안타 13위, 도루 공동 6위의 뛰어난 기록이었다.

퓨처스 선수 가운데 즉시 전력감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키우겠다는 양상문 감독의 눈에 당연히 황목치승이 들어왔다. 지난달 15일 꿈에 그리던 1군으로 올라왔다.

▲ 황목치승의 롤모델은 유지현 코치다. 유지현 코치처럼 타격이면 타격, 수비면 수비를 야무지게 하는 모습이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이라며 닮고 싶다고 말한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 작전 수행능력·수비 뛰어난 유지현이 롤 모델

하지만 그에게 좀처럼 기회는 오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삼성과 경기에서 대주자로 나선 뒤 첫 득점을 올리긴 했지만 주로 대수비, 대주자, 대타로만 기용됐다. 유격수 자리에는 오지환(24)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황목치승은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기회가 지난달 29일 삼성전에 찾아왔다. 빠른 발로 내야안타를 만들어내며 타점을 올렸다. 이 타점은 결승타점이 됐다. 1군 무대 데뷔 안타와 타점이 결승타와 결승타점이 됐다.

이후 황목치승은 수비 뿐 아니라 타격에도 날개를 달았다. 1일 넥센전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다친 오지환 대신 대수비로 나섰고 타석에서도 2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선수 보호차원에서 양 감독이 2일 오지환을 1군에서 말소하자 황목치승에게 선발의 기회가 찾아왔다. 2번타자로 나와 1회말 첫 타석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급기야 두번째 선발출전 경기가 된 4일 경기에서 깨끗한 중전 안타로 2타점을 올려 팀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LG의 넥센 3연전 '위닝시리즈'에 황목치승이 있었다.

황목치승은 1군에 올라온 뒤 14타수 6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출전 경기수가 작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수는 없지만 타율이 4할대다. 모두 단타지만 영양가 있는 적시타로 3타점을 올렸다. 4차례 도루를 시도해 2개를 성공시키켰다.

이제 LG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된 황목치승은 얼떨떨하기만 하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한다는 자세로 경기에 임한다.

황목치승은 4일 넥센전이 끝난 뒤 경기 MVP 인터뷰에서 "타석에서는 어떻게든 공을 갖다대는 컨택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오)지환이가 빠져있는 상황에서 조금씩 실력을 늘려가는 단계다.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상문 감독이 수비와 작전 수행능력이 뛰어나다고 칭찬한 것에 대해 그는 "거기까진 아닌 것 같다. 열심히 훈련해서 그 말이 맞도록 증명하겠다"며 "유지현 코치가 내 롤 모델이다. 수비면 수비, 타격이면 타격 야무지게 하는 것이 내 플레이 성향과 비슷하다. 유지현 코치처럼 되고 싶다"는 각오도 함께 드러냈다.

일본 프로야구 진출을 노렸다가 부상으로 인생 역정을 걸어온 그는 이제 1년만에 인생 역전을 이뤘다. 이와 함께 LG도 새로운 상승 동력을 얻었다. 황목치승의 새로운 야구 인생 2막이 어떻게 진행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