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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연아'의 마지막 대관식, 자신이 만든 천장을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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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연아'의 마지막 대관식, 자신이 만든 천장을 깨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2.20 10: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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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판정·나쁜 빙질·부담스러운 순서 변수…강심장으로 자신과 마지막 싸움 이겨내야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정말 마지막이다. 7살이던 1997년에 엄마 손에 이끌려 과천빙상장에서 처음 피겨스케이팅을 배운 뒤 17년이라는 세월동안 오직 '피겨선수 김연아'로만 살았다. 이제 그 끝이 보인다.

일단 김연아(24·올댓스포츠)의 '마지막 쇼트'는 성공적으로 마쳤다. 자신이 4년 전 밴쿠버 때 받았던 쇼트 프로그램 최고 점수인 78.50점에는 4점 정도 모자랐지만 화려한 '마지막 대관식'으로서는 손색이 없었다.

문제는 프리스케이팅이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만 올림픽 2연패라는 대관식을 마칠 수 있다. 바로 그의 뒤에는 아델리나 소트리코바(18·러시아)와 카롤리나 코스트너(27·이탈리아)가 바짝 따라오고 있다.

▲ 김연아가 20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어릿 광대를 보내주오'에 맞춰 표정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자신이 세운 세계 최고 점수, 깰 사람은 김연아 뿐

김연아는 무려 다섯 차례나 쇼트프로그램에서 세계 최고 점수를 작성했다. 지난 2007년 세계선수권에서 71.95점으로 첫 세계 최고 점수를 기록한 뒤 그 점수를 78.50점까지 높였다. 아쉽게도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서 인정하는 대회에서 80점을 넘기진 못했지만 또 하나의 한계가 남아 있다.

바로 프리스케이팅 세계 최고 점수다. 현재 쇼트와 프리에서 모두 세계 최고 점수 기록은 김연아만이 갖고 있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세웠던 150.06점이 바로 김연아가 세운 세계 프리 최고 점수다.

김연아가 '화려한 대관식'을 하기 위해서는 소트리코바와 코스트너의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 그 추격을 확실하게 따돌릴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세계 프리스케이팅 최고 기록이다.

이를 위해서는 탱고의 열정과 얼음같이 차가운 냉정이 필요하다.

김연아가 21일 오전 3시46분 프리스케이팅에서 선보이는 곡은 탱고 리듬의 '아디오스 노니노'. 김연아는 늘 프리에서 최고의 명곡을 들고 나와 최고의 기술과 안무를 선보여왔다. 2008~09 시즌의 '세헤라자데'가 그랬고 밴쿠버 대회의 '조지 거쉰 피아노 협주곡 F장조'도 그랬다. 지난 2012~13 시즌 '여왕의 재림'이라고 불렸던 '레미제라블' 역시 김연아의 대표적인 프리곡이다.

▲ 김연아는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프로그램,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세계 최고 점수 기록을 세우며 당당하게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프리스케이팅 세계 최고 점수 기록에 도전한다. 사진은 밴쿠버 대회에서 금메달을 받은 뒤 감격의 눈물을 짓고 있는 김연아의 모습. [사진=뉴시스]

그런만큼 '아디오스 노니노'에 대한 기대는 더욱 뜨겁다. 탱고의 열정을 4분동안 펼쳐보여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없지 않지만 냉정함과 열정을 동시에 보여준다면 밴쿠버 때 받았던 점수를 넘길 가능성은 충분하다.

◆ 러시아·유럽 텃세의 암묵적 편파 판정 넘어라

이번 소치 대회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역시 유럽, 특히 홈인 러시아의 텃세다.

피겨스케이팅은 전통적으로 유럽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종목이다. 그런데 지난 2006년 토리노 대회와 밴쿠버 대회의 여자 싱글에서 아라카와 시즈카(일본)와 김연아 등 모두 아시아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아가 다시 한번 올림픽을 제패한다면 3회 연속 아시아가 '올림픽의 꽃'인 피겨에서도 가장 화려한 여자 싱글을 제패하는 것이 된다. 이와 함께 오직 유럽 선수만이 갖고 있었던 올림픽 2연패라는 화려한 기록까지 김연아가 가져가게 된다. 역대 올림픽에서 2연패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소냐 헤니(노르웨이, 1928~1936)와 카타리나 비트(독일, 당시 구 동독, 1984~1988) 밖에 없다.

▲ 김연아가 20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어릿 광대를 보내주오'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게다가 이미 남자 싱글에서도 하뉴 유즈루가 금메달을 가져갔다. 김연아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남녀 싱글 종목을 모두 아시아에 넘겨주는 상황이 된다.

유럽세가 이런 시나리오를 달가워할리 없다.  소트리코바와 코스트너에게 후하게, 김연아에게 박하게 느껴지는 점수를 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김연아는 이미 온갖 텃세와 편파 판정을 물리친 전력이 있다. 잘못된 날로 점프하지 않았는데도 '롱 에지' 판정을 받아 점수가 깎이는 경우도 허다했다. 온갖 산전수전을 모두 겪었기에 이런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김연아의 생각이다. 그의 말대로 자신의 연기에만 집중하면 된다.

◆ 마지막 순서와 좋지 못한 빙질, 극복할 수 있다

김연아의 화려한 대관식에 걸림돌이 되는 또 다른 요소는 연기 순서다. 전체 24명 가운데 가장 마지막이다. 모든 선수들의 연기를 보고 빙판에 들어서는 만큼 다가오는 심적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듯 자신의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경기를 마치는 것이 마음 편하다. 후회없이 경기를 치르고 나머지 선수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편이 훨씬 낫다. 아무래도 선수들의 연기를 보고 경기를 한다면 잡념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

마지막 순서여서 또 문제가 되는 것은 빙질이다. 선수들이 연기를 펼친 뒤라 얼음에는 온갖 스크래치가 생기기 때문에 끝으로 갈수록 빙질은 나빠진다. 자칫 예기치 못한 스크래치에 걸리기라도 하면 넘어지거나 원하는 점프를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할 위험도 있다.

하지만 김연아라면 이런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

▲ '피겨 여왕' 김연아에게 시련은 늘 따라다녔다. 전용 빙상장이 없어 더부살이를 하기도 했고 좁은 이코노미석에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부상 역시 김연아를 늘 괴롭혔다. 사진은 지난 2008년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김연아의 모습. 김연아는 당시 부상으로 국내에서 열렸던 4대륙 선수권에 출전하지 못했다. [사진=뉴시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1~3위 기자회견에서 "끝 순서는 워밍업을 마친 뒤 대기시간이 긴데다 대회의 마지막 선수로 나선다는 부담이 있다. 게다가 조의 6번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경험이 많기 때문에 경기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런 자신감만 있다면 능히 이겨낼 수 있다. 온갖 변수를 이겨낸다면 오히려 끝 순서는 김연아의 은퇴 경기의 화려함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김연아에게 어려움과 시련은 현역 내내 계속 따라다녔다. 어쩌면 그를 더욱 단단하게 하는 친구 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르겠다.

국내에 전용 빙상장이 없어 놀이공원 링크에서 훈련하기도 했고 딱딱한 빙판에 몸에 무리가 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해외 원정을 떠날 때마다 비좁은 이코노미석에서 몸을 움츠려야만 했던 시절도 있었다. 스케이트화가 맞지 않아 한때 선수생활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김연아였다.

▲ 김연아가 20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어릿 광대를 보내주오'에 맞춰 연기를 펼친 뒤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날 여기까지 왔다. 어쩌면 김연아의 대관식과 은퇴 경기를 더욱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하늘은 마지막까지 변수와 시련이라는 '선물'을 내려보낸 것이 아닐까.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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