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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은퇴선수 인생2막, 공부하려거든 이곳으로 모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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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은퇴선수 인생2막, 공부하려거든 이곳으로 모이세요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3.25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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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인재육성단 해외연수 결과보고회 현장..."영어 두렵지 않다, 국제스포츠단체 가겠다" 자신감

[200자 Tip!] 누가 운동선수 출신을 무지하다 하는가. 수업에 들어갈 필요가 없는 환경, 책상에 앉아 자더라도 용인하는 분위기 때문에 그런 시선이 생겼을 뿐 한 번 펜대를 들면 무섭게 파고들 열정, 끈기, 근성을 갖춘 이들이 바로 운동선수다. 20대 중반이면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체육인들은 어떻게 미래를 설계해야 할까. 좋은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피와 살이 될 것이라 기자가 감히 보장한다. 누군가는 “세상을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고, 누구는 “많은 사람을 만나 보니 두려울 것이 없더라”고 말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 체육인재육성단의 해외연수 결과보고회 현장을 찾았다.

[태릉=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이상민 기자] 대한체육회가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10년간 현역생활을 마감한 선수가 10만5784명(선수경력 3년 이상, 20~40세 미만의 선수 기준)에 달한다. 연평균 1만이 넘는 엘리트 출신이 사회로 쏟아진다는 의미다.

▲ 지난 17일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 열린 2015 국제스포츠 인재양성 해외연수 결과보고회.

야구, 축구 등 인기 프로스포츠 선수가 아닌 이상 거액의 돈을 번 것은 아닐 터다. 대부분이 올림픽,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인 아마추어스포츠에 인생을 걸었을 테고 부상이나 지도자와 갈등, 경쟁에서 도태되면서 어쩔 수 없이 현역 생활을 마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생 2막을 열어야 한다.

공부하려는 자. 스포츠개발원 체육인재육성단의 은퇴선수 대상 교육사업을 적극 활용하라.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한국스포츠개발원 회의실에서는 2015 국제스포츠 인재양성 해외연수 결과보고회가 열렸다. 미국 테네시대서 6개월간 외국어 교육, 글로벌스포츠리더십 세미나, 대학스포츠클럽 교류활동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온 15인은 자신감 가득 찬 목소리로 각자 성과를 발표했다.

◆ '큰물'에서 놀고온 연수생, 영어가 두렵지 않다

“e스포츠 강국인 한국의 국제 행정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국제e스포츠연맹이 주최하는 대회 등 여러 국제대회 참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e스포츠 세계화에 앞장서는 인재가 되겠습니다.” (이성원, e스포츠 심판 경력 8년)

“이번 연수를 통해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하는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고귀한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목표하고 있는 곳은 국제양궁연맹입니다.” (김수경, 양궁선수 경력 9년)

“이제는 저만의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봐야겠습니다. 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배구 단체에서 일할 기회를 찾겠습니다. 궁극적인 꿈은 국제배구연맹에 가는 것입니다.” (김태영, 배구선수 경력 7년)

▲ 연수 수료자들은 영어 프레젠테이션으로 자신의 미국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사진=체육인재육성단 제공]

한 사람씩 돌아가며 후기와 중장기 계획을 밝힌다. 모두가 은퇴 후 미래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했던 ‘동지’들이기에 저마다의 포부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7년간 펜싱을 했던 박희원이 “큰 걱정이었던 영어도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결국 대화 수단이더라. 생각한 것보다 크게 어렵지 않더라”고 하자 몇몇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들이 발표한 자료는 다음 기수 교육생들의 동기부여 자료로 사용된다. 미국의 스포츠문화, 세미나와 스포츠클럽 등 과외활동, 미국 생활을 잘 해내기 위한 팁, 효과적인 영어 학습법 등 피부로 느낀 점들을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또박또박 프레젠테이션해 더욱 값진 결과물이다.

◆ 동지애 속에 피어나는 원대한 포부, 한국 스포츠를 살찌운다

수료증을 받은 이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체육인재육성단 황용필 단장은 "스포츠야말로 소프트 파워"라며 "어학 공부를 넘어 체육행정가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온 여러분들을 환영한다"고 15인을 격려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걱정했던 연수생들은 테네시에서의 시간을 떠올리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18년간 라켓볼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이영미는 2014년 여성스포츠리더 과정과 국내연수 중급 과정에 이어 해외연수까지 수료했다. 인재육성단은 여성 체육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여성스포츠리더, 차세대여성스포츠인재), 어학(초급, 중급)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연수생들은 테네시 주변의 현장 곳곳을 방문하며 미국의 스포츠문화를 흡수한다. [사진=체육인재육성단 제공]

이영미는 “체육인재육성단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나일 것이다. 이토록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적극 알리겠다”며 “3년 전 국제라켓볼연맹에서 선수위원을 해보겠냐는 제의가 왔는데 언어가 두려워 고사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이젠 나를 변화시키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윈드서핑 선수로 8년, 지도자로 2년 등 10년을 요트 현장에서 보낸 김제동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목적이 확실하니까 큰 효과를 봤다”며 “영어 구사능력은 기본이고 국제스포츠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게 됐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이젠 영어로 진행되는 세일링 세미나에 적극적으로 참석할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코칭과정은 모두 영어로 배워야 한다”며 “한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지도법을 개발해 후배들에게 전수하겠다. 한국 요트에 이바지하겠다는 큰 꿈이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누적되는 모범사례, 스포츠파워의 산실

사업담당자인 육성단 국제인재팀 장형겸 대리는 “(사업이 시작된) 2008년만 해도 교육생들이 특정 종목에 편중된 경우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 혜택을 입은 이들이 늘어나자 종목을 불문하고 지원서를 내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이번 기수의 경우 사격, 양궁, 농구, 요트, 배구, 체조, 펜싱, 검도, e스포츠, 라켓볼, 골프 등 11개 종목의 선수들로 구성됐다.

쇼트트랙 변천사(평창동계올림조직위원회 스포츠매니저), 스키점프 김흥수(평창올림픽조직위 경기위원장), 핸드볼 홍정호(국제대학스포츠연맹 기술위원), 오성옥(여자핸드볼 청소년대표팀 전임지도자), 탁구 박인숙(국제탁구연맹 국제심판) 등 국가대표 출신들이 인재육성단의 프로그램 혜택을 받고 체육행정가로 변신했다.

국제인재팀 정재형 대리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사격 진종오 선수도 국제스포츠인재 전문과정을 성실히 이수하고선 2014년 국제사격연맹(ISSF) 선수위원에 당선됐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고 스포츠현장으로 진출하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 한국스포츠개발원 황용필 체육인재육성단장(가운데)의 설명을 듣고 있는 15인의 연수생들.

여자프로농구(WKBL)에서 13시즌, 국가대표로 5년을 활동한 스타 출신 김은혜도 결과보고회에 함께 했다. 3년 전 초급부터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왔다는 그는 "현역 시절 외국인 선수들과 단 한 번도 통역 없이 말한 적이 없었는데 이젠 공부하는 운동선수 이미지를 구축했다"며 "여기저기서 날 찾아준다. 해설위원 제안도 받았다"고 활짝 웃었다.

초급, 중급, 해외연수 등 3가지로 나뉘는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초급과정(기초반)은 6월부터 12월까지 7개월간 한국체대에서 주 2회 6시간씩 열린다. 생활영어와 어휘학습을 주 내용으로 하며 인원은 35명이다. 중급과정은 같은 기간 한국외대에서 주 4회 9시간씩 진행된다. 25명으로 구성되며 커리큘럼은 레벨별 영어교육과 스포츠행정, 정책 등이다.

▲ 테네시 해외연수에 최종 선발된 이들은 학비, 왕복항공료, 기숙사비, 의료보조비, 식비 일부 등 2000만원 이내의 지원을 받는다.

지원대상은 선수경력자, 국제심판, 체육단체 재직자 등이다. 선수경력자(국가대표), 경기단체 추천자는 우대를 받는다. 초급과정 우수자는 중급과정 선발시 우선권이 주어진다. 테네시 해외연수의 경우 15명이 학비, 왕복항공료, 기숙사비, 의료보조비, 식비 일부 등 2000만원 이내의 지원을 받는다.

국제스포츠인재 전문과정도 있다. 기간은 6개월, 8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다. 15명으로 진행되며 커리큘럼은 글로벌매너, 커뮤니케이션, 전문지식, 리더십, 1대1 영어교육, 현장실습, 실무영어 등이다. 국가대표 선수, 체육관련 기관 5년 이상 재직자를 우대한다.

여성 은퇴선수, 심판 또는 지도자만을 위한 과정도 있다. 차세대 여성스포츠인재 육성과 여성스포츠리더 육성이다. 둘 모두 6월 중순부터 8월초까지 격주 1회로 진행된다. 차세대는 60시간짜리로 향후 각 분야에서 활약하기 위한 준비과정 성격이며 리더는 관리자가 갖춰야 할 역할, 최고지도자로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 교과목, 토론, 네트워킹 등으로 구성된 36시간 프로그램이다.

[취재 후기] 대학생 시절 만난 절친이 축구선수 출신이다. 당시만 해도 영어를 무척 어려워하던 친구였는데 지금은 긴급 상황서 대타로 통역을 소화할 만큼 괄목성장했다. 스포츠 현장이 엘리트 체육인 출신인 그를 얼마나 요긴하게 활용할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조만간 한국에서 개최될 스포츠이벤트의 조직위원회로 파견된 그는 기자에게 "체육인재육성단 프로그램 덕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우승을 위해, 금메달을 향해 질주했던 선수 시절의 열정을 공부로 돌려서 쏟기만 하면 당신도 국제전문인력이 될 수 있다. 하면 된다.

▲ WKBL 스타 출신 김은혜는 체육인재육성단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다. 그는 "이젠 공부하는 운동선수 이미지를 구축했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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