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7-25 18:07 (일)
골키퍼의 승부차기 심리, 잘 이용하면 성공률 높인다
상태바
골키퍼의 승부차기 심리, 잘 이용하면 성공률 높인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06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같은 방향 연속 차면 골키퍼가 반대 방향 선택할 확률 높아져

[스포츠Q 박상현 기자] '11m의 러시안 룰렛'이라고 불리는 승부차기는 관중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스릴과 긴장감이 있다. 관중들도 이런데 차는 선수와 이를 막아내야 하는 골키퍼는 오죽할까. 하지만 여기에도 선수들의 밀고 당기는 대결과 심리가 숨어 있다.

이미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이와 같은 장면을 경험하고 목격했다. 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브라질과 칠레의 16강전부터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준결승전까지 4차례 승부차기가 벌어졌다. 이 때마다 승리한 팀의 골키퍼는 영웅이 됐고 실패한 키커는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최근 영국 런던대학교 UCL 인지신경과학연구소 연구팀이 축구 승부차기와 관련한 연구 조사를 진행해 눈길을 끈다. 그렇지 않아도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은 승부차기에서 이기지 못하는 악연을 이어가고 있어 런던대학교 UCL의 조사연구 결과가 대표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 브라질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가 FIFA 브라질 월드컵 칠레와 16강전 승부차기에서 공의 방향을 읽고 몸을 던졌지만 손에 미치지 못해 골을 허용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골키퍼의 '도박사의 오류' 심리를 잘 이용하라

런던대학교 UCL 연구팀은 1976년부터 2012년까지 열렸던 FIFA 월드컵과 비롯해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 대회에서 나왔던 승부차기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골키퍼의 움직임에서 흥미로운 점을 하나 발견해냈다. 세번 연속 같은 방향으로 찼을 경우 골키퍼가 네번째에서는 다른 방향으로 몸을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실례로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포르투갈의 세 선수가 연속 왼쪽을 향해 공을 때리자 당시 잉글랜드 골키퍼였던 데이빗 제임스는 네번째에서는 오른쪽 방향을 선택했다는 것. 하지만 포르투갈의 네번째 키커는 앞선 세 선수와 마찬가지로 왼쪽을 향해 찼고 성공시켰다.

런던대학교 UCL 연구팀은 이를 골키퍼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일이 일어난 후 그 다음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종종 예측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동전을 던졌을 때 처음에 앞면이 나왔으면 그 다음에는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예측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도박사의 오류'다.

▲ 네덜란드 골키퍼 팀 크륄이 코스타리카와 FIFA 브라질 월드컵 8강전에서 상대 선수가 찬 공의 방향을 예측하고 막아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만약 앞면이 연속해서 세번 나왔다면 네번째에는 뒷면이 나올 것이라고 강한 믿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서로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확률적 사건이기 때문에 처음에 앞면이 나왔다고 해서 그 다음에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 앞면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두번째에 앞면이 나올 확률 역시 반반이다.

이에 대해 연구를 주도한 에먼 미서리소이 박사는 "도박사의 오류 현상은 세번 연속 같은 결과가 나타났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며 "세번 연속 같은 방향으로 찼을 때 네번째에서 골키퍼가 반대 방향을 선택하는 확률이 69%였다. 같은 방향으로 몸을 던지는 확률은 31%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서리소이 박사는 "골키퍼의 행동에서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을 알아챌 수만 있다면 완벽하고 정확하게 찬다는 전제로 보다 쉽게 골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앞선 세 선수가 같은 방향으로 찰 경우 네번째 키커는 그만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아르헨티나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가 네덜란드와 FIFA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론 플라르의 슛을 막은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 문제는 키커가 느끼는 과도한 부담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승부차기를 차는 선수의 심리 상태도 중요하다. 승부차기는 보통 골키퍼는 못 막아도 본전, 막으면 영웅인데 비해 차는 선수는 넣어도 본전, 못 넣으면 역적이 되는 게임이다. 이 때문에 승부차기를 차는 선수가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연구에 공동 참가한 패트릭 하가드 교수는 "엄청난 부담을 느껴야 하는데다 자신의 킥에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하고 골키퍼가 어떤 행동을 보일지를 예측해 공을 차야 한다. 키커로서는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골키퍼는 키커의 이런 심리 상태를 잘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미서리소이 박사는 "골키퍼는 자신의 선택을 무작위로 해 키커가 예측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정한 패턴을 보이지 않는다면 키커가 방향을 선택하는데 더욱 혼돈을 가져오게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연구팀은 이번 연구 조사에서 가운데 방향은 아예 제외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가운데로 차는 표본이 전체 10%도 미치지 못하고 골키퍼가 가운데를 지키는 확률도 2.5% 밖에 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골키퍼가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몸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가운데를 직접 공략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